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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군이 기습적으로 점령했던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이 약 7개월만에 결국 러시아군에 탈환됐다. 애초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도박이었지만, 전선 확대에 따른 부담이 커진 가운데 미국의 군사 및 정보지원이 중단된 8일 동안 우크라이나 군의 방어력이 급격히 약화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이에따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쿠라이나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30일 휴전안'을 앞두고 협상 카드 없이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며칠 동안 러시아군의 신속한 진격으로 인해 남아 있던 우크라이나군은 극심한 공격 속에서 점점 고립됐고 지난 주말까지 쿠르스크에서 거의 철수했다.
우크라이나군 참모본부는 이날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했던 전략적 거점 수자(Sudzha)에서 철수했음을 공식 인정했다. 수자는 우크라이나가 군사령부를 설치했던 주요 행정 중심지로, 지난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내로 진격하며 장악한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군의 공세에 밀려 쿠르스크에서 점령한 1368㎢의 영토가 현재 약 78㎢에 불과할 정도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합세한 공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국경까지 후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각 과정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의 일부 병력이 여전히 저항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 "우크라이나군을 완전히 포위했다"며 "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항복 아니면 죽음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우크라이나군이 포위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군이 정확한 임무를 수행하며 방어전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아나톨리 바르힐레비치 참모총장을 전격 경질하고 안드리 흐나토프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쿠르스크 지역에서의 연이은 후퇴가 전격적인 참모총장 교체 배경이란 분석이 나온다. 흐나토프 신임 참모총장은 남부 헤르손 탈환 작전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이후 동부 전선 지휘관을 거쳐 부참모총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패퇴한 결정적 원인 중 하나는 미국의 군사지원 중단이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백악관 회담이 파행으로 끝난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를 일시 중단했다. 이 중단은 11일 양국이 30일간의 휴전안에 합의하면서 지원이 재개되기까지 약 8일간 지속됐다.
미국이 군사 지원을 재개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이미 전장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이 제공해오던 위성사진 접근 권한이 끊기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정찰 및 작전 계획 수립이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집중 공세를 퍼부을 때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쿠르스크에서의 후퇴는 단순한 전술적 패배를 넘어, 향후 휴전 혹은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크라이나는 애초 쿠르스크 점령지를 헤르손·자포리자 등 자국 동남부의 러시아 점령지와 교환하는 영토 협상을 구상했지만, 이번 패배로 협상력을 잃고 말았다.
뉴욕타임즈(NYT)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를 점령함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 했지만, 지금은 러시아가 이를 이용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장교 안드리이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쿠르스크 작전은 사실상 종료됐다"며 "이제 우리는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군사 전문가들은 애초에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를 점령하려 했던 전략이 전력을 지나치게 분산시키는 무모한 선택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말부터 우크라이나의 보급선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며 후퇴 경로를 차단하는 전략을 구사했고, 북한군의 인해전술이 더해지면서 전황은 더욱 악화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보급선을 공격하면서 보병을 대거 투입했다"며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병력 부족으로 포격과 드론 사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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