비상계엄 사태 관련자 신병 확보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연일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현역 군인에 대한 강제수사권을 놓고 또 다시 충돌했다. 경찰이 문상호 정보사령관에 대해 긴급체포를 시도했으나 검찰이 가로막은 것이다.
이에 경찰은 공수처와의 공조를 통해 수사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검찰의 승인 없인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신병확보가 어렵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1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문상호 정보사령관에 대한 신속한 신병처리와 수사를 위해 사건을 오늘 오전 9시30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검찰이 경찰의 문 사령관 긴급체포 요청을 불승인한데 따른 조치다.
경찰은 지난 15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사 병력 투입 등을 지시하고 북한침투특수임무부를 동원한 혐의(내란)로 문 사령관을 긴급체포했다. 이후 경찰은 수사 준칙에 따라 검사에게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군사법원법상 재판권 규정에 위반된다"며 경찰의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 긴급체포 승인 요청을 거부했다. 현역 군인에 대한 강제수사는 군사법경찰이나 군검찰이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다.
군사법원법상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갖는 사건에 대한 수사권은 군검찰과 군사경찰 등 군 수사기관이 담당하는 게 원칙이다. 성폭력 범죄 및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군인이 사망한 사건의 원인이 되는 범죄, 군인 신분 취득 전에 범한 범죄의 경우에만 민간 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경찰은 "현역군인에 대한 수사권이 경찰에 있고 내란죄의 명시적인 수사 주체"라며 "검찰은 수사권이 아닌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음을 이유로 특수단의 정보사령관 긴급체포승인건의를 불승인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경찰은 그러면서 "수사권과 재판권은 구분돼 있으며 경찰은 정보사령관에 대해 긴급성과 필요성이 있어 긴급체포했다"며 "이번 검찰의 불승인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지속적으로 철저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현역 군인에 대한 긴급체포 시도는 경찰의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한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현역 군인의 범죄에 대한 재판권은 군사법원에 있다"며 "영장도 군사법원에 청구해야 하고 체포에 대한 적부도 군사법원이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도 법에 따라 현역 군 고위 간부들을 구속할 때 군검사가 군사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15일 검찰은 특별수사본부에 파견된 군검사를 통해 내란 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군사법원이 박 총장이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17일 영장이 발부됐다.
변호사는 "공조수사본부도 국방부 조사본부에 긴급체포 건을 맡겼어야 했다"며 "군사법원 관할 사건에 대한 수사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으나 강제수사는 군 수사기관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경찰은 공수처에 현역 군인 관련 수사를 이첩하고 공조본을 통해 수사에 협조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또 검찰에서 주요 피의자에 대한 압수수색 또는 구속 영장 신청을 거부하는 경우에 대비해 공수처에 영장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경찰이 검찰 대신 공수처에 영장을 신청할 수 있는지를 두고선 법리적 해석이 갈린다.
법무법인 동인 이태일 변호사는 "공수처의 경우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에 현역 장성급 장교가 포함돼 경찰과는 얘기가 다르다"며 "사령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공수처의 강제수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경찰이 공수처에 영장을 신청할 수는 없다"며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 따라 공수처가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7일에도 국군방첩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으나, 검찰은 8일 이를 불청구한 뒤 9일 직접 압수수색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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