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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일기: 2. 심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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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시로티나 연예인

1894년 6월 14일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왓슨과 함께 식사를 했다. 존 왓슨은 아내를 잃은 상처가 3년이 넘도록 쉽게 아물지 않아 어두운 표정이 아직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왓슨을 가볍게 다독거리며 위로를 해 주었다. 이에 왓슨이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 자네에 이어 아내까지 잃고 그 때는 참으로 힘들었지. 그래도 자네는 무사히 부활해서 살아 돌아왔으니, 아내도 돌아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난 죽은 적이 없었어, 왓슨. 아, 물론 그 때 그 상황이 내게 있어서 인생 최대의 위기이기는 했지."

그리고 나는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영국 범죄계의 두목인 제임스 모리어티를 만나고, 그의 앞에서 왓슨에게 남기는 편지를 적고, 모리어티와 격투를 벌이다가 모리어티가 폭포로 떨어지던 일을 생각하면서 왓슨에게 말했다.

"자네가 궁금한게 이거였지? 왜 모리어티가 권총을 들지 않고 맨몸으로 달려 들었으며, 그의 오른팔인 세바스찬 모런은 왜 권총이 아닌 바위로 나를 저격했는지 말이야."

"맞네. 아마 그때는 경찰 수색 과정에서 급히 빠져 나오느라 총을 미처 챙기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네."

"그래, 맞아. 일단 모리어티는 자기 권총을 챙길 시간이 없었지.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조금만 머뭇거려도 곧장 경찰들에게 자기까지 체포되니까. 그래서 내게 경찰이 보낸 전보에서도 교수만 빼고 일당을 전부 검거했다고 했었는데, 사실 세바스찬 모런 또한 모리어티와 함께 탈출했었네. 모런의 경우에는 자기 옆의 길거리 청소부에게 뇌물을 주고 그에게 자기 공기총까지 맡겼는데, 나중에 영국으로 돌아와 공기총을 되찾은 것이지. 몸에 소지하고 있었다면 경찰이 몸수색할 때 금방 발각되었을 거야."

"그냥 권총을 소지하더라도 변장을 하고 빠져나올 수는 있지 않았겠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지. 청소부를 본 그는 자기가 청소부로 변장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도 했지만 그럴 시간까지는 없어서, 얼굴만 그럭저럭 가리고 그 직후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있었지. 그래서 권총은 청소부에게 맡겼지. 자기가 아무것도 소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경찰의 의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경찰이 청소부를 범인이라고는, 또 청소부가 권총을 들고 다닐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할테니 그 상황에서는 좋든 싫든 그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식사를 거의 끝내면서 커피를 따라 왓슨에게 줬다. 왓슨이 커피를 한번 마시면서 또 물었다.

"모리어티가 맨몸으로 자네에게 달려든 것은 그 또한 완력이 센 사람이어서 그랬던 것이었나?"

"그자는 범죄계의 대부이지. 당연히 어느 정도의 무술 실력도 갖추고 있었지. 나도 복싱과 펜싱에 있어서 그리 약한 편은 아니지만 완력은 그자가 한 수 더 위에 있지.  그냥 격투를 했다면 내가 졌겠지만, 예전에 말했다시피 나는 바리츠 기술로 모리어티를 제압했었는데, 이건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유도 비슷한 거라고 보면 되네. 나를 절벽으로 밀어뜨리려는 모리어티의 힘을 역이용해 되려 모리어티를 절벽 쪽으로 내동댕이쳤고, 그자는 비명을 지르며 무기력하게 깊은 폭포로 끝없이 추락했지."

"혹시 모리어티가 용케 살아서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벼랑이라도 땅바닥이 아닌 물에 빠지면 살 수 있지 않을까?"

"라이헨바흐 폭포는 폭포의 길이도 길지만, 깊은 수심은 물론이고 급류도 빠르게 흐르는 데다가, 높은 높이에서 물로 뛰어내리면 몸이 수면에 닿을 때 그 충격으로 기절해서 익사하거나 쇼크로 죽게 되네."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안에 나이 먹은 여자가 들어왔다. 내 하숙집 주인인 허드슨 부인이었다.

"식사 다 하셨군요. 아이구, 요즘은 셜록 선생님 얼굴을 볼 때마다 매일같이 새로운 기분이 드니 정말 행복하네요."

그러자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저도 부인을 이렇게 보게 되니 저 역시 정말 새롭고 기쁩니다."

"손님이 오셨어요. 선생님께 의논할 게 있다고 하네요."

