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기준금리 8회 연속 동결 … '9월 인하' 시사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31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8회 연속 동결하면서 시장 예상대로 9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 기대하는 0.5%p 인하 가능성은 일축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도자료에 금리인하 시점이 임박했다고 해석할만한 설명을 담았다.

우선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somewhat elevated)"이라고 평가했다. 6월 FOMC에서는 '다소(somewhat)'라는 표현이 없었다.

연준은 "최근 몇 달간 FOMC의 2% 물가 목표를 향한 일부 추가 진전(some further progress)이 있었다"고도 평가했다.

그간 연준은 금리를 낮추려면 물가가 목표치인 2%를 향해 지속가능하게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2분기 물가지표가 그런 확신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향후 회의에 대해 결정한 바는 없다. 9월 회의도 포함된다"면서도 미국 경제에 금리인하가 필요할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데이터의 총체성, 변하는 전망, 리스크의 균형이 신뢰도 상승과 견고한 노동시장 유지에 부합하는지"라며 "이러한 시험을 통과한다면 빠르면 9월 회의에서 금리인하가 논의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연준이 2% 물가 목표를 위해 사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6월 2.5%로 상승했다. 이는 2022년 7%에 지속해서 둔화한 수치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소비자 및 정부 지출 증가와 재고 재축적에 힘입어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연율 2.8% 성장률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에만 집중했던 연준이 장기간 고금리로 경제활동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증가할 위험에도 신경 쓰는 징후를 보였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날 연준은 장기적으로 최대 고용률을 달성하고 물가를 2%로 유지한다는 연준의 두 가지 목표와 관련해 "물가 안정과 함께 완전 고용이라는 이중 책무의 양 측면에 대한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6월 FOMC 때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만 했으나, 이번에는 고용률도 언급한 것이다.

이 같은 연준의 스탠스 전환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금리인하 결정에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금리인하 위한 길 열렸다" 기대감 속 0.5%p 인하 가능성은 일축연준은 경제 상황에 대해 "경제활동이 지속해서 견고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했으며 실업률은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연준은 고용시장의 '과열'이 물가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업률은 4.1%로, 경제학자들이 완전 고용으로 간주하는 3% 미만보다는 높다. 다만 이날 발표된 ADP 보고서에서는 임금이 3년 만에 가장 느린 속도로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인플레이션 지표도 있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목표 범위를 줄이는 게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핵심 문장은 유지했다.

이번 성명에서 FOMC는 9월 금리인하를 약속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해온 9월 인하에 필요한 연준의 확신이 형성된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FOMC 금리 동결 소식을 전하면서 "금리인하가 가까워졌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고, WSJ는 "연준이 9월 금리인하를 위한 길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금리가 동결됐지만, 인하에 가까워졌다는 신호가 나왔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 인사이트의 오마이르 샤리프 사장은 로이터에 “이번 조치는 9월 금리인하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7월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추가 호재가 나오면 (파월 의장이)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보다 의미 있는 신호를 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월 의장은 9월 FOMC에 대해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이날 시장에서는 연준이 예상대로 9월 FOMC에서 금리인하를 개시할 것으로 관측했으며 연내 추가 인하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다만 파월 의장은 한 번에 0.5%p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가 지금 당장 고려하고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고개를 흔들고 부정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파월의 신체 언어지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하면서 "파월이 0.5%p 인하를 언급할 때 고개를 흔드는 모습은 말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전했다.

앞서 연준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했다가 지난해 9월부터 이번까지 8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현 금리는 200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며 한국(3.50%)과의 금리 차도 역대 최대인 2%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