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체포 시민, "민주가 공화(共和) 위협해" 유치장서 서신

지난 18일과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법에 시위대가 난입해 집기와 유리를 부수는 등 폭력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당시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고 주장하는 한 시민이 쓴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1일 페이스북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저는 애국자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서신이 공유되고 있다.

해당 글의 필자는 자신이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를 앞둔 지난 18일 오후 6시30분께 서부지법 담장을 넘다 현행범으로 체포돼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강서경찰서로 이송된 뒤 조사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필자는 자신이 현재 유치장 안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언제부턴가 이 땅의 '민주'는 '공화(共和)'를 위협해 왔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민주적 권력 아래 우리 사회 '공화'를 위협한 수많은 정책과 입법이 반국가 세력의 이적행위"라며 "이것이 계엄을 통해 대통령이 국민께 알리고자 한 진실"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날 대한민국의 폐단은 애국민들의 민주적 의사결정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며 "수십 년에 걸쳐 국가 시스템을 장악해 온 반국가 세력은 민주주의를 마비시켜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기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또 "반국가 세력은 먼저 언론을 장악했고, 정권은 세무조사와 과징금을 빌미로 주요 보직 인사에 개입했다"면서 "가짜뉴스와 정치공작을 일삼는 레거시 미디어는 이제 권위를 잃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튜브와 SNS가 진실을 유통했고 대통령 지지율은 과반이 넘었으며 탄핵찬성 집회와 탄핵반대 집회의 규모는 수십 배가 넘는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는 서울서부지방법원 담벼락을 침입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고 말했다. 이어 "반국가세력은 민주주의 이전에, 제 개인의 이성과 자유의지를 모독했다"며 "우리 개개인을 사리 분별하지 못하고, 빼앗긴 주권을 스스로 복권하지 못하는 패배자로 규정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고자, 빼앗긴 주권을 되찾아 다시 시민으로 거듭나고자 담벼락을 침범했다. 의심할 여지 없는 반사회적 행동이자 위법행위며 체포 과정에서 시민과 경찰 사이 심한 몸싸움이 일었던 점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했다.

필자는 "혼란한 시국 대통령을 체포한 공권력의 정통성을 의심하는 제게, 어쩌면 위법행위는 예정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며 "이러한 의심을 사상의 자유가 허락하는 선에서 추구하고자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주어질 처벌에 순응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하지만 얻은 것도 있다. 시민으로 거듭났다. 생각했고, 행동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보다 행동을 숙고하고, 철저히 준법할 것"이라면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저보다 현명한 방식으로 시민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와 관련해 총 90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이 중 6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3명에 대해선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며 지난 20일 기각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24명은 석방되거나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