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 담은 담론
만델라효과 대표 표본처럼 돼 가는 대한민국
망각되고 있는 그 시절의 그 노력 되살릴 때
<용의 전설>
용(龍)은 기린‧봉황‧거북이와 함께 사령(四靈) 즉 전설상의 신령한 네 가지 동물로 일컬어진 존재다. 특이하게도 동서양 모두에 용의 신화는 존재한다. 서양에서는 드래건(dragon)으로 불렸으며, 1527년 간행된 어린이교양서 훈몽자회 (訓蒙字會)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미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동양의 용은 사령 중의 으뜸으로 꼽힐 정도로 신성시됐다. 동아시아에선 용을 영수(靈獸)로 호칭하며 매우 귀히 여겼다. 용은 임금의 상징이었으며 지금도 ‘용꿈’은 길몽(吉夢) 중의 길몽이다.
드래건‧용의 모양은 기막힐 정도로 흡사하다. 저널정보 사이트 ‘academic-accelerator.com’에 의하면 게르만족 설화(說話)에 등장하는 게르마닉 드래건(웜‧Wyrm)은 동양의 용처럼 날개가 없고 날씬한 몸매였다. 구미(歐美)에서 날개 달리고 뚱뚱한 지금의 드래건 이미지가 고착화된 건 J. R. R.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의 판타지소설 반지의 제왕(Lord of the Rings) 등장 이후다. 즉 드래건도 본래는 용과 모습과 비슷하다.
때문에 주류‧재야 사학계에서는 용이 환상종(幻想種)이 아닌 머나먼 태곳적에 실존했던 동물이었고, 그 기억이 인류의 이동과 함께 동서양으로 퍼져나간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심심찮게 제기된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최초로 인류문명이 태동한 중동의 천지창조(天地創造) 신화에도 용이 등장한다. 바빌로니아의 창조서사시 에누마 엘리시(Enûma Elish)는 염수(鹽水)를 상징하는 신 티아마트(Tiamat)가 담수(淡水)의 신과 서로 섞이면서 시작된다. 티아마트는 용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용처럼 터무니없는 헛소리로 치부됐으나 단서가 발견됨에 따라 실존했을 가능성이 높아진 동물도 있다. 대략 서기 5~6세기까지 대륙에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짐조(鴆鳥‧짐새)는 온 몸에 독기를 지닌 것으로 기록됐다. 한고조(漢高祖)의 아내 고황후(高皇后) 여치(呂雉)가 정적제거 때 자주 쓴 게 짐새로 담근 술이었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박멸된 짐새는 사람들 기억에서도 사라졌다. 송(宋)나라 이후부터 그저 “독 있는 새라니. 별 웃기는 소리구만” 재미있는 옛 이야기 쯤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근세 들어 뉴기니섬에서 깃털에 맹독(猛毒)을 품은 피토휘(pitohui)가 발견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피토휘는 수동적 자기방어를 위해 풍뎅이를 잡아먹고 그 독을 체내에 축적한다고 한다. 뉴기니 원주민들은 잘못 맛봤다가는 황천길이 기다리는 피토휘를 “쓰레기 새”라고 부르지만 흉년이 들거나 하면 깃털‧껍질을 제거하고 숯가루를 발라 구워먹는다고 한다.
물론 필자가 ‘용은 실재(實在)했다’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나 세상엔 두 눈으로 목격하기 전까진 믿을 수 없는 별 희한한 동물들이 많다. 지금은 모든 인류에게 친숙해진 코끼리‧기린‧타조‧오리너구리 등등도 문명사회에 처음 소개됐을 때는 일대 센세이션 일으키고 모두를 까무러치게 했다.
<집단 기억오류>
만델라 효과(Mandela effect)라는 게 있다. 다른 말로는 집단적 기억오류(collective false memory)다. 당초 피오나 브룸(Fiona Broome)이라는 재야의 자칭 초자연적 현상연구자가 제시한 개념이었지만 2021년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대중화 된 용어다.
개념 유래는 남아공 8대 대통령이자 그야말로 대공무사(大公無私)‧무사무편(無私無偏)의 화신이었던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생몰연도 1918~2013)다.
