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 속에 중동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의 적대적 국가들과 협력 강화에 나섰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17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양국간 다양한 분야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고령의 국왕을 대신해 사실상 사우디의 정상 역할을 하는 실세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정치, 통상, 경제, 에너지 등 러시아와 사우디간 여러 분야의 의제가 논의됐다"며 "양측이 상호존중을 토대로 한 현재 우호관계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양국 지도자는 특히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틀 내에서 긴밀한 협력을 계속할 중요성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OPEC+는 사우디 주도의 기존 OPEC에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이 모여 공급량을 조절하는 협의체로, 국제유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우디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압박에도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써온 국가다.
미국은 OPEC+와 연계된 사우디와 러시아의 협력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사우디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고유가를 활용한 전쟁자금 추가 확보를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에 원유 증산을 압박했다가 사실상 거부당한 바 있다.
◇사우디, 이란과도 관계 개선…美 대선정국 혼돈은 점입가경사우디는 마찬가지로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이란과도 관계 개선을 향한 행보에 속도를 더했다.
이란 ISNA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마수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이날 통화를 하고 여러 분야의 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대적인 온건파이자 개혁파로 분류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5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강경파 사이드 잘릴리 후보를 꺾고 당선돼 대외관계에 소폭이나마 변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로, 앙숙이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2016년 단절된 외교관계를 중국의 중재 속에 지난해 3월 복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이란도 동맹국들의 안보에 해를 끼치는 국가로 산주, 이란의 대외관계 확장을 경계하고 있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이어가는 러시아에 자폭 드론 등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중동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에서도 하마스를 지지하면서 중동 내 친이란 대리세력의 군사행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사우디의 러시아, 이란 밀착은 미국의 정치권 대혼란 속에 이뤄져 더 주목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 암살 시도를 겪으며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 동정 여론 등으로 크게 힘을 얻고 있다. 이에 경합 주에서 우세를 보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반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고전한 뒤 당내 후보 사퇴론에 시달리는 등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대러시아 제재를 주도해왔으며 러시아, 이란, 사우디 등 권위주의 국가에 인권, 법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등 서방의 가치를 압박해왔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그대로 장악한 채로 전쟁을 끝낸다는 입장이며 외국 내정이 자국에 별도 이익이 없으면 간섭하지 않는 고립주의 성향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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