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석을 보유한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치권에서 떠돈 '헌법재판소 마비설'을 현실화할 기세다. 헌법재판관 3명의 임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회 관례를 깨고 헌법재판관 2명을 추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비명(비이재명)계로 불리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1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입장을) 역지사지를 해보면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맞게 판단을 내려줄 헌법재판관이 절실한 상황에서 현재 상황은 매우 중요한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때"라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 대표의 향후 대권 진로가 판가름 날 수도 있다"고 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9명 중 3명(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영진·김기영 헌법재판관) 이 퇴임을 앞두고 있다. 국회가 추천한 3명의 임기는 오는 17일 종료된다.
헌법재판소의 심리 정족수가 7명인데, 헌법재판관이 6명만 남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사실상 헌법재판소가 마비되는 셈이다.
민주당은 공석이 되는 헌법재판관 국회 몫 3자리 중 2자리를 본인들이 추천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16대 국회 이후 의석 분포에 맞춰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1명을 협의해 추천하던 관례를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선 민주당이 2명의 재판관 추천을 고수하면서 헌재 마비는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해 통과시키면 헌재가 심리를 할 수 없어 사실상 탄핵을 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국무위원이나 기관장, 검사 등을 탄핵하고 '직무정지 상태'로 만들 수 있다. 민주당과 범야권이 200석을 만들어 윤 대통령을 탄핵하면 헌정이 마비될 수도 있다.
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받는 재판을 맡은 판사나 검사를 탄핵하면 이들을 직무에서 배제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있는 판사를 탄핵으로 멈춰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런 사태의 장기화는 부담스럽다. 헌법 기관들을 마비시키고, 이 대표 재판에 직접 관여되는 탄핵안을 통과시키면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힘으로만 밀어붙이다가는 오히려 우리가 뒤집어진다"면서 "여론이라는 파도가 어디로 칠지 잘 보면서 항해해야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민주당은 먼저 당면 목표로 자신들과 결을 같이 하는 헌법재판관을 최대한 확보하기를 원한다. 윤 대통령 탄핵을 노리는 상황에서 향후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구성 전망이 별로 자신들에게 유리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민주당이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1명이라도 더 자신들과 가까운 '친야 성향'의 헌법재판관이 필요한 상황이다.
17일 3명이 퇴임하고 남은 헌법재판관 6명 중 4명은 '친야권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얼핏 보면 민주당에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2명(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은 내년 4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자리는 대통령 몫으로 향후 윤 대통령이 지명하게 된다.
2025년 4월 이후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2명(김형두·정정미 헌법재판관)과 윤 대통령이 지명한 정형식 헌법재판관, 윤 대통령이 지명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복형 헌법재판관, 윤 대통령이 추가로 지명하게 될 2명의 재판관이 헌법재판소의 멤버가 된다. 여기에 민주당이 자신의 주장대로 2명을 추천하고, 국민의힘이 1명을 추천하더라도 내년 4월에는 헌법재판관 9명의 여야 구도는 5대4가 된다.
민주당에 유리한 헌재 구성(6대3)으로 윤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시간이 매우 빡빡하다. 최소한 오는 12월에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2025년 4월 이전 탄핵안 판결이 나올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은 2016년 12월 9일 국회를 통과해 이듬해 3월 10일에서야 결론이 났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까지 올라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두 달 안에 탄핵 여론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탄핵 분위기 조성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연일 "대리인이 잘못하면 책임을 묻고,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중간에 끌어내릴 수도 있는 것이 민주주의 제도"라며 윤 대통령 탄핵을 암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 번번이 막히는 김건희특검법도 상설특검법으로 돌려세웠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상설특검을 통해 쏟아내고, 윤 대통령에게 분노하는 여론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상설특검 국회 규칙도 바꿀 심산이다.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위원 중 국회 몫 4명 가운데 여당 몫을 박탈할 수 있도록 국회 규칙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과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을 침해해 위헌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설특검 국회 규칙 개정안은 특검 추천 위원의 중립과 직무상 독립 규정하는 상설특검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명백한 위헌"이라며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국회 규칙 개정 시행 저지를 위해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가처분 신청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조치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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