1990년대 초까지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인종분리정책)로 악명 높았다. 백인 전용 장소에 ‘명예백인’ 일본인을 뺀 유색인종은 결코 출입할 수 없었다. 특히 흑인은 거의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취급을 받았다. 이에 항거한 만델라는 종신형(終身刑)을 선고 받고 무려 27년 동안 투옥됐다.
국제사회 탄원 앞에 석방된 만델라는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스스로의 분노‧권력을 위해 역차별 가하거나 종신집권 꾀하지 않았다. 그는 백인을 용서하고 포용하는 한편 헌법(憲法)이 부여한 임기가 끝나자 미련 없이 권좌에서 내려왔다. 상당수 자칭 인권운동가들이 권좌에 앉은 후 권력에 취해 더 악랄한 독재자‧가해자가 되는 것과는 정 반대였다.
그런데 2000년대 상당수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난데없이 ‘만델라는 1980년대에 옥사(獄死)했다’는 이상한 집단 기억오류가 난무했다. 2009년 유엔(UN)이 7월18일을 만델라의 날로 지정하는 등 만델라가 재차 언론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그제야 많은 미국인들은 “응? 안 죽었네” 의아해했다.
원인으로는 특정세력의 지속적인 기억오류 주입이 꼽힌다. 1980년대에 “내가 만핵관(만델라 핵심관계자)이자 후계자다” “나도 민주화 투사다” 식으로 만델라 이름을 팔아 이득 취하려 한 일부는 그릇된 정보만 중점적으로 퍼뜨렸다. ‘사짜’들은 눈물팔이를 위해 “만델라는 아마도 앞선 정치범들처럼 옥중횡사(獄中橫死)할 것”이라거나 멀쩡히 살아 있는 만델라 흉상(胸像)을 세우려고 모금했다. 당시 만델라는 영어(囹圄)의 몸으로서 외부와 차단됐기에 이를 알 턱 없었다.
<최소한의 그 무언가도 사라졌던 2023년>
오늘은 2023년의 마지막 날이다. 본 개담을 쓰는 지금 이 시간으로부터 대략 12시간 후면 2024년 갑진년(甲辰年)의 새 해가 뜬다.
유년시절에는 2024년이 되면 UFO가 날아다니고 이티(ET)와 손가락 교감할 줄 알았으나 그런 것 없지만 아무튼 새천년하고도 24년이 더 지났다. 수도권 폭설(暴雪)주의보가 내려진 터라 지는 해 뜨는 해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어느덧 거뭇거뭇 수염 난 대한민국 아저씨가 된 필자도 감개무량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필자 뇌리에는 그래도 1990년대 초반까지는, 물론 일부 사회적 부조리와 인권‧노동 사각지대도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대한민국은 웃음이 넘치고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의욕이 물결쳤던 것으로 기억난다. “잘 살아보자”는 일념(一念) 하에 민관(民官)이 합심했으며 때문에 천하의 소련도 대한민국에게 손 벌렸다. ‘길거리 개도 만 원짜리 지폐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돈 게 1980년대였다. 선출직 등을 제외한 상당수 대한민국 공직자들께는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공무원은 사기업(私企業) 취업에 실패한 사람이나 하는 직업으로 여겨졌다.
지금과 비교하면 가히 천지차이였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자조적 목소리, 자학사관(自虐史觀), 영끌인생, 한탕주의, 풍자를 빙자한 냉소적 적대감, 이용하고 배신하기, 각자도생, 범죄, 남탓, 빈곤 등이 사회를 휘젓고 있다. 길거리에선 훈육(訓育) 겪지 못한 10~20대들이 마약하고 술 마시고 중범죄 저지르고 있다. 한 정당은 마약수사하지 말라고 윽박 지른다. 미디어는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묘사한다. 최소한의 그 무언가도 사라진 세상, 동물의 왕국이다.
오래 전 특정세력 집권 이후 대한민국은 만델라 효과의 표본(標本)처럼 되고 있다. 다가오는 청룡(靑龍)의 해에는 국민적 빅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그 이벤트를 통해 모두가 망각했던 기억을 되살리고 모두 손잡고 하나의 목표 즉 민생국력(民生國力)을 향해 전진하게 되길 진심 또 진심 기원한다. 사신(四神) 중의 사신인 청룡의 기운이 모쪼록 이 강산을 다시 활력 넘치게 만들길 간절히 희망한다.
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앞으로도 좋은 칼럼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다른 모든 분들도 희망찬 새해 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