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개딸 점령" vs 정봉주 "철회하라" … '개딸' 늪에 빠진 민주당 전당대회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가 이재명 후보의 강성 지지층 '개딸' 논쟁의 늪에 빠졌다. 당권 레이스가 이 후보의 '일극체제'로 굳혀지는 가운데, 김두관 당 대표 후보와 '찐명(진짜 친이재명)'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는 '개딸' 문제를 두고 설전(舌戰)을 벌이기도 했다.

김 후보는 28일 오후 충북 청주시 CJB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충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전날 '개딸 점령' 발언에 대해 사과 요구를 받자 "(민주당이) 이 정도 반대 목소리도 수용 못하는 정당이냐"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후보는 전날 부산 합동연설회에서 "소수 강성 개딸이 민주당을 점령했다"며 "차기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냐"라고 일갈했다. 김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11%p 뒤쳐진 점을 언급하면서 "왜 이렇게 됐나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 후보는 이날 오전 충남지역 합동연설회에서 김 후보의 '개딸 점령' 발언을 언급하며 "철회하시고 사과하실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어 "통합하지 않으면 싸움도 정권교체도 불가능하다"며 "민주당이 하나가 되기 위해 (김 후보가) 발언을 철회하시고 사과해주시기를 바란다"고 거듭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가 충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 같고 민주당이 국민의힘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탄핵이 우선이니 당 내 다른 목소리 필요 없다는 것은 전체주의나 다름없다"고 사과를 거부한 것이다.

현장에서 개딸의 고성과 야유가 쏟아지자 김 후보는 "(부산에서) 민주당의 강점인 민주가 없고 다양성 또한 상실해 당의 역동성이 사라진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당원뿐 아니라) 국민을 섬기며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당의 자성을 촉구했다.

두 후보의 설전이 이어지자 이 후보는 자중을 당부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충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우리 안에 차이가 아무리 큰 들, 우리가 싸워 이겨야 할 그들과의 차이만큼 크겠느냐"며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당이란 기본적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이 모인 것"이라며 "다른 생각을 허용하지 않는 군대·회사·조폭과는 다르다"고 강조한 이 후보는 "다만 우리끼리 안에서 아웅다웅하지 말고 더 큰 세상을 향해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한다"며 "힘이 남으면 댓글이라도 하나 더 쓰고, 동네 가서 한 명이라도 더 설득하고 토론하자"고 제언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지역 순회 경선에서 이 후보가 압도적인 우위를 계속 이어가는 등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두고 "'이재명 충성 레이스'로 변질됐다"며 "낯뜨거운 '명비어천가'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재명 전 대표를 위한 '방탄', '친위', '정권 탄핵' 등 강성 지지자들의 입맛에 맞춘 '이재명 마케팅'을 외치는 것이 전부"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보다 못한 김두관 후보가 '우리 당이 개딸에 점령당했다'고 발언하자 강성 지지자들이 욕설을 내뱉고 고성을 지르는 등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기도 했다"며 "다양성은 실종되고 소수 의견은 묵살되는 이재명 일극체제 민주당은 공당으로서의 품격도, 민주주의를 외칠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충북 경선 '권리당원선거인단 온라인투표'에서 총 9306표 가운데 8274표를 받아 압승을 이어갔다. 득표율은 88.91%다. 2위는 김 후보 9.6%(893표), 3위 김지수 후보는 1.49%(139)를 득표했다.

최고위원 후보 충북 경선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20.76%(3863표)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이어 정 후보 17.05%(3173표), 전현희 후보 13.55%(2522표), 김병주 후보 13.07%(2432표), 한준호 후보 12.92%(2405표), 이언주 후보 12.42%(2311표), 민형배 후보 5.16%(961표), 강선우 후보 5.08%(945표) 순이었다.

앞서 이날 오전 충남에서 치러진 경선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88.87%(1만1342표)로 대승을 거뒀다. 김두관 후보는 9.29%(1186표), 김지수 후보는 1.83%(234표)였다. 이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이날 9차 충북 경선까지 90.41%로 집계됐다.

충남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김민석 후보가 20.62%(5264표)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정봉주 16.94%(4324표), 전현희 13.3%(3394표), 한준호 12.82%(3273표), 김병주 12.74%(3252표), 이언주 12.15%(3101표), 민형배 5.77%(1474표), 강선우 5.65%(1442표) 후보 순이었다.

민주당은 총 15차례에 걸쳐 지역 순회 경선을 치른 뒤 다음달 18일 전국당원대회에서 당 대표 1명,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본경선 결과는 대의원 14%, 권리당원 56%, 국민여론조사 30%를 합산·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