말이 끝나자 동시에 검은 제복을 위엄있게 차려 입은 한 남자가 들어왔다. 멋지게 콧수염을 기른 남자는 우리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더니, 이번에는 나를 보더니 기뻐하면서 말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셜록 홈즈 씨. 이렇게 다시 돌아와 주시니 정말 감격적이군요."

"저도 당신을 다시 보니 반갑습니다. 애설니 존스 경감."

런던 경시청의 애설니 존스 경감은 허드슨 부인이 의자를 갖다 주자 감사해 하면서 의자에 앉았다. 왓슨이 물을 떠 주자 존스는 기뻐하며 물을 한번 마시고 허드슨 부인이 나가자 말을 시작했다.

"오늘 제가 여기를 찾아온 이유는 홈즈 선생님을 오랜만에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당연히 조언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군요.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사건이 생겼나 보군요."

"실종 사건입니다. 한 아내가 사라진지 일 주일이 지나 경찰이 수색하고 있는데 아직도 행방불명이랍니다. 아내 분은 리제스 디바인이라고 하는데, 어지간하면 집을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런 실종 사건이 생겼으니 남편이 죽인 게 아닌가 의심을 받는 중입니다. 아내의 동료 분은 말도 없이 외출한 아내가 며칠째 보이지 않았고, 또 실종 며칠 전에 남편과 사이가 급격히 악화된 점을 들어 남편을 살인자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에 왓슨이 물었다.

"그러면 아내의 시신을 찾기 위해 남편의 집과 그 근처를 수색해 보셨나요?"

"경찰로서 그건 기본이니 당연히 했지요. 하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습니다. 저는 직접 현장에 출두해 경찰들을 총동원해 집 전체를 샅샅이 조사했습니다. 남자의 방부터 시작해서 다락방에서 옥상에 이르기까지. 공기는 물론 바닥까지 먼지로 가득한 지하실에도 기꺼이 들어가 봤고요. 뿐만 아니라 집 근처, 게다가 근처에 크롬웰의 친구가 살고 있다고 해서 그 친구 집까지 쫓아가 그곳까지 모두 철저하게 뒤졌습니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실종된 아내의 남편이라는 자는 누구이며 현재 어떻게 되었습니까?"

"클래런스 크롬웰이라고 하는데, 사업가라고 합니다. 해자로 둘러싸인 제법 큰 집인 블레이드스턴 하우스에 살고 있습니다. 경찰이 상황을 설명하자 크게 반발한 크롬웰은 증거 인멸을 의심받아 현재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경찰들에게 붙잡혀 있습니다. 만약 집을 나서려고 한다면 즉시 체포해서 경찰서에 끌고 가기로 했지요."

그렇게 열심히 설명을 한 존스 경감은 얼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시신은 아무데도 나오지 않고 있어서 조만간 남편을 무혐의로 풀어줘야 할 상황이랍니다."

"클래런스 크롬웰이 아내가 실종되었다는 사건 당일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조사해 보셨나요?"

"남편은 아내가 없어졌다는 사건 당일, 멀리 떨어진 숲의 친구 집에 놀러 다녀왔다고 주장하면서 알리바이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수사는 정말 지긋하기 짝이 없군요."

그러면서 존스는 쪽지를 한장 내밀었다. 내가 넘겨받아 읽어보니 클래런스 크롬웰이 자필로 작성한 진술서였다. 존스가 설명했다.

"필체를 보고 뭔가 수상함을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일부러 알리바이를 입증하는 진술서를 직접 쓰도록 유도했는데, 그것마저 성과가 없었지요."

왓슨도 쪽지를 살펴보았다. 'fix it up'를 포함한 적지 않은 글씨들이 나름 정자로 써져 있었다. 이에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랬군요. 좋습니다. 같이 가 보기로 하지요. 아, 왓슨. 자네도 같이 가 주겠나?"

"물론이지. 혼자 있으면 심심한데 내가 자네를 어떻게 혼자 보내겠는가?"

 

블레이드스턴 하우스는 런던에서 유명한 식당인 카페 로열에서 마차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홈즈 일행이 카페 로열을 지나치려 할 때 존스가 말했다.

"이번 사건을 해결하면 여기에서 식사 같이 어떻겠습니까? 보수 차원에서 제가 대접해 드리고자 합니다."

"그거 좋습니다, 존스 경감. 그렇게 하지요. 아, 저는 카페 로열보다는 저 앞에 있는 남자에게 더 관심이 갑니다만."

