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州) 상원의원으로 활동해온 한국계 정치인 데이브 민(민주)이 미국 연방 하원에 처음으로 입성하게 됐다.
CNN·NBC·ABC방송 등은 13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47선거구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89%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민주당 데이브 민 후보가 당선됐거나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민 후보는 50.9%(16만4372표)의 득표율을 기록해 49.1%(15만8460표) 득표한 경쟁상대인 스콧 보(공화) 후보를 눌렀다.
해당 선거구는 미국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선거구 중 하나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당 차원에서도 자금과 인력 등 화력을 쏟아부으면서 총력을 기울인 탓에 5일 선거 후 8일 만에 당락이 결정되게 됐다.
민 후보는 개표 초반에 근소한 차이로 열세를 보이다가 중반을 넘어가며 전세를 뒤집었다.
이 선거구는 로스앤젤레스(LA) 남쪽 오렌지카운티에서 한인들이 특히 많이 사는 어바인을 비롯해 헌팅턴비치와 라구나비치 등 해안의 부촌을 아우르는 지역이다.
2022년 선거에서는 현재 재임 중인 케이티 포터 민주당 하원의원이 공화당의 같은 후보 스콧 보를 4%P 차(52%-48%)로 누른 바 있다.
이번에 민 후보는 같은 당의 포터 의원이 연방 상원에 출마하면서 포터 의원의 지지를 업고 연방 하원에 도전하게 됐다.
민 후보는 최근 오렌지카운티 내에서 전보다 강해진 공화당 지지세에 맞서 쉽지 않은 선거전을 치렀으나, 첫 출마에서 선전하며 결국 민주당 의석을 지키게 됐다. 이 지역구의 경우 수년간 민주당 유권자 비율이 더 높았지만, 10월 말 기준 공화당 등록 유권자가 400여명 더 많았다.
연방 하원 출마는 처음이었지만, 지난 4년간 캘리포니아에서 주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이 지역에서 정치적 기반을 다져온 것이 당선의 주효한 밑거름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민 후보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선거 승리를 선언하면서 "많은 사람이 미국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미국을 포기할 수 없다"며 "나는 의회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자유를 보호하며 경제적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민 후보는 미국에서 태어나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엘리트 출신의 한국계 이민 2세대 정치인이다.
1976년생인 그는 펜실베이니아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쳐 법학을 공부한 뒤 캘리포니아로 돌아와 캘리포니아대 어바인(UC어바인) 법대에서 상법 교수로 교편을 잡았다. 교수가 되기 전에는 증시 규제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기업 감시를 담당하는 변호사로도 일했다.
한때 척 슈머 민주당 연방 상원 원내대표의 경제·금융정책 고문을 지냈으며 워싱턴DC의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에서 경제 정책을 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의원으로 활동하면서는 오렌지카운티 박람회장에서의 총기 전시회를 중단하게 하는 등 총기 규제 강화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친환경 정책 입안 등에 앞장서 왔다.
이로써 지금까지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당선된 한국계는 첫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 하원의원(뉴저지)을 비롯해 △3선에 성공한 영 김(공화, 캘리포니아 40선거구) △매릴린 스트리클런드(민주, 워싱턴 10선거구) 의원 △초선에 당선된 데이브 민(민주, 캘리포니아 47선거구) 후보 등 4명으로 늘었다.
3선에 도전하는 미셸 박 스틸(공화, 캘리포니아 45선거구) 의원도 현재 86%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50.4%를 득표해 경쟁 후보인 민주당 데릭 트랜 후보(49.6%)를 0.8%P 차로 앞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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