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가 여당의 반대에도 여당을 배제하는 내용의 상설특검 추천 규칙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운영개선소위원회로 회부했다.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피해 가고자 기존 제도인 상설특검을 꺼내 든 더불어민주당이 특검마저 야권 단독으로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운영위는 16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운영개선소위로 회부했다.
이날 소위로 회부된 규칙 개정안에는 '대통령 또는 대통령과 민법 제779조에 따른 가족에 해당하는 자가 위법한 행위를 해 수사 대상이 되는 경우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은 특검 후보를 추천할 수 없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상설특검은 별도 특검법 없이 특검을 가동할 수 있다. 기존 법률에 따라 실행되는 만큼 대통령 거부권 대상이 아니다. 민주당은 이 점을 노려 상설특검 강행을 벼르고 있다.
핵심 쟁점은 특검 구성이다. 상설특검 구성에 관한 현행 규칙은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국회가 추천한 4명 등 총 7명으로 특검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국회는 제1·2교섭단체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2명씩 추천하게 되는데, 민주당에서 2명만 추천하게 되면 추천위에서 과반을 차지할 수 없어 규칙 개정을 통해 여당 추천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상황에 따라 '룰'을 손 보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처음 상설특검을 도입할 당시 민주당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이유로 현행 규칙을 제정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김건희특검법'이 두 차례 무산되자 특검에 방해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자 자신들이 제정한 규칙마저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은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소관 상임위원회인 운영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무난히 통과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운영위와 법사위 모두 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야권의 일방적인 진행에 반발해 퇴장한 뒤 표결에 불참했지만, 야권 단독으로 의결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근본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 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과거 민주당이 소수 야당이던 시절 '여야 동수 추천 원칙'을 주장했던 모습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라며 "반헌법적 국민 기만 상설특검법 국회 규칙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운영위는 이날 예산안의 본회의 자동부의 대상에 예산 부수법안을 제외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소위로 회부했다.
현행법상 예산안을 다음 달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다음 국회 본회의에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이 자동부의되는데, 임광현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부수법안 자동부의를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황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연말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국회의장이 부의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에서 꼼수를 냈다"며 "정부 예산은 조세법률주의에 의해 세액부수법안과 함께 올라가야 한다. 예산은 예산대로 법안은 법안대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예산부수법안을 자동부의법안에서 제외하면 예산은 올라가도 법안이 올라가지 못하기에 결과적으로 예산이 통과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의 내용을 되짚어보면 발목 잡고 통과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다수당과 국회의장이 영향을 끼쳐 좌지우지하게 된다면 우리가 여태까지 자동부의제를 통해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정해 국정을 원활하게 했던 기존 법체제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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