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무늬만 제3자 추천 김건희특검법을 내고 여당에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에는 민주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이 담겨 있어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마련한 김건희특검법 수정안은 그간 국민의힘이 문제 삼은 내용을 대폭 수용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오늘이라도 특검법 협상안을 내놓으면 민주당은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과거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주장했다"면서 "한동훈 대표는 사법부를 겁박하지 말고 김건희특검법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수정 김건희특검법을 내겠다며 여당의 동참을 요구했다. 여당의 구미가 당기도록 우선 수사 범위를 줄였다. 13가지였던 기존 특검법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태균 의혹 등 2가지만 문제 삼았다.
추천권도 변화를 줬다. 대법원장이 4명을 추천하고 야당이 2명을 추려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민주당은 '제3자 추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게 돼 여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제3자 추천을 앞세우며 정작 법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추천된 후보들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야당이 국회의장을 통해 대법원장에게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심어놨다. 민주당이 대법원장 추천 인사가 마음에 들 때까지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런식의 행태는 민주당이 해병순직특검 관철을 위해 이미 시도한 방식이다. 지난 9월 한 대표가 제3자 추천 해병순직특검을 받을 용의가 있다고 하자 같은 특검 추천 방식으로 여당에 러브콜을 보냈다. 당시 국민의힘은 전형적인 '함정 법안'이라며 퇴짜를 놨다. 여당은 "겉과 속이 다른 수박 특검법"이라며 민주당의 꼼수를 비판했다.
민주당이 던진 '수정 김건희특검법'은 오히려 국민의힘을 결집시키고 있다. 친윤(친윤석열) 인사들과 친한(친한동훈)계 모두 한목소리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졸속입법이자 입법 농단"이라며 "수사를 정치에 이용하는 민주당의 입법 농단에 국민의힘이 놀아날 이유가 없다. 꼼수 악법은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오히려 지난 김건희특검법 표결보다 이탈표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친한계에서 나온다. 지난 10월 김건희특검법 국회 재의결 당시 국민의힘에서 4명의 이탈표가 나왔다.
한 대표와 가까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수정된 김건희특검법은) 정치적 플러팅으로 친한계를 꼬시는 것에 불과하다"며 "여당 의원들이 아무리 생각이 조금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대통령 헌정을 중단시키려고 하는 야당의 의도에 우리가 맞춰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난감한 입장이다.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오는 15일(공직선거법)과 25일(위증교사) 연이어 열리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김건희특검법 발의와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면서 여론 파급력도 떨어진 상태다. 여당 내 선의의 반란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정치적 상황도 답답하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건희특검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줄이는 만능열쇠라는 대전제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결국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맞물리면서 민주당이 장기적 안목보단 당장 조기 대선을 해야 한다는 급박함 때문에 작은 사안에 목을 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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