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관관계를 갖지 않고 방 안에 틀어박히는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학업·구직 등에서 실패를 경험한 뒤 은둔을 선택한 청년들이 많다는 사실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청소년들도 많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심각한 점은 은둔을 선택한 청소년은 성인이 돼도 비슷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에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청소년 정책들을 살펴보고 실제 사례자를 만나 정책의 효과와 개선해야 할 점들을 자세히 들어보고자 한다.
8일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은 전체 청년인구의 약 5%에 달하는 54만명이다. 더 큰 문제는 13~18세 사이 고립·은둔 청소년이 약 14만명으로 추정됐다는 점이다.
고립·은둔 청소년은 성인이 돼도 비슷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앞선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명 중 1명(25%)은 10대 때부터 고립 생활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청소년기에 은둔을 선택하게 되는 원인은 ▲학교폭력 등 온라인상 집단괴롭힘의 심화 ▲입시교육 위주의 경쟁적인 교육환경 ▲코로나19 이후 대인관계의 어려움 ▲스마트폰 확대 영향 등 다양하다. 이외에도 가정환경이나 개인적 기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의 문제로 청소년기부터 고립감 등 어려움을 겪다가 청년기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계기로 사회와 단절하고 숨게 될 수도 있다.
실제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상담원이 지난해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을 위한 기초조사'를 실시한 결과 65%가 고립·은둔의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학교폭력 등을 경험해서'라고 대답했다.
52.9%는 가족 갈등, 가정폭력, 부모의 이혼 등 가정문제로 인한 돌봄의 부재와 양육 태만을 꼽았다. 또 상담자 중 36.4%는 부모의 과잉통제·과잉 보호 등 양육태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청소년의 고립·은둔 이전 경험을 묻는 말에는 '학교·동네에서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이 65.7%로 가장 높았다. 또 '부모님이 때리거나 꾸짖고 모욕했던 경험'이 46.4%로 뒤를 이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정서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목격한 경험'도 43.6%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청소년상담원 관계자는 "현재 청년실업·고립 등 청년 연령에 초점을 두고 정책 지원이 추진되고 있지만 많은 연구에서 고립·은둔은 청소년기에 시작한다"며 "청소년 시기에 적절한 발달과업을 완수하지 못하면 성인기까지 고립·은둔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한국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통계청의 '2022 아동·청소년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19년 2.1명, 2020년 2.5명, 2021년 2.7명으로 2015년 이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마음의 병'을 앓는 청소년도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만 6~17세 아동·청소년은 총 3만7386명이었다. 2018년(2만3347명)과 비교해 60.1%(1만4039명) 늘었다.
게다가 서울시는 매년 50여 명의 10대 청소년이 자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대 청소년의 자살 사망자는 53명으로 인구 10만명당 7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소년 행복 동행학교,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다문화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책들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행복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시가 운영중인 다른 프로그램과 연계해 청소년의 자살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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