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정권 바뀌니 달라진 국토부
“화물연대, 노조로 볼 수 없어”
강경 대응으로 갈등만 키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친기업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응이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화물차주는 자영업자이고, 화물연대는 노조로 볼 수 없다며 이번 파업을 노동3권으로 보장되는 ‘파업’이 아닌 ‘집단운송거부’로 규정했다.
“안전운임제 사수”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들이 7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기름값 급등에 따른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총파업 출정식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화물연대는 7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총파업 돌입 직전까지도 정부와 국토교통부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과 대화 창구 개설을 기대했지만, 정부는 대화와 협의 지점을 모색하기보다는 엄정 대응 방침만을 반복적으로 밝혔다”며 “정부는 화물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화물연대는 지난 2일 1차 교섭을 한 이후로 정부가 아무런 대화 요청을 하지 않아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가 올해 말 일몰되는 상황에서 국토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방치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낮은 운임으로 과로·과적·과속 운행이 고착화된 화물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화물자동차법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매년 10월31일까지 안전운임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다음해 안전운임을 공표해야 한다. 만약 일몰되지 않고 내년에도 안전운임제가 유지된다면 다음달에는 위원회 심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유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달 초부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한다고 밝혔지만, 절차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화물연대 주장이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월 안전운임제를 항시적으로 운영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는데 국회 논의는 진척이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토부 태도가 달라진 면도 있다. 화물연대는 2016년 이후로 총파업을 하지 않다가 지난해 11월25일 5년 만에 총파업을 했다. 이때 화물연대가 내건 요구사항도 이번 총파업과 마찬가지로 안전운임제에 대한 내용이었다. 당시 국토부가 낸 보도참고자료를 보면, 국토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파업’이라고 지칭했다. 화물연대 파업 취지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논박하지 않고,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해 물류 차질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그런데 이번 파업을 앞두고 국토부는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3일 보도참고자료에서 화물연대 파업을 ‘파업’이 아니라 ‘집단운송거부’로 지칭했다. 화물연대 조합원인 화물차주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아니지만 노동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는데, 이에 따라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고 파업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담긴 것이다. 국토부는 그러면서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수출입 화물 수송 차질을 초래하는 등 국가경제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노동계에서는 한국이 추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기본협약)이 지난 4월 발효됨에 따라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화물차주는 자영업자이고, 화물연대가 노사관계에 따른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지난해의 ‘파업’ 단어 사용이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요 항만이나 사업장 출입구 봉쇄, 도로 교통 방해, 차량 파손이나 방화, 운송에 참여하는 비조합원들에게 위협을 하는 사례 등을 불법행위로 본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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