내 말에 왓슨과 존스가 돌아보니 근사한 옷차림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왓슨은 유쾌한 표정을 하면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줄무늬 조끼에는 주머니가 네 개 달려 있었는데, 계속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에서 나오는 말투는 왠지 낯설어 보였고 발음도 조금 어설퍼 보였다. 그가 찬 시계를 자세히 보니 노란 공 세 개가 붙어 있는 마크에 케이스에는 '우리는 절대 잠들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를 본 왓슨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에 존스가 자신 있다는 듯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면서 내게 말했다.

"홈즈 선생님, 저는 저 사람에 대해서 잘 압니다."

"아, 정말이신가요?"

"네. 저 사람의 옷차림은 그 미국 핑커턴 탐정 사무소에서 나온 탐정들의 옷차림입니다. 말투 또한 미국인과 같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시계에 쓰여져 있는 문구가 핑커턴의 구호이니 두말하면 잔소리이지요. 따라서 저 사람은 틀림없는 핑커턴 탐정입니다."

왓슨이 감탄하는 표정을 짓자 내가 말했다.

"아니요, 저 사람은 그냥 평범한 영국인입니다. 단지 핑커턴 복장을 하려고 여기 나와서 기념 사진을 찍는 것이지요."

이 말에 존스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위로하는 듯이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저 남자의 옷차림을 잘 보면 알겠지만 갓 나온 물건처럼 지나치게 깨끗합니다. 따라서 저 옷은 옷 가게에서 방금 샀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옷 가게에서 깨끗한 옷을 팔지 먼지 묻은 낡은 것을 팔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세탁해서 나온 옷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세탁소에서 나오는 특유의 세제 냄새가 나야 하는데 그런 건 없잖아요. 특히 저 사람은 미국식 말투를 어설프게 흉내내고 있지만 제가 아는 미국 말투와는 확연히 다른 불완전한 말투입니다. 저 시계는 전당포에서 산 것입니다. 금빛 공 세 개는 전당포의 상징입니다. 직접 가서 물어보시면 알게 되실 것입니다."

내 말에 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홈즈 선생은 모르는 게 없으시군요. 난 아직도 선생을 따라 잡으려면 한참 멀은 듯 하니 이걸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일단 저의 집에 잠시 들르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 아내가 선생님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런가요? 좋습니다. 그 아내의 친구라는 분은 어떤 분이십니까?"

"학생 시절부터 아내와 친구였다고 합니다. 애니야 힉스라는 그 여자는 말도 없이 아내가 사라졌고 남편이 수상한 행동들이 보인다는 이유로 클래런스 크롬웰을 용의자로 보고 있습니다. 아, 저기 마차 왔군요."

우리는 마차에 탔다. 팔짱을 낀 존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다른 사건을 맡고 있어서 제가 오늘 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공로는 다른 경찰들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으니 선생의 추리를 본받아 꼭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갈 겁니다."

"불도그 같은 경감의 능력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그 끈기야말로 제가 본받아야 할 것이지요."

 

마침내 마차는 존스의 집 앞에 섰다. 우리가 들어서자 한 여자가 어린 딸아이의 손을 잡고 마중을 나와 남편을 반겼다.

"어서 오세요, 존스. 여기 이 분들이 셜록 홈즈와 존 왓슨 선생님이시군요."

그러자 내가 말했다.

"맞습니다, 부인. 제가 셜록 홈즈이고 여기 제 친구가 의사인 존 왓슨입니다."

"저는 존스 경감의 아내인 엘스페스 존스라고 합니다. 제 딸은 비어트리스 존스라고 하지요."

엘스페스가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우리는 식당으로 들어섰고, 각자 자리에 앉았을 때 엘스페스가 존스에게 말했다.

"실종 사건에 대해서는 저도 들었어요. 당신은 뭔가 짐작가는 게 있으신가요?"

"나도 모르겠소. 이렇게 실마리가 안 풀리는 사건은 처음이라서."

차를 마시며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벨이 울렸다. 하녀가 존스를 부르자 존스와 엘스페스는 밖으로 나섰다. 내가 밖을 살짝 보니 한 경찰이 존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말을 듣던 존스는 고개를 무겁게 끄덕이며 아내에게 말했다.

"난 잠시 런던 경시청에 다녀오겠어요. 경시청장이 나를 잠깐 급하게 찾는다는군."

"얼마나 걸리세요? 금방 오실 수 있으시죠?"

"물론이죠. 셜록 선생에게 잘 말씀드려 주시면 고맙겠소."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존스가 경찰관과 함께 밖으로 나갔고, 엘스페스가 안으로 들어와 다른 먹을거리들을 조금 더 가져다 주었다.

