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공개로 만난 것을 계기로 갈등 해소에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거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 간 갈등의 씨앗이 '대선 패배'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었던 만큼, 정치권 안팎에선 정권 재창출을 위한 고도의 정무적 판단과 용산-여의도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한 민심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31일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뒤 한 대표를 약 90분간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윤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비공개로 이뤄졌다. 회동을 조율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유일하게 배석했다. 사실상 '첫 독대'로, 시간과 형식 면에서 과거 이준석·김기현 전 대표 때의 회동과 달랐다.
회동은 애초 1시간 정도 예정돼 있었지만, 점심시간을 넘길 때까지 이어져 점심 약속을 미뤄야 했다. 다만, 두 사람이 오찬은 함께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만났다는 사실은 대통령실 내에서도 정 실장을 비롯한 극소수만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대표에게 "당대표가 됐으니 정치에서 자기 사람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 사람 저 사람 포용해서 한 대표의 사람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당) 조직 취약점을 관리해서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고도 주문했다고 한다. 이에 한 대표는 "대통령님 걱정 없이 잘 해내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당직 개편에 대해선 "당대표가 알아서 하라"면서 "당 인선이 마무리되고, 지도부가 정리되면 관저로 초청할 테니 만찬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전반적으로 당정 화합을 위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그간 제3자 추천 방식의 '순직해병특검법'과 대통령실에 영부인을 전담하는 '제2부속실 설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윤 대통령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지만, 여권에선 '윤-한 갈등'을 해소하고 당정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이 이날 회동에서 순직해병특검법, 대통령실 내 제2부속실 설치 등 그간 '윤-한 갈등'의 배경이 된 현안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앞서 지난 1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대표가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받는 김 여사의 사과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하자 대통령실이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윤-한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뒤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범야권에 192석을 내주면서 패했다.
이번 회동으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와의 갈등 국면은 표면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대표가 차기 대선 후보에 가까워질수록 국정 지지율이 저조한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게 되고, 이는 추후 또 다른 갈등으로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차기 대선에서 야당에 정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총재와의 1997년 갈등이 여의도 정가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총재가 대선후보 당시 IMF 외환위기를 초래한 김영삼 정부를 비판하며 차별화를 시도했고, 급기야 단절을 선언하면서 당정 간 파국을 맞았다.
결국,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선을 41일 앞두고 탈당했고, 이 전 총재는 1997년 12월 치러진 제15대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정권을 노무현 정부에 넘겨줬다. '여권 내부 분열'이 대선 패배로 이어진 것이다. 이후 보수정당은 10년간 야당으로 지내야 했다.
이와 관련, 김영삼 정부 시절의 한 고위 인사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로, 갈등이 계속된다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20여 년 동안 함께 검찰에서 일하며 돈독하게 지낸 경험을 최대한 살려 정권 재창출에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을 존중해야 하고, 윤 대통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63%에 가까운 압도적 득표로 당선된 한 대표를 예우해야 한다"며 "앞으로 두 사람이 자주 직접 소통하며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야 당정은 물론 국정도 정상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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