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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2의 조민사태 막는 방법

오주한

부패세력 지지로 당선돼 부패 일소한 美 대통령들

‘가붕개‧왕자’ 韓은 역주행…韓美 운명 가른 건 투표

 

개혁 착수해 끝내 눈 감다

 

제임스 가필드(James A. Garfield‧재임기간 1881 3월~1881 9월)는 공화당 소속의 미국 20대 대통령이다. 오하이오주(州) 쿠야호가카운티(Cuyahoga County)의 빈민(貧民) 가정에서 태어나 백악관에 입성한 입지전적(立志傳的) 인물이다.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가필드는 10대 무렵 가출해 고된 선원 일을 했다. 학업에 전념한 뒤로도 목수‧가정교사 등 주경야독(晝耕夜讀)했다. 고학(苦學) 끝에 대학을 졸업한 그는 남북전쟁 당시엔 북군(北軍) 소속으로 참전했다. 사회에선 변호사 등으로 일했다.

 

개천에서 난 용(龍)인 가필드 명성은 널리 퍼졌다. 그는 연방하원‧상원으로 선출됐으며 급기야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됐다. 허나 순수 봉급쟁이였던 가필드는 선거자금이 매우 부족했다. 그는 자당(自黨) 내 최대계파인 로스코 콩클링(Roscoe Conkling‧생몰연도 1829~1888) 파벌과 손잡을 수밖에 없었다.

 

콩클링은 미국 최대상업지 뉴욕주 상원의원 등을 지내며 해당지역 세관(稅關) 임명권 등을 이용해 막대한 자금 굴린 것으로 알려진다. 미 상무부, 세계은행(WB) 등에 의하면 뉴욕 대도시권(New York Metropolitan Area) GDP는 2018년 기준으로 약 1조8000억달러(약 2384조원)다. 이는 한국의 1조6463억달러(2019년 한국은행 발표 기준)보다도 높다.

 

호랑이에 날개달린 격이 된 가필드는, 1880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윈필드 핸콕(Winfield S. Hancock) 후보와 초박빙승부 펼쳐 신승(辛勝)했다.

 

이에 콩클링 파벌은 언제나 그랬듯 당연하다는 듯 부정부패에 나섰다. 정작 재능‧공로 있는 자들은 밀어내고, 아무런 능력도 실적도 입증된 바 없는 제 계파 사람들을 가필드 행정부 요직(要職)에 콩나물시루처럼 심으려 들었다. 또 탈선 일삼는 무능한 제 자식들에게 온갖 수단 동원해 ‘가풍(家風)에 걸맞은 학벌‧직업’을 선물하려 했다.

 

관례(慣例)대로라면, 이미 오래 변호사물 먹고 ‘VIP’까지 된 가필드도 못 본 척하며 “우리계층끼리” “서민은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를” 외쳤을 터였다. 그러나 가필드는 달랐다. 위선(僞善)적 사회지도층에 의해 억눌렸던 모친(母親)과 못 먹고 못 살았던 젊은 시절 기억을 잊지 못한 듯, 악습(惡習)철폐 위한 과감히 개혁에 나섰다. 말뿐인 개혁이 아닌 ‘진짜 개혁’이었다.

 

당연히 콩클링파는 “이 종놈이 은혜도 잊고”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1881년 7월 한 기차역에서 열차 기다리던 가필드는 콩클링파 사람인 찰스 기토(Charles J. Guiteau) 저격에 쓰러졌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던 기토는 자신이 가필드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망상(妄想)하던 중 해외공사(公使)직이 거절당하자 이러한 참변 일으켰다. 일설에 의하면 기토는 가필드가 쓰러진 뒤 경찰에 체포되면서 “이제 (콩클링파인) 부통령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 소리쳤다고 한다.

 

“권력과 부패는 별개”

 

중환자실에 실려 간 가필드는 끝내 약 두 달 뒤 향년(享年) 49세로 숨졌다. 의료진은 석연찮은 이유로 가필드 체내(體內)에 박힌 탄환을 찾지 못했다. 기토, 그리고 그 배후세력임이 거의 확실한 콩클링파는 환호했다. 그들이 원한대로 새 대통령은 ‘순혈(純血) 콩클링파’ 사람이 됐다.