내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을 때 엘스페스가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과 잠시 할 이야기가 있는데 잠깐이면 되겠어요?"

이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면서 왓슨에게 말했다.

"네. 그렇게 하죠. 왓슨, 조금 심심할 테지만 잠시만 기다려 주게."

"내 걱정은 말게. 마침 비어트리스도 여기 있으니."

나는 존스와 귀여운 여자애 비어트리스를 식당에 남겨 두고 엘스페스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엘스페스는 나를 데리고 집 위층으로 안내했다.

안을 들여다 본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방은 존스의 작업실이었는데, 내가 그동안 해결한 사건들을 왓슨이 글로 남긴 책들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또한 탐정과 추리에 대한 책들 역시 방에 가득했다. 나는 그걸 보면서 존스가 나를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그 마음이 존스 자신의 영혼에 깊숙이 스며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엘스페스가 나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데, 왠지 나를 믿을 만한 사람으로 봐도 되는지 그렇게 묻는 듯한 표정 같았다.

"이왕 이렇게 되셨으니, 선생님께서 제 남편을 잘 지켜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무슨 마음에 걸리는 게 있기라도 하신가요?"

"네. 남편은 모리어티에 관한 악몽을 꾸기도 했고, 또 그 악몽을 수사를 앞둔 어젯밤에 꾸어서 많이 불길해하고 아침에 저에게 꿈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 주었죠. 나는 남편에게 수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자고 설득했지만 남편은 공로를 다른 경찰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서 기꺼이 수사를 자신이 하게 되었죠."

"존스 경감님은 경찰들과 함께 다닐 게 아닙니까. 딱히 경호상 큰 문제는 없을 듯한데 그래도 뭔가 두려워하는 게 있으신가요?"

"비록 경호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암살이라는 게 이 사람 저 사람을 가리지 않잖아요. 특히 꿈대로라면 자기가 믿었던 코앞의 사람이 자신을 기습할 수도 있고, 아, 죄송해요. 제가 너무 근심이 많아서······."

그 말을 들은 나는 살짝 움찔하면서 뭔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엘스페스에게 침착하게 말했다.

"여사께서는 제가 존스 경감을 지켜주시기를 원하시는군요."

"아, 네. 맞아요. 조금 실례되는 것 같아 그렇기는 하지만요."

"걱정 마십시오. 제 친구 왓슨을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주듯이 꼭 지켜 드리겠습니다. 꿈이라는 건 반대로 꾸기도 하니 염려 마십시오."

말을 마친 나는 책상에 놓여 있던 사냥용 채찍을 발견하고 그걸 바라보았다. 채찍은 다소 길지만 들어보니 대체로 가벼웠고 생각보다 예리해 보였다. 채찍을 잡은 내가 엘스페스에게 말했다.

"이건 제가 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괜찮나요?"

"뭔가 생각한게 있으시군요. 빌리셔도 됩니다."

나는 한 손에 채찍을 집고 엘스페스와 함께 방을 나와 원래 식당으로 돌아갔다. 비어트리스와 이야기를 정겹게 나누던 왓슨은 나를 바라보다가 내 손에 들린 채찍을 보고 살짝 긴장하면서 말했다.

"저건 왜 들고 온 건가, 홈즈?"

"왜기는, 써야할 것 같아서 들고 왔지. 권총을 집에 잠재우고 나와 버렸으니, 이거라도 가져가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잠시 후 존스가 돌아왔다. 이에 내가 일어서서 자기의 채찍을 내려다 본 존스에게 말했다.

"경시청장께서 경감님과 상의할 게 있으셨나 보군요."

"그분은 마음이 급하십니다. 서둘러서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아내 동료를 포함한 사람들도 불만이 커지고, 우리 경시청의 입장도 아주 난처해질 수 있으니 최대한 빠르게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하시는군요."

"그럼 지금 당장 떠나기로 하지요. 아, 엘스페스 부인.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마차 안에 있던 내가 마부에게 말했다.

"미국 공사관으로 가세나."

그 말에 왓슨은 의아하게 나를 보았고, 존스 경감도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면서 물었다.

"지금 블레이드스턴 하우스로 가는 게 아니었습니까? 미국 공사관은 왜 가는지 모르겠군요."

그러자 내가 말했다.

"생각한 게 있습니다. 경감님도 저와 함께 동행해 주시면 알 겁니다."

