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국 대사관 관계자들과 국제 전문가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도전요소로 권위주의 체제와 불안정한 국내정치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원 세종연구소(이사장 이용준) 안보전략센터장은 2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4년 세종연구소 민주주의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세종 민주주의 서베이 2024'(Sejong Democracy Survery 2024) 결과를 발표했다.
'세종 민주주의 서베이 2024'는 세종연구소가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기간 중 전 세계 전문가 3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인태지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를 ▲권위주의 체제와 불안정한 국내정치 ▲지정학적 긴장과 외부로부터의 압력 ▲언론의 자유도 감소, 역정보, 기술을 통한 정보조작 등 순으로 꼽았다.
권위주의 체제와 불안정한 국내정치와 관련해서는 인태지역 내 권위주의적 관행의 증가, 내부의 정치적 약점, 포퓰리즘, 정치적 폭력 등을 지적하며 민주주의의 후퇴, 권위주의 정권의 독단적인 행동, 선거조작에 대한 우려를 강조했다.
지정학적 긴장과 외부로부터의 압력에 대해선 지정학적 경쟁의 복잡성,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외부의 영향, 대만해협 안보 문제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같은 국가의 비자유주의적 압박, 역사분쟁, 동맹의 변화, 주요 강대국의 경제적 압력 등이 지역 긴장을 유발하고 민주주의 규범을 약화한다"고 꼬집었다.
언론의 자유도 감소, 역정보, 기술을 통한 정보조작도 큰 우려사항이다. 응답자들은 디지털 시대의 민주적 담론과 정보의 무결성에 대한 위협의 중심에 소셜 미디어(SNS)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차원의 사이버공작은 기존의 역정보 공작을 넘어선 수준으로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민주주의 기관과 주요 인프라, 그리고 선거를 겨냥해 민주적 거버넌스를 방해하고 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약화하며 선거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내부 요인과 외부요인이 서로를 강화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과의 구분이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고 설문결과를 분석했다. 그는 "국가 내 포퓰리즘의 부상(내부 요인)은 종종 해외발 허위정보(외부 요인)에 의해 촉진된다. 외부 행위자는 내부의 불만을 악용해 허위정보를 퍼뜨려 사회분열을 심화함으로써 민주적 규범에 도전하는 포퓰리즘 운동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기술이 민주주의에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모두 미친다는 응답이 50%에 달하는 것을 두고 이 센터장은 "디지털 플랫폼이 허위사실을 어떻게 확산하는가에 대한 우려가 여러 응답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됐다"며 "포퓰리즘과 양극화의 증가는 기존의 신념을 강화하는 콘텐츠를 조장하고, 비민주적 정권에서 기술이 정치권력 강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담 개최국으로서 한국의 강점으로 ▲민주적 가치 및 규범 증진(32%) ▲지역 및 글로벌 외교(24%) ▲청소년 참여 및 교육(14%) ▲민주주의를 위한 기술과 혁신(14%)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자유민주주의체제로 평화롭게 전환한 강력한 역할 모델"이라며 "한국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 사이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규범을 확립하고 옹호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외교적 입지를 활용해 다자간 포럼을 개최하고 민주주의 국가와 동맹을 구축하며,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국의 중견국 지위와 비대립적 접근방식은 협력을 촉진하고 세계의 공동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민주주의 전환, 기술혁신, 소프트 파워의 경험을 활용해 전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를 결집하는 모범을 보인다"며 전 세계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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