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을 스토킹하다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2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1심보다 5년 늘어난 형량이다.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이예슬)는 17일 보복살인, 살인,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설모(31)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설씨는 출근길에 맞춰 소란을 피우고 직장 내 교제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단 피해자의 상황을 악용해 신체·정신을 괴롭히는 스토킹을 지속했다"며 "접근금지도 무시하고 닷새간 피해자의 집 주변을 배회하며 범행 기회를 노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피해자 딸은 6세 어린 나이에 유일한 양육자였던 엄마를 하루아침에 잃었고 피해자의 모친은 범행 현장을 목격해 딸이 죽어가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며 "이들이 느꼈을 공포심, 허망함은 감당하기 어렵고 트라우마도 지속될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이 사건과 유사한 사건들에 대한 형평성을 고려할 때 설씨의 생명을 박탈하거나 사회와 무기한 격리하는 건 맞지 않다"며 "1심에서 징역 25년은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한 만큼 징역 30년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설씨는 지난해 7월17일 오전 전 연인인 이모(30대·여)씨가 거주하는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범행 당시 이씨의 모친은 설씨를 말리다가 손 부위를 흉기에 찔렸으나 집 안으로 피신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설씨는 법원으로부터 같은해 8월9일까지 이씨에게 접근과 연락을 금지하는 내용의 잠정조치 처분을 받았지만 이를 어기고 이씨를 찾아가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지난 1월 설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출근길에 갑작스럽게 공격받고 저항도 못 한 채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며 "(설씨가) 피해자와 그 자녀에게 미안한 태도를 보이지 않아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피해자의 사촌 언니는 재판을 마친 뒤 "피해자에게 만족스러운 형량이란 있을 수 없다"며 "제가 이 재판이 끝나면서 가장 허무한 것은 열심히 싸웠지만 동생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제발 앞으로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고 교제폭력 법안 통과를 빨리 해주시길 간청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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