우리는 공사관 철문 앞에 도착했다. 미국 국기가 펄럭이는 공사관 철문을 지나쳐 우리는 활짝 열린 거대한 문 앞에 서 있던 한 늙은 사람과 마주치자 늙은 사람이 말했다.

"저는 참사관인 헨리 화이트입니다. 여기는 어쩐 일이신가요?"

나는 명함을 몇 자 적어서 화이트에게 건넸다. 명함을 살펴 본 화이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 홈즈 선생님의 명성에 대해서는 저도 들어보기는 했죠. 막상 이렇게 만나게 되니 정말 반갑습니다. 공사님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참사관을 따라 서재로 들어섰다. 안에는 한 건장한 남자가 자기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참사관이 명함을 건네자 명함을 읽어 본 남자가 반갑게 손을 내밀면서 나에게 말했다.

"미국 공사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셜록 홈즈 선생님. 저는 미국 공사관의 공사인 로버트 링컨이라고 합니다."

나는 로버트 링컨과 반갑게 악수했다. 애설니 존스가 살짝 의아해하자 내가 말했다.

"미국 대통령인 애이브러햄 링컨의 맏아들입니다."

그러자 왓슨과 존스는 알겠다는 듯이 감탄해하며 링컨을 바라보았다. 링컨과 아내는 왠지 모를 살짝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고, 아내는 작은 여자 인형을 두 개 안고 있었다. 로버트 링컨이 재밌어하며 나를 바라보고 물었다.

"셜록 홈즈 씨, 저에 대해서 뭔가 알아내셨나 보군요. 괜찮으니 어디 한번 말해 주시겠습니까?"

그러자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딸이 둘 있으시군요. 자녀에게 선물할 인형이 두 개라는 점을 보고 알아 차렸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병으로 아들을 싫으셨고요. 아드님 분의 경우에는 예전에 신문을 보고 알았었습니다."

"맞습니다. 딸의 경우에는 제가 따로 언급한 적이 없었으니 모르셨을텐데 그걸 알아내시다니 과연 셜록 홈즈 씨 답군요. 그럼,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에 내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문을 읽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클래런스 크롬웰이라는 사람이 자기 아내를 죽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시체가 나오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 혹시 체포를 하게 되면 미국과 마찰을 빚는 일을 막기 위해 미리 양해를 구하고자 여기 오게 되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놀란 왓슨이 나에게 물었다.

"그 남자가 미국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차린건가, 홈즈?"

"클래런스라는 이름은 미국식 이름이야. 자네도 아침에 봤겠지만 존스가 클래런스 크롬웰이라는 자의 필체가 쓰여있는 진술서를 나에게 줬었는데 'fix it up'라는 문장이 쓰여 있던 것을 기억하지? 근데 이건 영국인들이 쓰는 익숙한 어투가 아니야. 글씨에 묻어 있는 잉크를 살펴보니 펜도 익숙하게 다루는 사람이더군."

그리고 다시 링컨에게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공사님. 물론 미국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 미국 공사관의 일이기는 하지만, 범법 행위를 저지르는 일을 눈감아 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헨리 화이트가 말했다.

"클래런스 크롬웰이 아내를 죽였다는 증거는 아직 안 나온 것 아닙니까?"

"저는 어느 정도 짐작한 게 있습니다. 아마 제 추리가 틀리지 않았다면 범인은 그 자가 맞을 것입니다."

이에 애설니 존스도 정중하게 링컨에게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 자가 영국에서 정의의 심판을 받건, 미국에서 받건 저희는 그 자가 자기가 지은 죗값을 치를 수만 있다면 상관 없습니다."

모든 말을 다 들은 링컨이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는 피곤한 기색을 보이면서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외교관이라도 경찰의 심문을 받은 선례가 없었던 건 아니니 하물며 사업가라고 예외를 둬서는 안 되겠지요. 나중에 공판이 열릴 때 따로 참관을 보낼 생각은 있습니다."

이에 내가 일어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로버트 링컨 공사님."

우리는 밖으로 나섰다. 애설니 존스는 다소 편안해진 표정을 짓고 나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미국 공사의 허락도 받고 일이 이제부터 풀리는 것 같아 조금 다행이네요."

"세상에 완전 범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모르는 범죄도 결국 심판이 기다리고 있는 법이니까요."

 

우리는 마차에서 내렸다. 블레이드스턴 하우스는 이미 열 명 정도의 경찰관들로 가득차 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블레이드스턴 하우스는 존스가 말한 대로 해자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굳게 닫혀있는 창문들에 대문에는 자물쇠도 걸려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는 덤불로 작은 숲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는 신경쓰지도 않고 집 건물 전체를 한 바퀴 둘러 보았다. 

