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월 소비자물가 3.0%로 둔화 … 9월 '금리인하 문 열리나'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 0.1% 떨어지면서 연 인플레이션이 3.0%로 내려왔다고 11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가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3.1%보다 낮은 수준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금리인하를 고려하기 위한 필요조건을 제시한 '더 많은 긍정적인 지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월간 변동률이 -0.1%를 기록한 것으로, 월간 대비 물가가 내린 것은 2020년 상반기 후 4년 만이다. 전월에는 월간 변동률이 '제로(0)'였으며 4월에는 0.3%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은 두 달 연속 CPI가 완만한 수치를 보였으며 연간 증가폭도 지난 1년 중 가장 작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다는 미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자신감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12개월 누적의 연 인플레이션은 5월에는 3.3%였다. 지난해 6월 월간변동분이 빠지고 새 6월분이 들어가 계산되면서 6월의 연 인플레이션이 3.0%로 낮아졌다. 1년 전인 2023년 6월에 3.0%를 기록한 적이 있으며 올 1월에 3.1%로 내려온 것이 최근 최저치였다.

한편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치에서는 월간으로 0.1% 상승에 그치면서 연간은 3.3%가 됐다. 5월에는 0.2% 상승에 3.4%를 기록한 바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거비용이 전년동월보다 5.2% 올랐다. 5월 주거비 상승률 5.4%보다 0.2%p 둔화 흐름을 보인 것. 세부 지표에서도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CPI 인플레이션이 종합과 근원 부문에서 모두 시장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9월에 연준이 최초로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시장은 근원 통계에서 월간으로 5월과 같은 0.2%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0.1% 상승에 그쳤다. 게다가 종합 월간 변동률에서 제로 혹은 0.1% 상승을 예측했으나 -0.1%가 나온 것이다.

미국 CPI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경기 반등으로 2021년 3월 2.1%에서 4월 4.2%가 된 뒤 오르기 계속 시작해 2022년 6월 41년 만의 최대치 9.1%까지 치솟았다.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 2023년 7월까지 연속 10회 포함 11회 인상으로 총 5.25%p를 올려 타깃 범위가 5.25~5.50%가 됐다. 15년 내 최대 금리였다.

연준은 그해 9월부터 동결에 나서 올 6월 중순까지 연속 7회 기준금리 타깃범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시장은 9월에 최초 금리인하를 한 뒤 연내 세 차례 인하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CPI 종합치 기준 1월 3.1%에서 상승세로 돌아 3월 3.5%가 되고 또 사업체의 월간 일자리 순증 규모가 20만 중반대를 유지하면서 고용시장이 계속 탄탄하자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작아졌다.

5월 CPI 월간변동률이 0을 기록하고 5월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변동 역시 0을 기록하자 다시 금리인하 기대가 살아났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지표인 PCE 물가지수 근원 연 인플레이션은 5월 2.6%로 목표치 2%에 다가갔다.

이어 고용시장 역시 3월에 31만개였던 월간 사업체 일자리(payroll) 순증치가 4월 10만8000개로 하향 수정되고, 5월에도 21만8000개로 하향 수정됐다.

같은 날 발표된 6월의 순증치는 20만6000개로, 올해 월간 평균치보다 2만개가 적었고 지난해보다는 4만개가 적었다.

6월의 CPI가 월간으로 -0.1%를 기록하면서 연간 3.0%가 되고 근원치 역시 0.1% 상승, 3.3%가 되면서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시카고금융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공개된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하루 전까지만 하더라도 69.7%를 기록했으나, 예상치를 밑돈 CPI 상승률이 발표된 직후 79.4%까지 급등했다.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루빌라 파로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AFP통신에 "실업률과 물가 지표는 연준의 메시지 변화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9월 연준 회의에서 금리인하의 문이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