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고물가 행진 속에서도 10년, 20년 전 가격을 받으며 서민의 벗이 되어 주는 가게들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해장국 2천 원, 이발비 6천 원을 받으며 장사하는 사장님들의 이야깁니다.
수익은 얼마 안 남아도 이웃이랑 함께라 즐겁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강민경 기자가 담아봤습니다.
[기자]
서울 도봉구의 한적한 주택가.
10년째 이곳을 지키는 중국음식점은 짜장면 한 그릇에 3천 원대 가격으로 사람들을 반깁니다.
"(얼마죠?) 3천9백 원입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정년퇴직한 교장 선생님부터 동네 중학생 아이들까지 손님은 끊이질 않습니다.
함께 살자는 마음으로 가게를 운영한다는 주인은 '착한 가격 업소' 지정이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칩니다.
[유순용 / 서울 방학동 (중국집 운영) : 저는 손님들이 오실 때마다 '사장님 아직도 이 가격이에요?' 할 때가 되게 좀 기분이 좋고 '사장님 잘 견디세요'라고 할 때 제가 좀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뚝배기 가득 담아낸 우거지 해장국에 고봉밥 한 공기.
깍두기를 결들인 든든한 식사가 고작 2천5백 원입니다.
[이호연 / 서울 방학동 : 기사식당 같은 데서 먹으려면 돈 만 원 이상은 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2천 원이면 먹으니까….]
70년 전부터 종로 거리를 지킨 이 국밥집은 매일 찾아오는 단골만 해도 백여 명.
간혹 천 원짜리 석 장조차 못 내는 사람이 오기도 하지만, 사장님은 오히려 베풀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김형진 / 서울 신정동 (해장국집 운영) : 2천5백 원이 없어서 그냥 와서 먹는 분도 계시고 좀 여유가 있으신 분은 오셔서 1만 원 내시고 국밥 한 그릇 드시고 가시는 분도 계셔요. 항상 낮은 데서 돈보다 인간이 먼저다,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웃음이 떠나지 않는 건 바로 옆 골목 이발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발과 염색 모두 6천 원.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이곳을 찾는 어르신의 마음마저 가벼워지는 가격입니다.
[김경환 / 서울 개봉동 : 다른 데 가면 염색하고 이발하면 한 2만5천 원 나오는데 여긴 만2천 원이면 되니까 남는 돈으로 식사할 수 있어서 좋죠.]
값은 싸도 솜씨는 수준급입니다.
50년 경력 이발사의 날렵한 손놀림에선 경륜이 더해진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유병헌 / 서울 창동 (이발사) : 옛날에는 내가 호텔에서만 (이발)했었어요. 손님들이 그냥 싸다고 오는 게 아니고 이발을 잘하기 때문에 오시는 거에요.]
지난 7월 소비자 물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 넘게 오르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만 원짜리 한 장으론 하루를 보내기도 빠듯해진 상황이지만,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가게 덕분에 퍽퍽한 삶 속에서도 마음으로 전해지는 온기만은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와이티엔
https://naver.me/5cA1tU7x
복 받을거임
따뜻하네요
이렇게까지...
고맙네요
꼭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