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공화당 공격에 민주당이 희희낙락한다

트럼프의 공화당 공격에 민주당이 희희낙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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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미 보수주의 대변지 월스트리트 저널 사설
공화당 의원 보복 몰두하는 트럼프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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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AP/뉴시스]지난 6월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로드 투 매저리티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2.08.1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의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복수정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를 정치의 중심 무대에 세우는 것을 좋아하는 건 트럼프가 동료 공화당원들을 향한 보복 캠페인을 지속할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익히 알려진 트럼프의 태도에 비추어도 전 교통부장관 일레인 차오에 대한 공격은 특히 지저분하다.

트럼프는 미치 맥코넬 상원의원 공화당 원내총무가 트럼프 대통령이 1월6일 의회 폭동 사건에 연루됐다고 비난하자 2016년 자신의 대선 출마를 지원했던 그를 "망가진 형편없는 정치인"이라고 폭언했다. 매코넬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한 대법원 판사 지명 문제를 지지했고 지명된 판사들이 상원에서 인준되도록 도왔다.

맥코넬의원이 트럼프의 공격을 무시하자 트럼프는 다시 그의 부인 차오를 끌어들였다. 지난달 20일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맥코넬 의원이 "미친 부인과 가족들이 중국을 부자로 만드는 일을 돕는데 쓰는 시간을 줄이고 공화당 후보 당선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모금한 돈을 다른 공화당 후보를 위해 거의 쓴 적이 없다. 반면 맥코넬 의원의 정치행동위원회는 트럼프가 지지했지만 지지율이 낮게 나타난 후보들을 위해 수천만달러를 썼다. 지난달 24일 트럼프는 "민주당엔 미치 맥코넬이 있고 그의 사랑스런 부인 일레인 '코코(Coco)' 차오를 좌지우지한다. 이 기사 마지막 문장처럼 그와 부인은 절대 처벌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한술 더 떴다. 그는 이 글에 비아냥으로 가득한 온라인 매체 페더럴리스트의 기사를 링크했다.

차오 여사는 중국이 아닌 대만에서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했다. 중국과 대만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뉴욕에서 미국 해운회사 포모스트 그룹을 창업한 제임스 차오의 여섯 딸 중 한 사람이다. 미국 이민 성공 사례다. 차오의 자매 앤젤라가 신임 CEO지만 일레인은 그 회사에서 일한 적도 없고 소유권도 없다.

이 회사는 곡물 등 원자재를 운송하는 벌크선 운영에 특화돼 있다. 포모스트 그룹 선박은 중국 항구에 자주 들른다. 전세계 원자재 거래의 상당부분이 중국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선박의 목적지는 원자재 소유주가 결정한다. 국제 해운업을 하면서 중국 항구를 외면할 순 없다.

일부 포모스트 보유 선박이 중국에서 건조됐지만 지금은 중국과 건조 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 대신 일본에서 건조하고 있다. 앤젤라 차오는 또 중앙은행이 아니라 일반 상업은행인 중국은행 이사회 일원이다. 중국이 1980년 개방을 시작한 이래 수없이 많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회사들과 거래해왔고 경제적, 정치적 개혁을 기대해왔다.

시진핑과 공산당 정치국이 이같은 기대를 무산시켰지만 중국과 거래하는 건 여전히 합법적이다. 트럼프 본인이 2019년 시주석과 "1단계" 무역합의를 이뤘던 것처럼 말이다. 트럼프는 지금 중국과 거래하는 모든 미국인을 배신자 또는 중국 공산당과 동침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차오 여사가 중국계가 아니라면 트럼프가 그런 식으로 비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왜 차오 여사를 장관에 임명했는가? 포모스트 그룹의 기업 역사와 중국과의 거래 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임기말인 2020년 7월에 차오 여사가 "일을 아주 잘한다"고 칭찬까지 했었다. 그해 4월에도 "환상적으로 일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차오 여사를 미워하는 건 맥코넬 의원의 부인이라는 점 말고도 1월6일 의회폭동 뒤 장관직을 사임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원칙이 없다.

민주당 의원들이 차오 여사와 가족들의 추문을 파헤치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교통부 감찰관이 몇몇 잘못을 조사하도록 강제했다. 그러나 차오 여사가 사임한 뒤인 지난해 3월 감찰관 보고서는 "장관과 연방 공무원들이 윤리 원칙과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바이든 정부 법무부도 소추의 실익이 없다며 종결했다.

차오 여사만 치사하게 건드리는 걸 넘어 트럼프는 공화당내 모든 사안을 이런 식으로 대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맞서지는 않고 자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보복에만 몰두한다. 그의 정치는 항상 자기중심적이며 대의명분이 없다. 그의 복수극 때문에 공화당의 중간선거 전망이 어둡다. 좋은 후보를 배제하고 민주당이 바이든 대통령의 실수에 주목하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민주당이 트럼프가 있는 걸 좋아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