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역사 초유의 '청하나'(경찰청장을 지칭하는 내부 은어)와 '명하나'(서울청장) 동시 긴급체포 사태로 경찰 내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경찰 스스로 '서열 1위'와 '서열 2위'를 체포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당장 내부에선 현 사태에 대한 비관과 분노를 넘어 향후 주요 수사 및 인사 공백 우려가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11일 오전 3시 49분 조 청장과 김 청장을 긴급체포했다.
이들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 전면 출입통제 조치를 두 차례 내려 계엄 해제안 의결을 위해 국회 본청으로 향하는 의원들의 출입을 막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조 청장은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경찰력을 보내 계엄군의 계엄 집행에 협조한 의혹도 받는다.
특수단은 전날 오후부터 조 청장과 김 청장을 각각 서울청 마포청사와 서대문 경찰청에서 조사했는데, 긴급하게 신병확보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체포했다.
체포된 조·김 청장은 조사를 마친 뒤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됐다.
이 같은 초유의 사태에 경찰 내부에선 분노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소속 한 경찰 관계자는 "워낙 성정이 꼼꼼한 분이라 계엄 해제 다음날 국회에 불려갈 때만 해도 별 일 있겠나 싶었다"며 "다들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 관계자도 "대통령 한 명의 그릇된 선택 때문에 몇 명이 희생돼야 하는 거냐"라며 "청장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수뇌부를 탓하기 보단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에 더욱 충실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망 '폴넷'에도 "우리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 중 계엄사령관 명령에 거부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가 청장이어도 그랬을 것 같다" 등 글이 다수 올라왔다.
그런가 하면 경찰 특수단의 선제적 조치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이 경찰 수뇌부를 셀프수사한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윗선부터 제대로 수사함으로써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검찰에서 경찰 수뇌부에 대해 먼저 신병확보를 한다면 수사 동력을 잃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긴급체포까지 할까 생각도 했지만 특수단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경찰과 검찰, 공수처는 계엄 사태 관련 수사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한 피의자를 놓고 구속영장 신청 또는 청구를 남발하는가하면 압수수색 영장 신청도 여러 차례 제기하고 있다. 특히 경찰로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관련 자료는 확보하고도 신병확보(구속영장 발부)는 검찰에 선수를 빼앗긴 점도 크게 고려할 수밖에 없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수사와 내년 예정된 경찰 인사 등 행정도 무기한 '올스톱' 될 것이란 우려도 상당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내년 초 약간의 조직개편이 예정돼 있었으나 지금은 무기한 연기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연초 인사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 과정을 거쳐 조 청장과 김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체포 이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않거나,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받지 못한다면 석방해야 한다.
현재 이호영 경찰청 차장과 최현석 서울청 생활안전차장이 각각 경찰청장과 서울청장 직무대리를 수행 중이다.
경찰청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을 중심으로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 나갈 것"이라며 "경찰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엄정하게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국민의 안전한 일상 확보에 빈틈이 없도록 주어진 소임을 충실히 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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