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위라는 건 간단하게 "~해야 한다"고
사회에 요구하는 게 된다.
근데 뭘 "~해야 한다"고 요구할 때에는
당연히 "왜?"라는 질문이 따르게 된다.
사람은 이유 없이 행동하는 동물이 아니다.
심지어 실없는 짓을 할 때에도 본인의 심심함을 해소한다는 이유가 붙어 나온다.
하물며, 국가, 사회, 개인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정치적 요구에 이유가 붙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모든 이유에는 근거가 있기 마련이다.
근거가 없는 이유로는 타인을 설득할 수 없다.
설득시키지 못하면 내가 아무리 "~해야 한다"
라고 생각해도 사람들은 하지 않는다.
이유와 근거 없는 당위는 타인을 설득시키지 못하면서 본래의 지향에서 많이 어긋난 본인의 당위를 맹목적으로 밀어붙이게 된다.
다수의 한국인들은 민주화라는 업적을 이루어냈다고 자부하며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라는 당위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민주주의라는 당위에 내포한 이유와 근거를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대한민국은 무얼 위한 나라이며, 민주주의가 무엇이며, 거기에서 파생되어 우리가 민주주의를 따라야 하는 이유, 그 이유를 뒷받침하는 근거들, 우리는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책임 없는 정치, 협의가 사라지고 고집만 남은 정치, 단순히 누군가의 유희만을 위한 정치. 이러한 정치들이 정계를 가득 메운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당장의 당위가 아니라, 이유와 근거였다. 시위로 당장의 당위를 실현시키는 것보다, 대화와 절충을 통한 이유과 근거의 마련이 필요했다.
고로, 우리는 잠시 멈춰서서 생각해야 한다. 우리를 이끌 이유와 근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