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로그인

아이디
비밀번호
ID/PW 찾기
아직 회원이 아니신가요? 회원가입 하기

[개담] 여성징병 아닌 대안도 있다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을 담은 담론

실업률‧국방공백 동시 해결할 일석이조 방책

 

고갈되는 병역자원 수급 문제가 우리 정치‧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한신(韓信)의 말처럼 군(軍)은 그 질은 물론 양도 매우 중요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가 괜히 수십만~100만 대군 동원해 싸우고 있는 게 아니다.

 

조관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의 ‘병역자원 감소 시대의 국방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약 50만 수준인 국군 상비병력은 2039년 39만3000여명으로 40만명 선이 무너지고 2040년에는 36만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남침(南侵) 등 북한의 오판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충분한 병력 유지는 필수적이다.

 

병역자원 확보 방안으로 여러 가지가 논의된다. 일각은 여성징병제 실시 및 여성 전투병과 투입을, 일각은 용병(傭兵) 고용을 주장한다. 그러나 모두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어 찬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필자는 본 개담에서 여성징병제‧용병제 현실성을 짚어보고 다른 대안들도 소개하려 한다. 출산율 제고라는 궁극적 방안은 논외로 하고 당장의 보병 전투병력 수급 방안을 모색해보려 한다.

 

<방안Ⅰ - 용병>

 

용병의 역사는 유구하다. 동서양 막론하고 많은 나라가 국방 공백을 용병으로 메웠다. 그러나 이익으로 계약 맺은 무력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100이면 99는 부작용에 직면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모스크바에 ‘반란’ 일으킨 바그너그룹(Wagner Group) 사례가 있다. 미국도 아프간‧이라크 전쟁에서 블랙워터(Black Water) 등 민간군사기업(PMC) 고용했다가 전쟁범죄 등 통제불가 상황을 마주해 큰 곤혹을 치렀다.

 

과거에도 유사사례는 허다하다. 예를 들어 동로마(Eastern Roman)제국은 1453년 콘스탄티노폴리스(Constantinopolis)에서의 전투에서 용병단에게 의지했다가 깔끔하게 배신당하고 멸망했다.

 

마치 지금의 대한민국처럼 병역자원 인구절벽에 시달리던 동로마제국이 전투에 투입한 정규군은 약 ‘5천명’에 불과했다. 반면 침략자 오스만(Osman)제국은 ‘수십만’이었다. 이에 동로마 측은 조반니 주스티니아니(Giovanni Giustiniani‧생몰연도 1418~1453)가 이끄는 2천여 제노바(Genova) 용병단을 고용했다. 그리고 주스티니아니를 육군 총사령관에 임명했다.

 

머릿수가 다소 불어났다 해도 동로마로서는 굴러오는 바위를 계란으로 막는 격이었다. 그러나 콘스탄티노폴리스에는 천년제국을 수호해온 난공불락(難攻不落)의 테오도시우스(Theodosius) 3중 성벽이 있었다. 해당 성벽을 넘기 위해선 우선 온 몸으로 화살비‧포탄 받아내며 깊디 깊은 해자(垓子)를 헤엄쳐 건너야 했다. 그리곤 마찬가지로 온 몸이 고슴도치가 되면서 내달려 높이 수~십여m의 성벽들을 기어 올라가야 했다. 사실상 돌파가 불가능했다.

 

오스만으로선 동로마 수비군을 피해 다른 방향으로 공격해 들어갈 수도 없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다른 면에는 금각만(골든혼‧Golden Horn)이 버티고 있었다. 이곳에는 두꺼운 쇠사슬이 수면 아래에 설치돼 있어 배 타고 들어가다간 좌초돼 물고기밥 되기 십상이었다.

 

따라서 동로마는 수천 병력이라 해도 버텨볼 만했다. 하지만 용병단은 기적처럼 전세(戰勢)가 기울기 시작하자 동로마가 그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바로 그 순간에 36계 줄행랑쳐버렸다.

