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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매체 “한국, 핵폭탄 갖게 되면… 피날레는 아마겟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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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진않아도

“1년 내 제조… 이미 4000개 이상 가능”
“무기화 유리한 위치… 시작하면 못 멈춰”

아마겟돈 상징 이미지. 픽사베이

아마겟돈 상징 이미지. 픽사베이


한국이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면 중간 단계에서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 이미 1년 안에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장비와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10년 전 기준으로도 4000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미국 전문가는 추정했다.

핵폭탄을 갖게 되면 ‘북한과 서로 무기를 축소하는 상호 군축 협상을 하기 더 쉬울 수 있다’는 낙관론과 그보다는 ‘군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맞선다. 지도자들이 핵무기 사용을 선택지에 올리면 한국 측 핵폭탄 개발의 끝은 공동 파멸이 될 수 있다고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우려했다.

“한국 핵폭탄, SF 아니라 리얼리티쇼”이코노미스트는 15일(현지시간) ‘한국이 핵폭탄을 갖게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핵무기 개발 능력과 정치적 가능성, 그 결과 등을 심층 진단했다.

이 매체는 한국 내 핵무장 논의를 전하면서 “이 시나리오는 한때 공상과학처럼 보였던 것보다 리얼리티쇼에 더 가깝다”며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초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숙고했다”고 전했다.

핵무기 개발에 대한 지지 여론이 북한의 핵무기 증가로 일부 높아진 점도 언급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인용한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약 70%의 한국인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도 주민 김영식씨는 이코노미스트에 “핵무기가 없다면 한국은 북한과 싸울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과거(박정희 대통령 시절) 핵무장을 시도한 적이 있다”며 “이 구상은 최근 몇 년간 비주류에서 주류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핵무기 개발 언급 후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핵무기로 동맹국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미국 핵잠수함이 1981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한국에 파견되기도 했다.
 

“트럼프, 한국 핵무기 개발 장려할 수도”

문제는 이런 조력이 미국 정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재임 시절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올해 한국 전문가와 공무원 1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독립적 핵무기 보유에 찬성한 비율은 3분의 1에 그쳤다. 하지만 핵무장에 반대하는 한국 전문가의 과반이 “미국을 우선시하는 대통령이 미국을 이끈다면 (핵무장) 지지 여론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연평도 주민 김씨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라면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할 이유가 더 커진다”며 “미국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쇼에는 분명한 전편이 있다”며 1970년대 초 미군이 베트남에서 패배에 직면하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주한 미군 6만3000명 중 2만명을 철수시킨 사례를 들었다. 당시 닉슨 대통령도 아시아 동맹국에 “자체 안보에 대한 책임을 더 많이 지라”고 요구했다.

그 시절 서울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근무했던 리처드 롤리스 전 미 국방부 부차관은 이코노미스트에 “미국의 지속력에 대한 엄청난 불확실성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박정희 정부가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던 배경이기도 했다. 롤리스가 이 계획을 폭로하자 미국은 한국에 압력과 함께 안보 보장을 약속했다. 한국은 197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같은 미국 우선주의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법 측면에서 닉슨 대통령과 다를 것으로 본다. 매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의 핵무장 추진에 동의하거나 심지어 격려할 수 있다”며 “확장 억제(핵 억제)를 미국 이익에 대한 냉정한 계산이 아닌 자선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CIA 국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는 한국의 자체 핵 능력 개발에 대한 질문에 “북한의 무기고를 감안할 때 우리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합리적”이라고까지 말했다.
 

