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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지난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기각 5, 각하 2, 인용 1 의견으로 기각하면서 헌법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번 결과는 단순히 한 총리 개인에 대한 판결을 넘어 옳고 그름에 대한 재판관들의 소신이 고스란히 반영된 판결이라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도 매우 긍정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판관 중 3명 이상이 기각이나 각하 의견을 내면 탄핵은 기각될 수밖에 없어서다.
이와 함께 '나홀로 인용' 결정을 내린 정계선 헌법재판관의 과거 이력을 두고 '정치 편향성'이 실체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함께 진보 학술 단체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법연구회에서 활동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과도 다른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무리수를 둬가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어떻게든 진보 진영 재판관을 임명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인용 정족수인 6명을 채우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각이나 각하로 기운 보수 재판관 3명…尹 탄핵도 기대감 커져
이번 한 총리 판결에서 눈에 띠는 것은 정형식·조한창 두명의 재판관이 각하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한 총리 탄핵심판에서의 각하의견은 국회의 의결정족수 문제가 쟁점이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7일, 한 총리에 대한 탄핵의결을 하면서 대통령 탄핵의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2/3, 즉 200명이 아닌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적용했다. 그가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에 불과하기 때문이란 이유였다.
이에 대해 8명의 헌재 재판관 중 정형식·조한창 두 명의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궐위·사고라는 비상상황에서 직무의 공백 및 국가적 기능장애상태 방지를 위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하여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이므로, 권한대행자의 지위는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헌법 제65조 제2항 단서에 따른 탄핵소추 의결정족수(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를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각하 의견을 냈다.
특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국가적 혼란 발생의 방지 등을 위해 탄핵제도의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거대 야당이 다수결을 앞세워 무리하게 탄핵을 남발하는 것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심지어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는 한 총리 탄핵소추 과정보다 더 심각한 절차상 하자, 법률위반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재판관은 기각이나 각하 의견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 총리 사건에서 기각 의견을 낸 5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중 김복형 재판관은 한 총리가 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도 법률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앞서 헌법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건 국회 권한을 침범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때도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국회 본회의 의결 필요성을 강조하며 보수적 입장을 보였다.
◆마은혁 임명 안 한 최상목 탄핵 나선 민주당…한 총리 재탄핵 '겁박'까지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당은 직무에 복귀한 한 대행을 향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과 내란·김건희 여사·채 해병 상설특검 추천 절차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상의 의무를 어긴 이 행위에 대해서 탄핵할 정도는 이르지 않았다는 판결을 국민들이 과연 납득할지 모르겠다"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이 명확하게 정한 의무를 악의를 갖고서 어겨도 용서가 된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한 총리는 위헌 판단이 난 헌재 재판관 미임명 상태를 해소하고 법률에 따라 상설특검 추천 의뢰를 즉시 하길 촉구한다"고 한 대행을 압박했다.
심지어 헌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정족수를 151석으로 정리한 만큼 한 대행에 대한 재탄핵이 가능하다는 강경론도 나왔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장 한 대행에게 마 후보자 임명을 강력히 요구해야 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헌재가 정리해 준 정족수대로 한 대행 탄핵을 다시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지난 21일 발의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오는 27일 본회의에 보고하고 탄핵을 밀어붙일 방침이다. 한 총리 복귀로 각하 가능성이 높은 사안인데도 하루 빨리 마 후보자를 임명하도록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무리수 둬가며 민주당이 목매는 이유…'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까지 염두
이를 두고 일각에선 "'줄탄핵'이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마 후보자 임명에 목매는 이유도, 실익도 도통 모르겠다"는 의견이 나온다.
마 후보자가 헌재에 합류해도 변론에 참여한 법관이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직접심리주의 원칙' 때문에 지난달 25일 변론 종결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문 작성엔 배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만약 마 후보자 합류로 변론이 재개될 경우 새 재판관이 기존 변론 내용을 숙지할 수 있게 녹음 청취나 녹취록을 열람하는 '재판 갱신 절차'에만 1~2주가 추가 소요돼 선고 자체가 더 밀리게 된다.
이런 신중론에도 당 지도부가 마 후보자 임명을 위해 최 대행을 탄핵소추하기로 한 것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각하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당 지도부는 "8 대 0 인용"이란 입장이었지만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일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법조계 한 인사는 "재판관들 의견이 합치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용 정족수 '6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진보 성향의 재판관이 필요하다"면서 "마 후보자가 합류해야만 인용이 가능할 것이라 보니 민주당이 결사적으로 매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의 대통령 당선 이후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말도 나왔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지난 18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마은혁 임명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이 대표가 대선에서 당선됐음에도 3심 선거법 재판이 중단되지 않는 상황을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조기 대선이 치러져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재판이 진행중인 선거법 3심을 중단시킬 생각으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헌법 84조(대통령 불소추특권)의 확장 해석을 구하려 할 경우를 대비한다는 주장이다. 마 후보자가 임명돼야 유리한 헌재 지형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게 진 교수의 논리다.
◆'극좌' 마은혁의 편향성은 정계선보다 더 심해…9명 중 6명이 '우리법'과 연관
마 후보자는 과거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활동 이력 등으로 좌파 성향 판사로 불리운다. 서울대 정치학과 81학번인 마 후보자는 1997년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2년 대구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됐다.
인민노련 창립 당시부터 핵심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지도부에서 이론교육과 선전 부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민노련이 제도권 정당화를 꾀했던 1991년 한국노동당 창당에 참여했고, 1992년부터는 진보정당추진위원회에서 정책국장으로도 활동했다.
또 판사 시절에는 현재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문형배 재판관과 같은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특히 이번 한 총리 탄핵심판에서 '나홀로 인용' 결정을 내린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 정계선 재판관과 서부지법에서 같이 근무했다.
게다가 2009년 노회찬 당시 진보신당 대표 후원회에 참석해 후원금을 낸 사실이 드러나 정치 편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현재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관 8명 중 5명이 '우리법연구회'와 인연을 맺고 있는데 마 후보자까지 추가되면 윤 탄핵 인용 정족수인 6명이 완성된다.
이미선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고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창립멤버 출신이다. 정계선 재판관도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중도로 평가되는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우리법·국제인권법연구회에 소속된 적이 없지만 이 모임의 회장을 지낸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해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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