집 근처에는 애니야 힉스라는 실종된 아내의 친구도 와 있었다. 그가 나를 보고 뛰어와 울부짖으면서 말했다.

"홈즈 선생님, 제 친구를 찾아 주시러 와 주신 것 맞으시죠? 제발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크롬웰 그 녀석이 아내를 죽였다고 생각해요! 제 친구는 평소에도 바깥 외출도 잘 안 하고 또 저와 사이가 돈독해서 저에게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질 친구도 아니랍니다!"

나는 위로하듯이 그녀가 내민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몇 가지 더 알아보아야 할 게 있습니다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꼭 범인을 잡아드리도록 할 테니 걱정 마세요. 아, 혹시 크롬웰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그 녀석은 성격도 다혈질이고 술을 좋아하는 데다가 배려심조차 없는 인성파탄자라서 친구도 없습니다. 특히나 그는 어디 멀리 가는 것을 무서워해서 집 밖에 함부로 나가지도 못한다고 알고 있어요."

집 문은 열려 있었고 거실로 통하는 신발장에는 슬리퍼와 샌달 빼고 아무 것도 없었다. 이때 왓슨이 나에게 말했다.

"홈즈, 난 조금 알 것 같아. 지하실을 뒤졌다는 존스의 말 기억하지? 아마 범인은 검은 고양이의 책에서 나오듯이, 지하실 한쪽 벽을 헐어 그 속에 아내를 넣은 다음 시멘트로 벽을 발라 원래대로 복구해서 감쪽같이 숨겨 놓았을 거야."

그러자 내가 말했다.

"여긴 해자로 둘러싸여 있네. 지하실 옆이나 그 밑에 물이 흐르고 있다는 소리이지. 게다가 존스가 한 말 생각 안 나나? 지하실은 바닥까지도 먼지로 가득했다고 했는데, 만약 누군가 며칠 사이에 한번이라도 드나들었다면 먼지가 존스 표현대로 그렇게 쌓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그 정도면 발자국이 남을 테고, 그걸 숨기려고 먼지를 청소하면 바닥 전체도 먼지로 남을 여유가 없게 되지 않겠는가."

내 말을 들은 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는 말씀입니다. 실제로 제가 경찰들과 확인해 보니 발자국은 물론 지하실에는 빗자루 같은 변변찮은 도구 하나 존재하지 않았지요. 저는 이제서야 막 생각난 건데 어쩌면 시신을 저기 덤불에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덤불은 사람 한 명 숨기에는 나름 넉넉한데, 집에만 신경 쓰느라 미처 안 봤지만 지금 막 경찰을 데리고 조사해 보러 갈까 합니다."

왓슨은 덤불 숲을 바라보았다. 덤불에는 꽃을 찾으러 온 나비도 있었고 벌도 있었다. 그걸 본 내가 바람을 한번 맡아 공기가 신선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뒤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덤불에 막 죽은 사람 시신을 숨기면 당연히 저 안은 나비가 아니라 파리와 벌레들로 가득했겠죠. 냄새도 났을 테고. 그런데 지금 그런 냄새는 커녕 공기는 매우 상쾌하지 않습니까."

말을 마치고 집 건물을 다 둘러본 나는 무거운 표정을 지으면서 존스에게 물었다.

"저 해자도 수색해 보셨습니까?"

그 말을 들은 왓슨이 내가 가리키는 곳을 살펴보았다. 해자를 본 왓슨은 자세히 살펴본 다음 나에게 말했다.

"저건 해자잖아, 홈즈. 그런데 저렇게 얕은 해자는 나도 처음 보는군."

경찰관들과 같이 있던 애설니 존스 경감 역시 해자를 한번 보더니 나에게 말했다.

"이런 대저택에 해자가 있는 것도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저곳은 수색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필요가 없었지요. 그렇게 깨끗한 편은 아니지만, 어쨌든 바닥이 보이기도 할 정도로, 또 물에 잠기면 허리까지밖에 차지 않을 정도로 얕은 해자인데 바보가 아니고서야 저런 곳에 시신을 숨겨서 발각당할 짓을 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이에 나는 매우 굳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심각한 얼굴을 하자 왓슨과 존스도 겁먹은 듯하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왓슨이 침착하게 말했다.

"홈즈, 뭐 알아차린 거라도 있나? 저기에 시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 말에 존스가 말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깊은 물이라면 몰라도 저런 얕은 곳에 시신을 감쪽같이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일행이 말을 마치자 내가 날카롭게 말했다.

