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한 대행 탄핵에 이어 다수의 국무위원을 탄핵해 국무회의를 마비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친명(친이재명) 일색 지도부가 일단 선을 긋고 나섰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마음이 급한 민주당이 이를 현실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한덕수 권한대행이 시간을 지연해 내란을 지속하고 있다"며 "탄핵 절차를 바로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을 계기로 입법 독재에 이어 행정 전반에 걸쳐 '점령군' 노릇을 하겠다는 심산이다. 이어 "국무총리 탄핵이 3분의 2 이상 돼야 한다는 말은 틀렸다"며 "국무위원 탄핵은 과반수 찬성으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특히 다수의 국무위원을 탄핵해 국무회의를 마비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국무위원 총원이 16명인데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직무 정지 상태라 15명"이라며 "국무위원 5명을 탄핵하면 국무회의가 (안건을) 의결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무회의가 돌아가지 않으면 지금 올라간 법안들은 자동으로 발효된다"며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라고 칭해지는 이상한 모임에 (국무위원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서 있었던 사람들을 한꺼번에 탄핵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명(비이재명)계로 불리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원내대변인이 친야 방송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결국 지지층과 일반 여론의 차이를 감지해 보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이 대표의 재판 일정보다 헌법재판소 (윤 대통령) 탄핵 결정이 먼저 나와야 하고, 대선도 그만큼 빨라져야 하기에 실제로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이미 24일까지 내란·김건희특검법이 공포되지 않으면 즉각 한 권한대행 탄핵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런데 한발 더 나아가 국무회의를 마비시키겠다는 구상까지 드러낸 것이다.
15인~30인 이하로 구성되는 국무회의의 최소 의사 정족수는 11명이다. 노 원내대변인의 말대로 국무위원 5명이 탄핵당하면 남아있는 국무위원이 10명으로 줄어 국무회의를 열 수 없게 된다. 한 권한대행이 탄핵당하게 되면 재의요구권도 사용할 수 없다.
국무회의가 마비되면 법안 공포는 국회의장 몫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헌법 제53조는 확정된 법률을 공포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공포하도록 하고 있다. 국무회의가 마비되면 법안을 심의하지 못하게 돼 자동으로 법안이 확정되고, 이를 국회의장이 공포하면 된다는 논리다.
총리실은 법률적인 문제를 더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 제89조는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은 국무회의에서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국무회의 마비 시 자동으로 발효되는지에 대한 선례가 없어 법조계에서도 견해가 갈리고 있다.
여론의 반응은 좋지 않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원하고 있지만, 조기 대선을 노리는 민주당은 '중도층'을 외면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 정부와 여당도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국무총리실에서는 "의원 숫자가 가장 많은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 그런 상태까지 염두에 두고 진지하게 말한 것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지금 필요한 것은 협치와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이라고 밝혔다.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자 민주당도 노 원내대변인의 발언에 선을 그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노 의원의 개인적인 고민의 결과로 이해하면 된다. 당내에서 논의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 내부에서도 이런 의견을 피력하는 인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 원내대변인은 원내지도부와 다양한 전략과 현안을 다룬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소통이 잦은 인사가 사견을 말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뉴데일리에 "당내에 다양한 의견이 있고, 지도부에서도 이런저런 의견이 나오는 상태"라며 "(지도부에서는) 검토했다기보단 이런 안도 있다는 정도이고, (지도부 외) 당내 이 대표를 걱정하는 분들이 빠르게 일을 추진하자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 국무회의 마비론까지 나온 것은 초조함의 발로라는 분석이 많다. 윤 대통령 파면이 불발되거나 시간이 지체되면 이 대표의 대선 가도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 대법원 선고는 내년 5월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달 1심에서 당선무효형(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10년간 제한된다. 친명계 입장에선 최대한 빠르게 대선을 치러야 '대통령 이재명'을 만들 수 있다.
불안정한 현재 헌법재판소 체제도 손 봐야 한다. 헌법재판소 완전체는 9인 체제다. 하지만 현재 국회 추천 재판관 3인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6명만 남아 있는 상태다. 6인 체제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이뤄지면 1명만 반대해도 탄핵안이 기각된다.
민주당은 자당 몫(2명)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여당이 자당 몫(1명) 인사 추천을 미루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본인들 몫 인사들의 임명 절차를 23~24일 진행하고 있다. 24일 청문보고서 채택, 26일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 처리가 예정돼 있다. 27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 준비 기일에 새로 임명된 재판관이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8인 헌법재판소'라도 만들어 파면 가능성을 높이고 정당성도 높이겠다는 뜻이다.
이런 민주당의 구상은 한 권한대행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추천해도 임명권자의 임명 절차가 있어야 한다. 한 권한대행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특검법 공포 시한을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24일로 못 박은 이유다.
민주당은 이미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 공포를 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고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 권한대행이 24일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추진이 어렵다는 의사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총리의 말은 시간을 지연해 내란을 지속시키겠다는 것 외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며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바로 개시하겠다"고 했다.
27일 이전에 한 권한대행과 국무위원을 무더기로 탄핵해 국무회의를 마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민주당 내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한 권한대행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친명계로 불리는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시간을 너무 많이 주는 것보다는 다양한 방법을 써서 국정을 빠르게 정상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새 정부가 빠르게 출범해야 결국 안정이 되는 것이다. 정상적인 헌재 체제가 작동하고 파면 결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국정 안정의 첫 번째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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