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업자들로부터 '뒤봐주기' 대가로 거액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항소심 재판이 약 17개월 만에 재개됐다. 1심이 유일하게 유죄로 판단한 불법 정치자금 5000만 원 수수 혐의를 곽 전 의원이 또다시 전면 부인하면서 항소심에서도 해당 혐의는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곽 전 의원 측은 16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이창형) 심리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남욱에게 받은 5000만 원은 불법 정치자금이 아니라 변호사비였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곽 전 의원은 김만배씨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만든 화천대유자산관리와 하나은행의 컨소시엄 와해 위기를 무마를 위한 알선 대가로 아들 병채씨를 통해 약 50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제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천화동인 4호 남욱 변호사로부터 현금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 1심은 지난해 1월 곽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을 제외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만배가 곽병채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 돈이나 이익이 공소사실로 기재된 알선과 관련이 있거나 그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곽 전 의원이 받은 50억 원이 대장동 사업 '뒤봐주기'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김만배가 곽병채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 돈이나 이익을 곽 전 의원이 직접 수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결혼해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해 온 병채씨가 받은 돈을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없다고 봤다.
◆"상도 형이 무죄 받도록 도와줬다"… 선임계엔 박영수 이름 적혀
곽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돈 빌려줬다가 선거 때 받으면 그것도 정치자금인가. 일을 해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합리적인 보수로 받은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라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남욱 변호사도 당시 건넨 돈은 변호사 성공보수였다며 "김만배가 '상도 형이 네가 무죄를 받도록 많이 도와줬으니 찾아가 성공보수를 드려라'라고 말했다"고 같은 취지로 주장한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2009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장동 공영개발을 추진하자 이를 민간개발로 바꾸도록 도와달라는 부동산개발 시행사의 부탁과 함께 8억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구속기소 됐으나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 사건에서 남 변호사는 곽 전 의원과 함께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10여명 규모의 변호인단을 꾸렸다. 그러나 선임계에 곽 전 의원의 이름은 없었다.
법원은 이들이 작성한 변호사선임계가 없는 등의 이유로 곽 전 의원이 수수한 금액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인정했다. 이들의 공통된 주장에 오히려 변호사법 위반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몰래 변론'을 또다시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몰래 변론은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형사사건 무마 등을 조건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행위다.
자료가 남지 않아 변호사협회 등 감독을 피할 수 있어 탈세가 가능할 뿐 아니라 고위 법조인이 존재를 숨기고 활동할 수 있어 전관특혜가 근절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2015년 이를 근절하기 위한 변호사법 개정을 국회에 제안했다. 국회가 이를 받아들여 2017년부터 몰래 변론은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의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검찰 "유죄 인정된 공소사실만 봐도 1심 벌금형 너무 가벼워"
한편 검찰은 항소심 공판준비 과정에서 곽 전 의원 부자간 뇌물 혐의 공모관계, 정치자금 5000만 원 추가 수수 등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1심이 혐의 대부분에 무죄를 선고하자 추가 수사를 거쳐 아들 병채씨를 공범으로 기소한 데 따른 것.
검찰은 지난해 2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1심 판결은 제반 증거와 법리에 맞지 않은 부분이 있고 곽상도 부자가 경제공동체가 아니라는 논리는 사회 통념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항소이유서에 김씨가 병채씨를 통해 곽 전 의원에게 금품을 교부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대장동 일당이 곽 전 의언과의 유착을 강화하기 위해 병채씨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는 게 검찰의 일관된 주장이다.
검찰은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도 "유죄로 인정된 공소사실만 보더라도 1심이 내린 벌금형은 너무 가볍다"며 "피고인의 지위, 사회적 영향력, 수수한 금액 등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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