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그런 표현을 누누이 썼다. '핵은 철저하게 자기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우리가 핵 없이도 살 수 있다면 뭣 때문에 많은 제재를 받으면서 힘들게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겠는가', '자기에게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비핵화 의지를 나름대로 절실하게 설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7일 퇴임 2주년을 맞아 출간한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북한 김정은과의 만남을 이 같이 회고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하는 것에 대해 매우 답답한 심정을 거듭 토로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문 대통령과 케미스트리가 정말 잘 맞는다. 최상의 케미다'라고 여러 번 이야기할 정도였다.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내게는 동맹 외교의 파트너로서 아주 잘 맞는 편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딜'(No deal)로 끝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의 하노이 미북회담과 관련해 "당시로서는 하노이 노딜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끝난 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인 말을 하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 친서도 오가고, 판문점 삼자회동이 있었다"며 "그대로 회담(북미 3차 정상회담) 없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을 못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중에 그런 판단을 하게 됐을 때 김 위원장에게 만나자고 여러 번 제안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 실기한 것"이라며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타이밍에 내가 제안해서 한번 보자고 했으면 좋겠다는 후회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하노이 노딜 이후에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은 상황을 돌이켜보면, 그런 국면에서 우리가 좀 더 뭔가 상황을 타개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물론 남는다"면서도 "북한이 매번 '우리 민족끼리'라고 해도 북미 대화에만 매달리면서 남북 관계를 종속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태도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의 회고와 달리 그는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도 신뢰받지 못했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국무부 대변인을 지낸 모건 오테이거스는 최근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가 발간한 정책집에 쓴 글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에 양보하려고 했기 때문에 미국은 문 대통령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밝혔다.
오테이거스의 지적대로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26일 제73차 유엔총회에서 "(종전 선언은) 평화 체제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발언한 뒤 매년 유엔총회에서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왔다.
이러한 문 전 대통령을 두고 블룸버그 통신은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라고 지칭하며 "문 대통령이 미국과 세계의 회의론자들을 겨냥해 '북한이 수십 년 동안 도발하고 약속을 어겼으나 이번에는 진정으로 핵무기를 포기하려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려 한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이 5년 임기 내내 한 것은 북한이 결국 일방적으로 파기한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과 일방적인 준수, 미 국방부가 2009년에 폐기한 국방개혁을 벤치마킹한 구시대적 '국방개혁 2.0' 등을 추진하며 안보 역량을 크게 훼손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북한은 '미사일 체계 완성'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도보다리 USB'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변호사단체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은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에게 건넨 USB(이동식 저장장치)에 담긴 자료를 공개할 것을 정부에 청구했지만 대통령기록관은 '기록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월 말쯤엔 '한강 하구 공동이용수역 수로조사 해도(海圖)'까지 북한에 전달했다. 이 해도는 암초 위치, 밀물과 썰물, 수심 등 민감한 정보가 모두 담겨있어 유사시 북한의 침투에 활용될 수 있어 국가기밀로 분류돼 있다.
북한을 향한 문재인 정부표 '햇볕정책'에도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019년 8월 당시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는 대변인 담화를 내고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심지어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밝힌 '평화경제' 실현 구상에 대해서도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김민석 서울안보포럼 대표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의 거짓 비핵화를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람이 핵을 사용하겠다는 작전계획을 세우고 전술도 만들고 헌법에도 반영했는데 무슨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것인가. 전혀 맞지 않다"며 "김정은이 말한 게 지금까지 전부 다 거짓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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