"해자를 수색하셔야 합니다. 아내 시신은 저 안에 있소. 애설니 존스 경감."

그리고 경찰들이 지키고 있는 애니야를 안타깝게 한번 보고 내가 다시 일행에게 말했다.

"전에 왓슨에게도 그랬지만, 내 말 잘 들으시오, 존스 경감. 불가능한 것들을 제외하고 남은 것은, 아무리 믿을 수 없어도 그게 진실이오. 경감은 이 집 모두를 다 찾았지만 집 어디에도, 방에도 옥상에도 시신이 없다고 했었소. 지하실도 마찬가지이고. 그럼 수색하지 않은 한 군데가 있는데 그게 어디이겠소?"

"아!"

존스는 감탄해하며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는 호루라기를 힘차게 불어서 경찰들을 불렀다. 이윽고 나는 바닥에 내려놨던 채찍을 다시 집어들고 왓슨에게 말했다.

"왓슨,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야. 실종된지 일 주일이라고 했었지. 의사인 자네로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니, 어지간한 담력 정도로는 앞으로 들이닥칠 일을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왓슨을 데리고 존스와 경찰들에게 걸어갔다. 경찰관 여러 명은 해자에 허리를 담그고 갈퀴질을 하면서 수색을 시작했다. 존스가 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크롬웰 놈은 아직 집 안에 있습니다. 도망을 치거나 허튼 수작을 부리지 못 하게 경찰관들이 꼼짝 못 하게 지키고 있지요."

이때 한 경찰관이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돌렸다. 모든 경찰관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향했고 곧 바닥을 뒤집던 경찰관들 또한 경악하면서 몸을 피하려고까지 했다.

존스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이어, 그것이 물 표면으로 드러나와 위에 뜨자 나는 입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닫혀 버렸고, 왓슨과 존스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뒤에 있던 애니야는 크게 비명을 질렀다.

물에 뜬 것은 한 여자였다. 그걸 보았을 때 지독한 악취가 우리 코를 찔렀고,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지고 부패되었으며 온 몸도 상당히 썩어 있었다. 그리고 머리에는 커다란 상처가 나 있었다. 애니야는 시체를 보고 결국 눈물까지 흘렸다.

실종된 리제스 디바인의 부패된 시신이었다.

 

크롬웰은 자기 방 의자에 앉아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때 한 경찰이 안으로 들어와 그에게 말했다.

"경감님이 이만 떠나시겠다고 하십니다. 뭔가 조금만 더 알아보고 싶은 게 있으시니 잠시 나와 달라고 하시는군요."

이에 크롬웰은 그 말만 듣고 크게 기뻐하며 밖으로 나왔다. 해자로 나온 그는 땅바닥에 놓인 아내의 시체를 알아보고 온 몸이 얼어붙었고, 다음 순간 자신을 험상궂게 바라보는 존스를 보고 격한 낭패감을 직감했다. 존스가 말했다.

"난 떠날 걸세. 아, 물론 자네를 데리고 경찰서로 떠난다는 말일세. 자네가 회개할 양심이 남았는지 아닌지 알아보고 싶네. 거짓말은 한 적이 없지."

얼음처럼 땅바닥에 얼어붙은 크롬웰은 순간 고성을 지르며 주머니에 들고 있던 작은 메스를 꺼내 빠르게 존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자가 어떤 자인지 알았던 나는 한 발 더 앞서 들고 있던 채찍으로 그의 손을 힘차게 후려쳤다. 외마디 찰싹 소리와 함께 크롬웰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큰 고통을 느끼며 바닥에 쓰러졌다.

경찰관들이 달려들어 수갑을 채웠고 존스를 보며 약올라 하던 크롬웰은 이번에는 나를 노려보았다. 이에 내가 한마디 날렸다.

"자네 부인이 너 때문에 겪었던 그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이제부터 죽고 나서도 영원히 겪게 될 것이네."

이에 크롬웰이 화가 나서 나에게 소리쳤다.

"난 미국인이야! 공사관에게 전화를 해야겠어. 영장은 있어? 런던 경시청이 프랑스와 다를 게 뭐냐고?"

"이미 미국 공사관에 진작 다녀왔네. 게다가 공판 때 참관까지 오기로 했네. 그동안 너무 지나치게 오랫동안 경찰의 추적을 피해 왔지만, 이젠 잘 가시게."