“한국 1년 만에 핵무기 개발 가능”

한국은 이미 마음만 먹으면 스스로 핵무장을 할 수 있는 나라로 평가받는다.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전문가와 외교관은 한국이 단 1년 만에 첫 번째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민간 원자력 산업을 발전시켜왔다. 이 분야 엔지니어링 능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전국에 보유한 원자로가 26개다. 한국 기업들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체코에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정승훈 기자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정승훈 기자


미국 로스앨러모스에서 핵연구소를 운영했던 핵물리학자 지크프리드 헤커는 “(핵 분야에서) 물리학과 과학은 이미 끝난 상황”이라며 “필요한 건 훌륭한 엔지니어링인데 그들(한국)은 핵 관련 엔지니어링의 모든 측면에서 정말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한국에 부족한 건 핵폭탄 원자재, 즉 재처리된 핵연료에서 나온 고농축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다. 한국은 현재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를 재처리하지 않는다. 민간 원자로에서 사용하는 농축 우라늄은 수입한다. 한국이 핵연료를 대규모로 재처리하거나 농축하려면 새로운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하지만 민간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비축하고 있다”며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5년 미국과학자연맹 찰스 퍼거슨 회장은 논문에서 한국이 4000개 넘는 폭탄을 만들 만큼 충분한 재료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 장치 완성만으로는 멈출 수 없어”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완전한 핵무기화’를 추진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봤다. 한국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단거리 및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개발한 상태다. 핵무장을 하지 않은 나라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도 개발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앤킷 판다는 “그들은 이미 자체적인 미사일 강국”이라며 “다른 핵 확산국에 비하면 전례가 없다”고 매체에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첫 번째 핵 장치를 완성한 뒤에도 거기서 멈출 수 없을 거라고 관측했다. 북한과의 본격적ㅇ니 핵 경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 프로그램은 북한이 자체 프로그램을 가속화하도록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가 이를 도울 수도 있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 수십 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규모는 2030년 전까지 수백 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북한과 동일한 수의 폭탄을 보유할 필요는 없겠지만 먼저 공격받은 뒤에도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핵 옵션은 일방통행 티켓”이라며 “앞으로 나아가면 뒤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K팝·김치 아니라 핵폭탄으로 유명해질 것”

이코노미스트는 “핵무장은 한국의 이미지를 극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세계에 대중음악과 김치로 알려지기보다 핵폭탄으로 정의될 것”이라고 봤다.

NPT를 무시한 핵 보유로 국제 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 ​​핵물질을 감독하는 국제기구인 핵공급그룹(NSG)은 회원국에 한국과의 협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의 핵 수출 산업은 붕괴하고 국내 원자로는 가동이 중단돼 한국 전력 생산의 약 30%가 상실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핵 실험을 할 경우 미국 법은 무기 이전과 이중 용도 기술 수출을 중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7년 경북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가 2023년 3월 처음으로 기지 밖에서 발사대 전개훈련을 진행한 모습. 연합뉴스

2017년 경북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가 2023년 3월 처음으로 기지 밖에서 발사대 전개훈련을 진행한 모습. 연합뉴스
중국이 가할 조치도 한국 경제에 부정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2017년 미국이 한국에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배치했을 때 내린 조치보다 훨씬 더 가혹한 제한 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며 “한국 수출의 약 20%가 중국으로 향하고, 한국은 핵심 소재 상당 부분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한국의 핵무장은 미국의 확장 억제력에 의존하는 다른 나라에도 핵무기 개발과 보유의 동기가 될 수 있다. 롤리스 전 부차관은 “고양이 한 마리를 가방에서 꺼내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고양이가 나오게 된다”고 비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핵무기에 대한 오랜 혐오감을 극복할 수도 있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지도자들이 핵 방아쇠에 손가락 얹는다면

핵무장이 한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하게 갈린다.

옹호론자들은 “북한에 대응하려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더 강력한 재래식 전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핵무기의 특별한 공포만이 억제에 필요한 심리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게다가 양측이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상호 군축을 협상하기가 더 쉬울 수도 있다”고 해설했다.

핵무기가 한반도를 훨씬 더 위험한 곳으로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전 소장은 “남북 모두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어떤 평화가 가능하겠느냐”며 “군축을 가능하게 하는 대신 군비 경쟁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양쪽의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들이 핵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게 될 것”이라며 “이 드라마의 피날레(결말)는 그들이 실수로 아마겟돈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718433?cds=news_media_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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