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헌법재판관 추천 절차를 서두르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간 헌법재판관 추천 절차를 차일피일 미뤄 '방탄 작전'이라는 비판을 받은 민주당이 돌연 헌법재판소의 '9인 체제'를 압박하고 나서자 국민의힘에서는 '이중적 행태'라며 반격에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 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정 안정을 위해 대통령 권한의 상당 부분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면서도 "행정부 소속이 아닌 독립적 헌법 기구로서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의 임명은 그 권한 행사의 범위를 신중하고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탄핵안이 헌재에서 최종 인용된 이후에 대법원이 추천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전례가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민주당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민주주의의 훼손이라고 비판한 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권한대행은 또 "지금의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가 누구 때문인가. 바로 민주당 때문"이라며 "자신들이 탄핵한 장관, 방송통신위원장, 검사들의 직무 정지를 장기화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최근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에 관해 '신속한 결론'을 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 이 대표와 민주당 관련 사건의 재판이 지연되는 데에는 침묵한 채 "헌재는 좀 더 추진력 있게 해서 최소한 두 달 이내에는 (탄핵 심판 선고를) 해야 할 것"(김병주 최고위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 뒤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헌법재판소의 6인 체제에서도 탄핵 심판은 가능하지만, 1명이라도 반대할 경우 탄핵안은 기각되기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10월 17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 헌법재판관 3명의 후임을 추천하는 데 대해 시급성을 다투지 않는 모습이었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은 통상 여와 야가 1명씩, 다른 1명은 여야 합의로 추천해 왔지만, 민주당은 '의석수'를 강조하며 민주당에서 2인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관례를 깨고 이런 주장을 펼치며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 추천 절차가 지연되자 국민의힘은 '방탄과 정쟁의 논리' 때문이라고 비판해 왔다.
앞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렇게 헌법정신을 무시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기껏해야 당대표의 범죄 혐의에 따른 처벌을 막는 것"이라며 "그런 방식으로는 정상적인 정치라 할 수 없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이 돌연 헌법재판관 임명 추천을 서두르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조속히 종결하려는 것은 '이재명의 대선 시계'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11월 15일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선거법에 따르면, 이 대표의 2심은 1심 선고 후 3개월 뒤인 내년 2월, 대법원 선고는 2심 선고 후 3개월 뒤인 내년 5월 이내에 나와야 한다.
이 대표가 3심에서도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탄핵 심판을 가속화하는 대로 내년 2월 말에 '최종 인용'이 결정되면 차기 대선은 60일 이내인 4월쯤에 치르게 된다.
이른바 '벚꽂 대선'은 이 대표의 선거법에 대한 대법원 선고 예정 시기보다 앞서게 되고, 민주당이 이 때문에 탄핵 심판을 최대한 앞당기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권 권한대행이 "한덕수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탄핵 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위해 6인 체제가 아닌 9인 체제의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박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하지만 권 권한대행은 '대통령 직무 정지 기간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기관 구성원에 대한 임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민주당의 주장이었음을 재차 상기했다. 권 권한대행은 이같이 반박하며 "대통령 직무 범위에 대해서는 명문 규정이 없고 참고해야 할 것은 과거의 선례"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을 향해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론'을 압박한 민주당의 과거도 재조명되고 있다.
권 권한대행은 과거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근거로 삼으며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학자의 다수 의견이라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당시 우상호 원내대표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한 헌법재판관의 국회 비준을 안 하겠다고 했다"며 "당시 박범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기관 구성은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상기했다.
권 권한대행은 이어 "지금 민주당의 헌법재판관 임명 속도전은 과거 민주당의 주장과 180도 달라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의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한덕수 권한대행을 향해 '선택적 권한 행사'를 압박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한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재의요구권에 대해서는 "탄핵 사유"라고 엄포를 놓지만, 한 권한대행이 적극 행사하기 어려운 헌법기관 구성원 임명은 압박한다는 지적이다.
주 의원은 "민주당이 현재 한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를 두고 선택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것은 할 수 있다, 불리한 것은 할 수 없다, 정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며 "법 원칙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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