그리고 더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왓슨과 함께 뒤돌아섰다. 크롬웰은 계속 소리를 질렀지만 내가 다시 뒤돌아보니 경찰들이 달려들어 그의 입을 테이프로 막고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어 나와 왓슨은 존스의 가족들과 함께 카페 로열의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존스 경감이 포도주가 담긴 잔을 들며 만족스러워 하면서 말했다.

"홈즈 선생님 덕분에 제가 런던 경시청장께도 칭찬을 받고 포상 약속도 받으니 정말 기쁩니다. 이 은혜는 죽어서도 잊지 못 하겠습니다."

"끝까지 수사를 포기하지 않은 경감님 덕분에 이렇게 해결이 된 것입니다, 존스 경감님. 아, 왓슨 자네 덕분이기도 하네. 항상 내 곁에 있으면서 조언도 해 주고 나와 같이 있어 주니 더욱 힘이 되고 있으니까."

이에 왓슨은 기뻐하면서 감사했다. 이번에는 존스의 딸인 비어트리스가 나에게 물었다.

"홈즈 선생님. 어떻게 사건을 해결하실 수 있었는지 한번 들어보고 싶어요. 저한테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일행은 그 말에 웃었고 내가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물론이지. 죽은 아내에게는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아내가 자기에게 아무 말 없이 사라질 사람이 아니라고 한 증언을 다들 떠올려 보게. 집 어디에서도 시체가 나오지 않는데 해자가 있는 집이라는 말을 듣고 사실 나는 처음부터 그 해자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네. 남편은 아내가 없어졌다는 날 숲에 있는 친구 집에 다녀왔다는 알리바이를 내세웠는데, 내가 범인의 집을 살펴보니 집은 해자로 둘러싸인 것은 물론 대문에는 자물쇠까지 걸려 있었고 창문까지 굳게 닫혀 있었네. 부인 친구의 증언 기억하지? 그자는 인성파탄자에 밖으로 나가는 것을 무서워해서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굳게 무장된 자기 집 안에만 공성전을 하다시피 틀어박히는 인간이네. 부인 동료 분의 증언을 다 듣고 난 다음 신발장을 살펴 보았는데, 신발을 살펴 보니 집 근처나 어디 가까운 동네에만 어울릴 법한 슬리퍼나 가벼운 샌달 정도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네. 물론 밖에 나가야 할 일이 없었을 테니 그런 신발들 밖에 없는 것이지. 그런 것들로 멀리 떨어진 숲까지 다녀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지."

그러자 친한 친구인 왓슨이 물었다.

"해자에 시신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추리했나?"

"아까 자네도 보았지만 해자는 얕은 것은 맞는데 물은 허리까지 찰 정도였으니 그렇게까지 얕은 편도 아니었어. 거기에 물도 바닥을 한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깨끗하지도 않았지. 진짜 너무 얕거나 깨끗하면 당연히 바닥에 시신이 한번에 발각되겠지만, 바닥이 보이기는 하는데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고 물도 그렇게 얕은 편은 아니니 그 정도면 경찰의 시선을 피하기에는 충분한 편에 속하지."

그리고 이번에는 엘스페스를 마주 보면서 말했다

"존스 경감이 런던 경시청에 갔을 때 아내 분이 나에게 이러더군. '자기가 믿었던 코앞의 사람이 자신을 기습할 수도 있고' 이런 말을 듣고 나는 사람이 가끔 자기가 찾는 것이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못 찾는다는 말이 맞다는 것을 다시금 인정하고 해자를 유력한 장소로 파악했지. 그 때 내가 블레이드스턴 하우스에 도착해서 일단 집을 한번 더 살펴 보기는 했지만, 이미 해자를 신경쓰고 있었드니 집은 대충 보고 해자를 유심히 살펴 보았지. 아까 일러준 해자의 특성과 아울러서 이 정도의 해자라면 시신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다고 나는 알아차렸지."

이에 이번에는 존스가 말했다.

"저를 구해준 은혜는 꼭 갚도록 하지요. 그자가 위험한 인간이라는 것은 어떻게 아셨소?"

"아내를 아무렇지도 않게 물에 시신을 방치하고 경찰 상당수를 감쪽같이 속여 넘겼을 정도라면 힘은 물론 지능도 제법 상당하다는 소리이죠. 미국 공사관 운운하면서 반항하던 그의 태도는 정말 뻔뻔하더군요. 뭐, 이 정도면 설명은 충분히 다 한 것 같군요. 저녁은 여기서 이렇게 먹었으니, 존스 경감님은 그동안 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들을 풀을 겸 오늘 밤에는 저희와 같이 바이올린의 공연장에라도 다녀오는 게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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