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사용이 이미 '장전'(Cocked Pistol) 단계에 진입해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핵 사용을 응징하지 않을 수 있으며 한국이 북한의 핵사용을 억제하기까지 '치명적인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오는 15일 '핵무장 천만 명 서명운동'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과 서울안보포럼(SDF)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북핵 위협 현실화에 따른 우리의 핵 대응 전략'을 주제로 공동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같은 예고가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조경태·한기호·김대식·강선영·박준태·박충권 의원과 각종 안보단체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범국민 핵무장 캠페인' 예고 … "韓정부, 핵무장 추진 못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김민석 서울안보포럼(SDF) 이사장은 "미국이 확장 억제력을 제공한다고 해도 우리는 핵무장론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가 당장 핵무장을 추진할 수는 없기 때문에 범국민 핵무장 캠페인을 추진한다"며 범국민 핵무장 서명운동을 제안했다.
김 이사장은 "이제 북한 핵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며 "북한이 우리의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와 같은 단거리 지대지미사일을 쏠 수 있는 이동발사대 250대를 사진을 찍어 공개했다. 북한이 여기에 전술핵 무기를 탑재해서 유사시 우리에게 발사한 뒤 '전술핵 무기가 아니라 열핵 무기(수소탄)를 쐈다'고 주장하면 미국 대통령이 즉각 핵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 핵무기 사용 여부를 조사하는 몇 주 사이에 우리의 전방은 모두 무너질 것"이라며 "북한이 대한민국 영토를 일부 점령한 뒤 미국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핵무기로 위협한다면 미국 대통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핵무장을 이끈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의 명언인 "어느 나라든지 다른 나라를 도와줄 수는 있어도 다른 나라와 운명을 함께해 주지는 않는다"를 언급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느냐" "소련군 어디를 어떻게 타격할 것이냐"고 묻는 드골 전 대통령에게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김 이사장은 "드골은 미국 대통령이 작전 명령을 결정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남을 죽이려는 자는 결국 자기마저 자폭하고 만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 주는 방법은 우리 스스로 핵을 보유하는 수밖에 없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탈퇴하고 핵무장을 한다"며 "우리 인생사도 그렇다. 남을 도와줄 수는 있어도 남을 위해 나의 운명을 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北, 최소 50여기 핵무기 보유 … 단순 화력 韓의 5만8333배"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50~18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50여 기라고 가장 보수적으로 추정하더라도 북한의 핵능력은 한국군 화력의 약 6만 배에 달한다. 최승우 SDF 북핵대응정책 센터장은 "북한이 5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 기본 원자탄 20킬로톤(kt) 25기와 50킬로톤(kt) 25기를 가지고 있다고 단순하게 가정하면 북한 원자탄의 총량은 1750킬로톤(kt)이 된다"고 평가했다.
최 센터장은 "오래된 연구 결과이지만, 기본 원자탄(20Kt)은 TNT 2만 톤(t)에 해당하며 야포 400만 문이 일제 사격하는 것과 같은 위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된다. 북한이 보유한 핵 위력 1750킬로톤(kt)은 TNT 175만 톤에 해당하는 야포 3억5000만 문이 일제 사격하는 것과 같은 위력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야포는 6000여 문이다. 핵무기의 정치적.심리적 요소와 방사능, 핵·전자기파(EMP) 등을 제외하고 단순하게 기본 화력만 비교해도 한국은 북한의 5만8333분의 1에 해당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추산했다.
그는 "'핵의 균형', '공포의 균형' 또는 '상호확증파괴'(MAD) 등의 개념은 동맹국의 전술핵 배치나 핵 공유 같은 유사(類似) 핵전략에서 나올 수 없으며 오직 핵무장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며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지속해 온 북핵 대응 정책이 북한의 핵 보유로 와해됐음을 자각하고 이를 폐기해야 한다. 북한의 핵 보유로 조성된 전략적 취약성을 핵무장을 통해 '핵의 균형 시대'를 열어야 한다. '핵의 균형'이 회복되면 전략적 취약성이 해소되고 공포의 균형으로 안정적인 남북 관계를 관리할 수 있게 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폐기하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해야"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은 한미 '워싱턴선언'을 "북핵 위협의 폭증 속도와 정도를 따라잡기에는 불충분한 반 잔의 물"이자 일종의 '3불(不) 약속'이라고 비판했다. 선언에는 '한국의 NPT 준수', 한국의 독자적인 농축·재처리 활동을 금지하는 '한미 원자력협정 준수' 등을 재확인하는 문구가 포함됐는데, 이는 한국이 자체 핵무장, 핵 추진 잠수함 건조, 미 전술핵 재배치 요구 등을 포기한다는 '3불(不) 약속'이라는 것이다.
김 실장은 한국이 '가장 낭패스러운 핵상황'을 맞았을 때 '치명적인 시차'를 최소화려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이 합법적 활동으로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핵무장 잠재력을 함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가장 낭패스러운 핵상황'이란 북한의 핵사용이 임박한 것이 분명한데도 미국이 어떤 이유로 응징 의지를 밝히지 않는 상황, '치명적인 시차'는 북한의 핵사용 임박이 분명해진 순간부터 한국이 그것을 억제하는 '상응하는 수단'을 갖추기까지의 시간을 의미한다.
이어 "'치명적인 시차'를 최소화하면서 제1세대 원폭 제조 잠재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이 폐기되고 '한미 원자력협정'이 개정된 상태에서 농축·재처리 활동과 플루토늄 비축을 시작해야 한다. 수폭 생산을 위한 중수소 및 삼중수소도 비축·관리해야 한다. 핵탄 설계와 신속한 핵탑재에 대비한 투발수단과 핵운용을 담당할 군사조직도 준비하고 있어야 하며, 핵실험을 대체하는 시뮬레이션 능력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한미동맹, 미·영 수준의 핵동맹으로 격상 필요"
그러나 결국 한반도 핵균형을 달성하려면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통해 한미동맹을 미·영 수준의 핵동맹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실장의 제언이다. 그는 "한국이 일정 수준의 핵무장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가장 낭패스러운 상황'을 맞이한다면, '중대한 국익'이 위험에 처하는 경우 3개월 전 통고로 탈퇴할 수 있도록 한 NPT 제10조에 의거해 탈퇴를 선언하고 신속하게 핵무장에 돌입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런 핵행보는 반드시 동맹국 미국의 사전 동의가 전제돼야 하며, 워싱턴이 핵무장한 한국과의 명실상부한 핵동맹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는 상황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파키스탄을 1970년대 소련의 남하를 저지하는 전진 기지로, 그리고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는 대테러전 수행을 위한 기지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파키스탄의 핵보유를 묵인했다. 또한, 아시아 전략에서의 인도의 균형자 역할을 중시해 핵보유를 문제 삼지 않았다. 중동전략에 긴요한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해 핵보유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방식 하의 이스라엘의 핵보유를 용인했다"며 "한미동맹의 핵전략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전략적 이익의 향배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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