 

성벽‧바다에 가로막힌 근성의 오스만 술탄(Sultan) 메흐메트 2세(Mehmed II‧1432~1481)는 “이왕 이렇게 된 거 배가 산(山)으로 간다” 소리쳤다. 그리곤 정말로 척당 배수량 수백t의 대함대를 뭍에 올려 ‘언덕을 넘어’ 금각만 쇠사슬 안쪽에 부려놨다.

 

상륙지점 확보한 오스만군이 일제히 상륙하자 동로마는 뒤집어졌다. 야밤에 쿨쿨 자고 일어나 금각만을 뒤덮은 오스만 함대를 본 주스티니아니는 육군 총사령관 명찰 떼다 버린 채 부상을 핑계로 그 날로 도주했다. 그를 따르던 제노바 용병단도 모조리 자취를 감췄다. 상륙 지점 성벽이라고 해서 모래성은 아니었기에 정규군‧용병단이 합심해 오스만 측 돌파지점 막았다면 전쟁 결과는 어찌될 지 알 수 없었는데도 말이다. 2200년 역사의 로마제국은 용병들의 배신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방안Ⅱ - 보편적 여성징병 및 전투병과 투입>

 

여성의 참전 사례는 역사상 적지 않다. 특히 유목민족 여성들은 직접 활 들고 말(馬) 등에 올라 전투에 나서곤 했다.

 

실례로 아마존(Amazon) 전설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추측되는 사르마티아(Sarmatia) 여전사들이 있다. 사르마티아는 기원전 3세기 무렵 러시아 남부에 출현한 유목제국이다. 사르마티아 여성들은 전투력은 물론 ‘납치혼(拉致婚)’으로도 유명했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os)의 히스토리아이(Historiai) 등에 의하면 사르마티아 여성들은 결혼 적령기가 되면 부친 등 집안 남성과 함께 ‘보쌈’에 나섰다. 스키타이족(Scythians) 등 마음에 드는 남자가 보이면 창대로 때리든 활로 맞추든 낙마(落馬)시킨 뒤 남성 목에 밧줄을 걸어 ‘끌고’갔다. 합방(合房)을 거부한 남성은 그대로 죽임 당했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 참전은 해당 여성들이 ‘기병(騎兵)’이기에 가능했다. 남녀가 나란히 말 등에 앉아 싸우면 근력‧체력 등은 아닌 경우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동등해진다. 반대로 보병(步兵)에서 여성이 활약한 사례는 동서고금 막론하고 그 사례가 ‘0건’에 수렴한다.

 

남녀 간 평균적 순수 근력‧체력 차이는 크다. 근래 미국에서 논란 되고 있는 한 트랜스젠더 남성 사건을 보자. 리아 토머스(Lia Thomas)는 남자대회에서는 줄곧 500위권에 머무른 평범한 수영선수였다. 그러나 중요부위를 제거하지 않은 채 여성대회에 출전하자 단번에 ‘1위’를 차지했다. 육상 등에서도 남성의 벽을 넘은 여성선수는 전무(全無)하다. 괜히 올림픽 등에서 남녀별로 경기 치르는 게 아니다.

 

21세기 오늘날 전쟁터에서 말 타고 내달리며 싸울 리는 없다. 오늘날 보병 군장(軍裝) 무게는 수십㎏에 달한다. 준비 안 된 여성들을 보병 전투병과에 넣어서 전장(戰場)에 보냈다가 낙오되면 부대 전체가 낙오된다. 그 소수로 인해 작전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종래엔 전쟁 전체 판도에도 악영향 미친다. 전장은 유리천장 깨기 식의 직장이 아닌 5천만 한민족의 생사(生死)가 달린 장소다.

 

게다가 혼성(混聲)부대 운용 시 성범죄‧치정극 등도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우리와 안보환경이 유사한 이스라엘이 괜히 전체 병력 18만명의 35%나 차지하는 여성 장병들 중 전투부대원을 5% 비율로만 운용하고 대대적 혼성부대 창설을 망설이는 게 아니다. 우크라이나도 지난해 6월 전쟁 장기화로 병력손실이 폭증했음에도 전체 여군 4만여명 중 약 5천명만 최전선에 투입했다. 그것도 전쟁 전에는 전투병과에 거의 배치하지 않았다. 병력손실을 감당할 수 없어 국운(國運)이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최근에야 대대적 여군 모집에 나서고 있다.

