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로그인

아이디
비밀번호
ID/PW 찾기
아직 회원이 아니신가요? 회원가입 하기

[개담] ‘119 대 29’ 격차의 중량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의 담론

처참한 엑스포 부산 득표수에 망연자실

21세기 한국판 송양지인으로 못 박히나

 

<등록회맹 유치의 열망>

 

기원전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당시 동아시아 대륙에서 가장 큰 이벤트는 회맹(會盟)이었다. 동주(東周)로 전락한 이래 쇠락해진 주천자(周天子)를 대리해 가장 힘 센 패자(覇者)가 여러 제후들을 소집하는 행사였다. 가장 유명한 패자들은 춘추오패(春秋五霸)다.

 

그런데 일부 ‘패자호소인’은 “내 밑으로 다 눈 깔어” “내가 천자 핵심관계자다” 호기롭게 외치며 회맹을 유치하려다 처참히 실패하기도 했다. 대표적 인물이 송양공(宋襄公‧생몰연도 ?~기원전 637)이었다.

 

권좌에 앉은 양공은 강력한 제(齊)나라 대신 2등 국가였던 송나라를 패권국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별렀다. 송나라는 주나라에 의해 멸망한 상(商)나라의 후계국가였다. 주나라 왕족‧제후‧백성들은 과거 인신공양(人身御供)이나 일삼은 송나라인들은 미개하다 비웃으며 차별했다. 때문에 상나라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양공의 집념은 컸다.

 

춘추오패 중 첫 번째 패자였던 제환공(齊桓公)이 어느 날 사망하고 그 혈육들 사이에 후계다툼 벌어지자 양공은 찬스를 잡았다.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제나라 공자 소(昭)가 송나라에 망명하자 양공은 그를 도와 제나라 정변에 개입했다. 소는 양공의 지원으로 제효공(齊孝公)에 즉위한 뒤 양공을 웃어른처럼 모셨다. 천하의 제나라도 송나라에 고개 숙이니 양공은 자연스레 패자로 올라섰다.

 

제나라와 국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패권국 꿈꾸던 장강(長江) 이남의 이민족 국가 초(楚)나라가 이를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양공은 회맹에 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한 약소국 국군(國君‧군주)을 삶아 죽이는 등 제후들 인망(人望)을 잃기 시작했다. 이를 빌미 삼은 초나라는 회맹의 암묵적 룰을 어기고 우(盂)나라에서의 모임에 군사 이끌고 참석해 양공을 체포해버렸다.

 

재상이자 양공의 이복형 목이(目夷)가 새 송나라 국군이 됐단 소문 접한 초나라가 송나라 자중지란(自中之亂) 노림에 따라 양공은 석방됐다. 안 그래도 그간 초나라 딴지에 의한 ‘반쪽 회맹’에 불만 품었던 양공은 폭발했다. 그는 ‘제대로 된 진짜’ 회맹을 소집하겠다 내외에 선포했다.

 

<민물장어가 나자빠진 업무능력>

 

초나라에 싸움 걸 적당한 명분 못 찾은 양공은 대신 초나라 동맹이었던 엄한 정(鄭)나라를 기원전 638년 들이쳤다. 초성왕(楚成王)은 정나라 구원을 위해 군사를 보냈고 송‧초 양 군(軍)은 홍수(泓水)라는 곳에서 대치했다.

 

당연히 양공으로선 강대한 초나라를 굴복시키고 ‘인정회맹’ 아닌 ‘등록회맹’을 유치하기 위해선 사생결단(死生決斷)으로 임해야 했다. 하다못해 패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점수 차로 패해야 “절찬리 판매 장강 민물장어 엑기스오일머니 앞세운 초나라아라비아에 졌으나 아쉬움 없이 선전(善戰)했다” 따위로 내외에 할 말은 있었다.

 

허나 양공은 천지구분을 못했다. 전쟁은 모두의 목숨이 달린 문제, 강대국 초나라를 상대론 더더욱 목숨 걸린 문제였지만 양공은 태연히 “나는 패자이니라. 나는 관대하니라. 도강(渡江)하는 초군(楚軍)을 공격하는 건 불의(不義)한 일이니라. 쟤들이 물 건넌 다음에 정정당당히 싸워도 충분하다” 지껄였다.

 

이후의 사태 전개는 안 봐도 비디오였다. 양공이 느긋이 해가리개 아래에 앉아 좌우 살피며 도리도리 하는 사이 송군(宋軍)은 전열(前列)부터 박살나기 시작했다. 등록회맹 유치하기는커녕 양공 장례식부터 먼저 치를 판이었다. 결국 그 자신도 넓적다리에 화살이 박히는 중상 입은 양공은 지지율 폭락 등 스트레스까지 겹쳐 약 1년만에 사망했다.

 

천하의 군자(君子)로서 야망과는 거리 멀었던 목이마저도 “전쟁은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게 장땡이다. 그렇게 전장(戰場)에서 여유 찾고 체면 찾을 거면 그냥 회맹 유치 포기하고 항복하는 게 낫지”라며 가루가 되도록 양공을 깠다. 양공은 이 희대의 업무수행능력 담긴 송양지인(宋襄之仁) 고사 주인공이 돼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윤건지인 소리 안 듣게 잘 수습하길>

 

2030세계박람회(등록엑스포) 유치지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선정됐다. 우리 시간으로 29일 자정께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173차 총회 투표에서 리야드는 119표, 대한민국 부산은 29표를 획득했다. 부산 득표수는 3위 이탈리아 로마(17표)와 별 차이가 없었다.

 

사실 사우디의 유치 가능성은 이전부터 어느 정도 점쳐졌다. 유명하다시피 사우디 오일머니‧오일파워는 막강하다. 세계 초일류 강대국 미국도 자국산 석유로는 자국 수요도 감당키 어렵기에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며 사우디 눈치를 볼 정도다.

 

그러나 정부가 그간 각종 광고‧홍보, 아이돌그룹 공연 등을 통해 유치 기대성을 높인 것 치고는 부산 득표수가 너무 처참하다는 목소리, 망연자실(茫然自失)한 표정들이 잇따른다. 물론 전임(前任) 정부 등의 책임도 전혀 없다고 할 순 없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출범한지 약 2년이 다 되어 가는 현 정부도 유치 실패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순 없다.

 

이번 유치 불발로 인해 또다시 정가(政街)에선 정부‧사우디 뒷거래 의혹, 대통령 부부의 해외 출장비 관련 의혹 등 갖가지 근거 불분명 주장들이 판 치거나 잼버리사태가 재소환될 게 뻔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되 담을 수 없다. 21세기 대한민국판 송양지인‧윤건지인 주인공이 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정부는 잘 수습하길 바란다.

 

20000.png.jpg

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댓글
3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 국가영도위원회

    철두철미하게 준비한 나라와 아마추어같이 준비한 나라의 차이가 이렇게나 크죠

  • 국가영도위원회
    오주한
    작성자
    2023.11.29
    @국가영도위원회 님에게 보내는 답글

    잘 하시리라 믿고 다음번 '옳은 방향' vip께선 '우'왁스럽게 더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 whiteheart

    국민세금이 수천억이 들어갔는데

    10표만 더하면 격차가 100표입니다

    수천억이 하늘로 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