 

그러나 이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다. 새롭게 행정부 수장이 된 순혈 콩클링파 즉 21대 대통령 체스터 아서(Chester A. Arthur‧재임기간 1881~1885)는, 가붕개송 부르고 제 자녀들 부정입학시키는 대신 부정부패에 사형선고 내리는 폭탄선언을 했다. 바로 팬들턴법(Pendleton Act)이었다.

 

해당 법은 한마디로 매관매직(賣官賣職) 등 엄금이다. 능력도 실적도 없으면서 사회적 지위와 부(富) 누리려는 이들에게 철퇴 가하고, 철저한 능력주의를 사회전반에 뿌리내리게 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의 제정은 앞에선 평등 등 민주주의(民主主義) 주창하면서, 뒤에선 누구보다 계급주의에 충실하려던 사회지도층 풍토(風土)에 종말 고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미국을 있게 한, 물론 지금까지도 부정부패가 일소(一掃)된 건 아니지만, 팬들턴법은 그 파급력으로 인해 ‘미국판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대헌장)’로 불린다. 민주주의 시초가 된 영국의 대헌장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가 골자다.

 

때문일까. 21세기 지금까지도 북미행(行) 이민자들에게 관용어처럼 통하는. 아메리칸드림(American Dream)이란 단어가 탄생한 때도 가필드‧아서 집권 직후인 20세기 초다. 사주(社主)들은 근로자들 일회용품처럼 쓰는 태도를 바꿔, 생산목표 초과달성 시 성과급 지급하는 능력본위(能力本位)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능력이 입증된 자들은 중간관리자(Middle Manager)로 기용되거나, 그 이상으로 중용됐다. 일부는 제 능력‧기술 등 바탕으로 투자받아 창업에 나서기도 했다.

 

무일푼도 거부(巨富)가 될 수 있는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와 무일푼도 미합중국을 경영할 수 있는 역대 미 대통령들 전설은, 목숨 걸고서 부패와 타협하지 않은 가필드‧아서의 전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韓 헌법 “사회적 특수계급은 인정되지 않는다”

 

문재인정부에서 입각(入閣)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 씨가 입시비리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는 소식이다. 10일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부장 김민아)는 이날 조 씨를 허위작성 공문서 행사, 업무방해 및 위계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고 밝혔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조 씨와 공범관계인 친모 정경심 씨에 대해)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실관계에 의하면 조 씨 가담정도는 가볍지 않고 단순 수혜자가 아닌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 씨)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일부 혐의를 부인 중”이라고 기소배경을 설명했다.

 

비단 조 씨 의혹뿐만 아니라 지금 대한민국은 제2의 콩클링파 등을 자임(自任)하기라도 하듯 백공천장(百孔千瘡)이다. 최근엔 윤석열정부에서 재임한 모 교육부 사무관이 일선교사에게 “내 아이는 왕(王)의 DNA(유전자) 가졌다”며 갑질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대한민국 헌법 11조 2항은 “사회적 특수계급 제도는 인정되지 않으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으나, 상당기간 한국에선 지켜지지 않았다. 반면 가필드‧아서는 “어떠한 주(州)도 적법절차 없이 (능력으로 출세할) 개인의 자유 등을 박탈해선 안 된다”는 수정헌법(修正憲法) 14조 조항을 철저히 준수했다.

 

불법(不法)으로 모범 보인 지도자와 준법(遵法)으로 모범 보인 지도자를 뽑은 결과, 한국‧미국 운명은 ‘헬조선’ ‘아메리칸드림’으로 나뉘었다. 한국엔 ‘가붕개’나 전근대적 왕통(王統)이 난무하는 반면, 미국에선 능력본위가 펼쳐지고 있다. 첫째도 둘째도 국가지도층을 잘 선출해야 평등에 입각한 공동발전도 보장된다. 앞장서서 부패로 드라이브하는 자들이 제 밥그릇 뒤엎을 리가 있나. 목숨으로 개혁 이뤄낸 한국판 가필드‧아서 출현을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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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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