 

무슨 성차별하려는 게 아니라 이스라엘‧우크라이나의 결정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따라서 평균적 근력‧체력 차이를 무시한 마구잡이식 보편적 여성 징병 및 전투병과 투입은 병역자원 고갈 해소의 근본적 대책이 되긴 어렵다는 게 국방 전문가들 중론이다.

 

<부분적 청년층 모병제>

 

각계에서는 전투병과 병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일부는 노년층 재입대를 주장 중이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55~75세 남성을 동원해 ‘시니어 아미(Senior Army)’를 만들자는 안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현재 55~75살인 약 691만명의 남성이 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국가를 위해 다시 한 번 총 들 각오가 돼 있다”며 “691만명 가운데 1%만 자원한다면 약 7만명의 예비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병사들이 받는 월급까지 지급한다면 20만~30만명은 충분히 동원할 수 있다”고 했다.

 

시니어층 일자리 문제도 해결하고 병역자원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지난해 6월엔 순수 민간단체 시니어아미가 출범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3일 서울 서초구 예비군훈련장에서의 첫 입영 훈련은 미국 LA타임스가 1면‧6면에 걸쳐 보도할 만큼 해외에서도 주목 받았다.

 

허나 찬반은 갈린다. 무엇보다 시니어층의 체력을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고령자들이 자식뻘 분대장‧소대장 지휘에 충실히 따를 수 있을지 의문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일각에선 ‘시니어 아미’ 대신 군복무를 마친 20~30대 남성 중 실업자를 대상으로 ‘부분적 모병(募兵)’에 나서자는 수정안이 제시된다. 체력‧근력 면에서 합격점을 받은 일부 여성들도 입대를 자원 받아 독립부대 꾸려 병력 공백을 완전히 메우자는 보완책도 있다. 올해 병(兵) 봉급은 병장 기준으로 월 125만원이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9만8000명 감소했다.

 

필자의 순수한 개인적 소견엔 본 개담에서 소개된 해결책들 중, 예산이 충분히 확보된다는 전제 하에, 가장 후자(後者) 즉 20~30대에 대한 부분적 모병제가 그나마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 아닐까 사료된다. 국방부는 반대 중이지만 정 보편적 여성징병제를 해야 한다면, 역시나 예산이 뒷받침된다는 전제 하에, 군용(軍用) 엑소스켈레톤(Exo Skeleton‧강화외골격) 개발을 서둘러 전군(全軍)에 보급하는 것도 방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000.png.jpg

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댓글
4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 서울동아리
    2024.02.02

    자기 나라는 자기들이 지켜야죠

  • 서울동아리
    오주한
    작성자
    2024.02.02
    @서울동아리 님에게 보내는 답글

    짧은 소견이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우리는 우리 손으로 지켜야죠. 그 테두리 안에서 여성징병제 전투투입 논의가 이뤄지는 걸로 압니다만, 정쟁이 아닌 생존 차원에서 건설적 토론 및 해법이 도출되길 바랍니다. 국방은 우리 모두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니까요.

  • 샘숭세탁기

    현대로템에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한거로 알고 있긴 한데

    진짜 sf영화에서 나오는 정도 수준으로 진화한다면 신기하긴 할거 같습니다

  • 샘숭세탁기
    오주한
    작성자
    2024.02.04
    @샘숭세탁기 님에게 보내는 답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소견입니다만, 전쟁은 군대는 유리천장도 아니고 징벌적무슨도 아닌 생사존망의 현장 조직이니, 잘 해야 할 듯 싶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 인체 일부인 것처럼 움직이면서도 배터리가 최대한 오래 가고 고장 없고 동물적 근력 체력 강화복, 필요가 공급을 만들어낸다는 말처럼 현 우리 안보환경에 누구보다 절실하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