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 여당이 '탄핵·개헌 저지선'은 가까스로 지켜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진보좌파' 연합이 180석을 넘기면서 '식물 국회'가 재연될 위기에 처했다.
범야권이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법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지위를 얻게 돼 22대 국회도 '법안 단독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11일 오전에 끝난 선거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총 의석수는 175석(지역구 161석, 비례대표 14석)으로 조국혁신당의 12석과 합치면 187석에 이른다. 국민의힘과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의 총 의석수는 108석(지역구 90석, 비례대표 18석)으로 범야권의 '탄핵·개헌 지지선'인 200석은 간신히 저지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예측 출구조사에서는 범야권이 200석을 차지하고 여당이 최악의 경우 100석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과 민주연합, 조국혁신당 등의 합세로 대통령 탄핵은 물론 개헌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고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해 무소불위의 의회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실제 개표 결과에서는 패배로 예상됐던 일부 지역구에서 여당 후보가 승리를 거두면서 출구조사 결과를 빗나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일부 야권 인사들은 최근 선거유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며 정부 여당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이 대표는 최근 유세에서 "본분을 잃어버린 일꾼은 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출구조사 예측처럼 야권에게 200석 이상을 내줬다며 탄핵 추진은 물론 그간 대통령 거부권으로 막아냈던 민주당 주도의 양곡관리법 개정,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 김건희 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등 정쟁 법안도 더는 막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현 정부는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을 넘어 '데드덕'인 식물 상태로 전락하고 국회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민생·경제 위기로 국가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었다. 다수의 민생경제 법안들도 거야에 가로 막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청년층과 신혼부부에 분양권 등의 주거 혜택을 높이는 법안부터 주식 투자자의 부담을 덜어 줄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지방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한 법안, 통신요금 인하 법안, 노인복지를 위한 실버타운 활성화 법안 등 여권이 내세우는 법안들이 가로 막힐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을 비롯해 무상교육(5세부터 실시) 확대, 초등학생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도입, 생활필수품 및 출산·육아용품 부가가치세 인하,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 8000만 원→2억 원 상향 등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강조한 공약들도 폐기 수순에 들어설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이 간신히 야권의 200석 폭주는 막아냈지만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또다시 단독 과반을 달성한 데다 국회로 입성하게 된 민주당 상당수 후보들이 '친명'(친이재명)인 점을 감안할 때 여당과의 타협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며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진보 세력까지 합세할 경우 여권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범야권 200석은 막을 수 있게 돼 불행 중 다행이지만 21대 국회에서 연출됐던 범야권 폭주가 22대 국회에서도 재연될 것이라는 게 문제"라며 "의회주의 복원은 고사하고 차기 대선까지 끝 모를 정쟁으로 의정이 운영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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