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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이 2심에서 뒤집혔다. 의원직 박탈형인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과 달리 2심이 돌연 무죄를 선고하자 법조계가 경악하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날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권 가도에 청색불을 켜준 셈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15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고 향후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또 민주당은 20대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 원도 반환해야 한다.
◆法 "'김문기 몰랐다' 허위사실 아냐"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이 대표의 '김문기 몰랐다' 발언을 처벌 할 수 없다고 봤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발언은 인식에 관한 것을 짧고 명확하게 말한 거라 교유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곧바로 인정할 정도의 여지가 없다"며 "행위에 관한 발언이 아니기 때문에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 대표가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했다'는 취지로 기소된 발언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서 마치 제가 (김문기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조작된 것'이라고 말한 것은 김문기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라며 "확장해석을 하더라도 골프를 같이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대표의 '성남 백현동 식품연구원 땅의 용도 변경은 국토교통부 협박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도 처벌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3차례 공문은 법률상 근거 명시와 독촉 취지로 볼 수 있다"며 "어쩔 수 없이 했다는 발언을 허위로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1심은 이 대표의 백현동 발언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법조계 "대한민국 뜨고 싶을 정도"
이날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내 주변 대부분의 법조인이 이번 판결을 두고 '정신 나간 판결'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판사가 탄핵이 두려워서가 아니라면 도저히 저렇게 판결할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이 대표의 발언을 전체적으로 평가나 의견 표명으로 해석한 것은 법적으로도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이라며 "이번 판결은 일반적인 법조계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당혹스럽다"고 비판했다.
조상규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도 "이 대표가 '김문기를 몰랐다'고 말한 것은 명백한 사실관계 진술이지 어떻게 그게 의견 표현이라는 말이냐" 반문하며 "이는 기존 허위사실 공표 판례에 비춰도 부끄러운 판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판결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대법원이 신속히 파기환송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을 뜨고 싶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은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은 해석이 안 된다"며 "이상한 논리를 들이대 '허위가 아니다' '거짓말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꿰어 맞춘 아주 전형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李 재판 지연에 면죄부 준 꼴"
법조계에선 항소심 재판부의 형량이 이 대표의 재판 지연 전술 판을 깔아준 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대표의 재판 지연 꼼수에 대한 철퇴 목적으로라도 감형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이 대표의 2심 선고가 내려지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909일이다. 이 기간 법원 송달 서류를 7차례 미수령했고, 재판에도 6차례 불출석했다. 기일 변경 신청은 5차례,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2차례 이뤄졌다.
1심 재판이 진행된 800일 동안에도 이 대표는 재판에 6차례 불출석하고 기일 변경을 5차례 신청했으며 법원 서류를 4차례 받지 않아 재판 진행에 반복적으로 차질을 빚었다. 2심 기간인 104일 동안에도 ‘폐문부재’(당사자가 없고 문이 닫혀 있음)를 이유로 2차례, 이사불명을 이유로 1차례 송달이 무산됐다.
현재 이 대표가 연루된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 외에도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쌍방울 대북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등 총 5건에 달한다. 관련 재판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기일 변경 신청은 총 9차례,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2차례, 불출석은 27차례, 법원 서류 미수령은 26차례에 이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유죄가 나왔다면 양형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의 괘씸죄가 반영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런 논의조차 무의미해졌다"며 "재판 지연조차 완전히 면죄부를 받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는 더 이상 의회의 단순한 권력자가 아니라 의회 독재자라고 불러야 할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중 위증교사 사건은 506일,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은 735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은 287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은 125일째 1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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