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원전,화재로 냉각탑 손상 … 러·우크라 '네탓 공방'

러시아가 점령한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 단지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 11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했다. 현재 방사능 수치도 정상이며 화재로 인한 폭발 가능성도 없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책임을 돌리며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AFP 통신, BBC 방송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냉각탑 중 하나가 손상됐다.

러시아 당국자는 방사선 수치는 정상이고 화재로 인한 폭발 가능성도 거의 없으며 냉각탑에 난 불이 발전소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인근 도시 에네르호다르에 공격을 가해 화재가 발생했다"며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돌렸다.

러시아 국영원전기업 로사톰은 성명을 내고 "8월 11일 오후 8시 20분과 8시 32분께 자포리자 원전의 2개 냉각탑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 공격용 드론(무인기)에 직격돼 내부 구조에 화재가 발생했다. 오후 11시 30분께 큰불이 잡혔지만 냉각탑 내부구조가 심각하게 손상됐다"며 이번 화재의 원인이 우크라이나의 '핵테러'라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이 시설에 불을 질렀다"며 "러시아는 필요할 경우 자포리자 원전을 파괴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핵재난을 안겨줄 수 있음을 암시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포리자 원전이 있는 에네르호다르 인근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냉각탑 안에서 오토바이용 타이어를 태워 화재를 꾸며냈다며 "아마 이건 일종의 도발이거나 (러시아군이 작년 댐을 무너뜨리기 전까지 원전 냉각수 공급용) 저수지였던 이곳 주변 주민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려는 시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화재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내 최대 30㎞ 지점까지 진입해 엿새째 지상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국경에서 각각 25㎞, 30㎞ 떨어진 톨피노와 옵스치 콜로데즈에서 우크라이나군 기동대의 돌파 시도를 차단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누적 병력 손실은 최대 1350명, 지금까지 탱크 29대 등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냉각탑 화재에도 불구하고 "핵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