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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의 강' 이전, 이재명이 만든 '염치의 강'부터 넘어야

뉴데일리

중국 송나라 때 선사(禪師) 오조 법연(五祖法演, 1024∼1104년)에게는 삼불(三佛)이라고 불리는 뛰어난 제자 세 명이 있었다.

어느날 법연이 제자들과 함께 밤길을 걷다 바람이 세게 불어 손에 들고 있던 등불이 꺼졌다.

앞이 칠흑처럼 캄캄해져 걸음을 걷기 힘들어지자 법연이 제자들에게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를 묻었다.

이에 불감 혜근(佛鑑慧懃)은 "오색찬란한 봉황이 붉은 노을 아래에 춤춘다(彩鳳舞丹宵)", 불안 청원(佛眼淸遠)은 "쇠 뱀이 옛길을 건넌다(鐵蛇橫古路)", 불과 극근(圓悟克勤)은 "발밑을 조심히 살피라(照顧脚下)"고 말했다.

법연의 칭찬을 받은 제자는 훗날 벽암록(碧巖錄)을 지은 극근이었다.

'삼불야화(三佛夜話)' 혹은 '조고각하(照顧脚下)'로 알려진 이 이야기의 교훈은 참다운 선(禪)은 허망한 이상을 좇는 게 아니라 현실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고, 진정한 구도자는 남을 비판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지기들과 나라 정세를 논할 때 '앞이 안 보인다'는 탄식이 많이 나왔다. 급변하는 여론의 추이를 거론하며 '이제야 서광이 보인다'는 낙관론자도 있었으나, 바람 앞의 등불(風前燈火)이 아니라 법연과 제자들처럼 '아예 등불이 꺼진 형국'이라는 염세적 견해를 보인 이들이 더 많았다.

분명한 건 평안이나 희망 같은 긍정의 언어보다 불안, 우려, 절망 같은 부정의 언어가 밥상머리에 더 많이 오르내리는 시대가 됐다는 점이다.

등불이 꺼진 칠흑 같은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발밑'을 조심하는 것이다. 바로 앞에 낭떠러지가 놓여 있을 수 있고, 한 번 빠지면 나오기 힘든 늪지대가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다.

등불을 꺼뜨린 스승이나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을 원망할 겨를이 없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먼저 고개를 숙이고 발밑을 살펴야 한다. 내가 아닌 타인에게 눈이 돌아가는 순간 넘어지고 부딪혀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요즘 방송이나 신문을 보면 '네 탓이오'를 외치는 정치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잘못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기보다 남을 탓하고 헐뜯어 자신만 돋보이려는 이기적인 인간들이 수두룩하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은 결과를 위해 과정을 생략하는 우(愚)를 범했다. 비록 국무회의를 거쳤다고는 하나 대다수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계엄 선포는 아무리 취지가 좋았다 하더라도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를 기화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정의의 사도처럼 들고 일어나 여권과 지지층을 맹폭하는 건 더 기막힌 일이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들어 발의한 탄핵소추안은 총 29건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기록이다. 이 중 민주당 주도로 13건이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에 접수됐다.

야당의 '줄탄핵'으로 공직자들의 손발이 묶이면서 국정이 마비되고 행정에 큰 공백이 생겼다. 민주당이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수준을 떠나 사실상 지배하는 '갑'의 횡포를 부리면서 삼권분립의 대원칙, 헌법정신이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거대 야당이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위원장 탄핵, 국방 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고 통탄했다.

야당의 '줄탄핵'으로 행정부가 마비되고 사법부가 유린당했다면서 '국헌문란', '국정농단'을 일으킨 세력을 단죄하고자 극약 처방을 내리게 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해명'을 듣고, 방법은 틀렸으나 취지엔 공감한다는 이들이 많아졌다. 사상 초유의 계엄·탄핵 사태로 전 국민의 이목이 정치권에 쏠리면서 △행정부를 무력화시키고 △방송과 공권력을 장악한 뒤 △국방·안보·경제에 절실한 예산까지 삭감해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한 민주당의 만행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죽하면 대통령의 계엄령을 두고 '계몽령(啓蒙令)'이었다는 말까지 나올까.

그러나 민주당은 지금도 '남 탓'만 하고 있다. 대통령이 극약 처방을 내리게 된 배경은 살피지 않은 채 나라가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진 책임을 온전히 대통령과 여당에 돌리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당연히 사과나 반성하는 모습도 찾아 보기 어렵다. 특히 윤 정부 출범 후 헌재에 접수된 공직자 탄핵안 13건 중 8건이 줄줄이 기각됐음에도 민주당은 '탄핵할 만했다'며 자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되레 법원의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을 겨냥해 "범인 도피를 도운 심우정 검찰총장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라며 "염치가 있다면 스스로 사퇴하라"는 목소리까지 냈다.

도대체 누가 염치(廉恥)가 없다는 건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줄탄핵으로 민생과 직결된 행정기능이 마비된 것은 물론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제대로 대응도 못하는 신세가 됐는데,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민주당은 사과는커녕 여전히 '묻지마 탄핵'을 강행하며 정부를 무시하고 짓밟는 폭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사상가 관중(管仲)은 '예의염치(禮義廉恥)'를 나라를 버티게 하는 네 가지 덕목, 즉 '사유(四維)'로 꼽았다. 그는 이 중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둘이 끊어지면 위태롭게 되며, 셋이 끊어지면 뒤집어지고, 다 끊어지면 그 나라는 멸망한다고 강조했다.

예의가 없고 의리도 없으며 청렴하지 못한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한다면 '갱생'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마지막 '부끄러움'마저 느끼지 못한다면 남은 미래는 '파멸'뿐이라고 관중은 경고한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지적하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사람은 사리분별을 못하는 무지한 사람이거나, 갱생불가 존재인 파렴치한(破廉恥漢)일 것이다.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 편을 보면 "군자는 모든 잘못을 자기에게서 찾고, 소인은 모든 잘못을 남에게 돌린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는 말이 나온다.

굳이 공자의 격언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자신이 잘못해 남에게 피해를 끼쳤으면 즉시 반성하고 사과하는 게 인지상정이요, 상식이다.

등불이 꺼져 암흑 같은 세상이 됐는데 민주당은 여전히 등불을 꺼뜨린 스승과 바람만 원망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으면 겸손히 고개를 숙이고 한발 한발 조심히 살펴 걷는 게 상책이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남 탓만 하는 자가 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건 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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