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에 관한 언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과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며 출발할 당시만 해도 여권 표를 잠식할 것이라는 위기론이 상당했으나 갈수록 주목받지 못하며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창당 전부터 5만 명 이상이 모일 정도로 뜨거웠던 당원 가입은 약 3주째 답보상태이고, 신당에 참여하는 참신한 인재가 없는 상태에서 기존 정당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창당 당시 당원 수 유지하는 개혁신당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개혁신당의 온라인 당원 가입자 수는 5만6764명이다. 오프라인 당원 가입을 합쳐도 6만 명 전후다. 이미 창당 전인 지난달 13일 당원 5만 명을 넘겼지만, 약 3주가 지난 시점에도 당원 수가 크게 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20일 개혁신당 창당 당시 "개혁의 본 게임은 이제 시작"이라며 거대 양당을 향해 "개혁 경쟁의 달리기임을 모르고 나타난 것이다. 이래서는 경기가 되겠느냐"며 경쟁을 자신했다.
개혁신당이 출범할 당시만 해도 여권 내부에서는 상당한 긴장감이 흘렀다. 윤석열정부 국정 드라이브를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반드시 총선에서 승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자구도일 경우 개혁신당 후보가 국민의힘 표를 갉아먹어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득표율 한 자릿수 차이로 패배한 수도권 지역구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현역의원은 물론 예비후보들까지 '이준석 신당을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젊은 유권자를 중심으로 기대를 모았던 것과 달리 개혁신당은 이 대표 측근인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과 김철근 전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이 최고위원과 정책위 의장, 사무총장 등 당의 요직을 맡으면서 '이준석 사당화'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65세 이상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여성 신규 공무원의 병역 의무화 등을 내놨지만, 세대와 성별을 갈라치기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와 합당을 이루며 제3지대 연합의 신호탄을 쏘는 듯했지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개혁미래당(가칭)과 연대에는 선을 긋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두 정당은 이미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에서 파생된 개혁신당이 영남권을 중심으로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 만큼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이 전 대표의 신당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빅텐트를) 칠 수도 있고 안 칠 수도 있다"며 "지금 (개혁미래당 측에서) 나오는 시그널들을 보면 합당을 위한 창당인 것 같아서 우리는 거부한다. 진짜 당신들이 추구하는 이상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각자 개별약진하고 자강한 후에 그 다음 통합을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중량급 인사 없이 공천 불안자만 흡수
개혁신당에 중량급 인사가 합류하지 않는 것도 정치권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김용남 전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해 개혁신당 정책위 의장을 맡았으나, 원래 지역구던 수원병에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출마를 예고하며 국민의힘 공천 탈락을 우려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한 권은희 전 의원의 개혁신당 합류 여부가 거론되고 있다. 권 전 의원의 지역구가 광주 광산을인 만큼 국민의힘보다는 제3지대에서 지역구에 출마하거나 비례대표로 나서는 것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대표는 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권 전 의원은 제3지대에서 상당한 권위자"라고 평가하며 영입을 시사했다.
개혁신당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할 현역이나 공천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비례대표 영입 움직임도 있지만, 이들이 실제로 합류하더라도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1일 '리셋코리아행동' 세미나에서 "민주당, 작은 진보정당, 심지어 윤석열정권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이준석 신당까지 다 합해서 모아도 200석이 될지 안 될지 그럴 정도"라고 진단했다.
이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개혁신당은 조 전 장관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할 계획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개혁신당이 설 전후로 획기적인 전략으로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한다면 이대로 총선에서도 큰 힘을 받지 못한 채 자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개혁신당은 이미 망하는 길을 걷는 것 아닌가"라며 "뭐라도 하지 않는 이상 거대 양당 사이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끊이지 않는 잡음… 정당법 위반 소지로 진정서도 접수돼
개혁신당을 둘러싼 잡음은 끝이 아니다. 정당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경찰에 진정서가 접수된 것이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개혁신당에 대한 진정서가 제출돼 입건 전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개혁신당은 선관위 창당 등록 전 당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정당법상 당원이 될 수 없는 미성년자나 군인 등도 가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들은 가입을 한 뒤에야 정당 가입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탈당을 시도했지만 당원 모집 홈페이지에는 탈당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탈당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정당법 제53조에 따르면 공무원, 군인, 16세 미만 국민 등은 당원이 될 수 없고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부적격 당원에 해당하는 이들이 자체적으로 탈당 절차에 돌입하기 어렵고 처벌 위기에 처하자 경찰에 진정서를 접수하며 도움을 청했다.
다만 개혁신당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당원을 가입하던 당시는 정식 정당 등록 전이기 때문에 당원 신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선 정당법 53조는 위법하게 가입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이고, 개혁신당은 창당준비위원회 단계 때부터 위법 가입은 안 된다, 이중 당적은 안 된다고 안내를 했다"며 "탈당 시스템 역시 창당과 동시에 시스템을 마련해 놨기 때문에 정당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또 "선관위에 창당을 등록한 1월 22일에 탈당을 요청한 분들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서류를 발송하거나 안내를 했다"며 "창준위때도 탈당 의사를 저희에게 표시하면 탈당을 최대한 도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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