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與 '2026 정원 원점 논의' … 의료계, 이제 카드 받아야

대통령실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의 '여야의정협의체' 구성 제안에 "긍정적"이라고 입장을 밝히면서 의료개혁 '원점 논의'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 대표의 의정 갈등 중재안을 두고 이견을 보인 추경호 원내대표가 '원점 논의'로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6일 "(여야의정협의체 구성) 제안에 긍정적"이라며 "의료계가 대화의 테이블에 나오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대 정원 문제는 의료계가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제로 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로비에서 현안브리핑을 통해 "의료 공백 해소와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여야의정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한 대표는 "의대 증원 문제로 장기간 의료 공백이 발생하면서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응급 의료 불안이 크다"며 협의체 구성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여야의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료 현장의 진료 서비스를 정상화하면서 의료 개혁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협의하고, 의대 증원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원내대표도 기존 입장에서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당정 갈등 확산을 자제하려는 듯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한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당내에서 분출하는 보건복지부 장·차관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이라도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포함해 의료개혁 문제에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정부와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가 전날 대통령실에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을 재차 전달한 가운데, 그간 정부의 목소리와 보조를 맞춘 추 원내대표도 '원점 논의'를 거론하며 한 대표의 제안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추 원내대표는 "당과 정부는 여전히 의료계가 빨리 대화 테이블에 돌아와 논의에 참여하길 기다리고 있다"며 "의료계도 조속히 대화의 장으로 돌아와 전문적·과학적 수요 예측에 기반을 둔 증원 규모 의견을 제시하고 함께 적정 규모에 대한 합리적 방안을 찾자"고 요구했다.

추 원내대표는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필수 의료 정상화하고 지역 의료 살리기를 위한 의료개혁은 반드시 성공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가파른 고령화,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 격차를 감안하면 의사 증원 자체는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의료 대란을 둘러싸고 한 대표와 당 내부 의원, 정부의 의견이 다소 엇갈린 데 대해 '당정 갈등' 우려가 나오자 "의견차는 없고 갈등 기류는 없다"며 "걱정하는 지점이 달라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당과 정부가 의료개혁과 관련해서는 입장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정 갈등의 책임자에 대해 당에서 경질 요구가 이어진 데 대해서는 "국민과의 소통에 있어서 다소 부족한 점이 있어 그런 문제가 언급된 것 같지만, 지금은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라며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추 원내대표는 이어 "소통 중에 부족한 점이 있으면 꼼꼼하게 현장 문제를 살피고 차질 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하기에 지금 시점에서 인사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면서도 "일관되게 현장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열린 자세로 겸손하게 소통하는 노력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당의 입장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는 "응급실은 붕괴 직전 상황이고 중환자실, 수술방도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할 만큼 위태롭다"며 "정부와 여당이 제로 베이스로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의료계도 전면 백지화만 고집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가 없다면 기피과 문제는 지속될 것이고, 수도권-지역의료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이대로 의료 붕괴를 향한 치킨게임이 지속돼 정책 추진이 중단된다면 입시 문제는 물론 의사 수 확충을 요구했던 국민적 바람이 산산조각이 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개혁의 정책 설계가 왜 잘못됐고 무엇을 바로 잡아야 하는지 함께 테이블에 앉아 대화에 나설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