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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코브라 기동의 숨겨진 교훈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을 담은 담론

소련이 지렁이처럼 질척거린 건 ‘이것’ 때문

창조망언 모 정당, 정신병동 간판 잘 세우길

 

<초현실적 비행술>

 

필자는 아직 시청하지 못했으나 지난해 개봉한 헐리웃영화 ‘탑건 : 매버릭’에는 비(非)공군 출신 관객들 놀라게 한 장면이 나왔다고 한다. 이른바 무중력 기동(zero gravity)으로 호칭된 전투기 간 교전장면이 그것이라고 한다.

 

“주인공(톰 크루즈 분)의 전투기는 적기 뒤를 잡고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사격한다. 이를 알아챈 적군 5세대 전투기는 일순간 공중에서 브레이크 걸고서 사람이 텀블링하듯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아 미사일 피한다. 고속으로 비행하던 주인공 기체(機體)는 제자리에 머물다시피 하던 적기를 지나친다. 적기는 그대로 주인공 후미(後尾)를 잡아 유리한 공격태세 점하게 된다”

 

영화평을 보니 많은 관객은 “저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 의문 품으며 감독의 상상, 창작적 설정으로만 여겼다고 한다. 허나 서울에어쇼(ADEX)에서 F-22의 90도 고각(高角)이륙 못 보신 분, 연륜이 비교적 짧은 분 등은 미처 모르실 수 있겠으나 사실 저러한 초현실적 기동은 1980년대 말부터 이미 공개적으로 선보인 바 있다.

 

<수호이 쇼크>

 

1989년 프랑스 파리 르 부르제(Le Bourget) 공항에서 열린 에어쇼 현장. 여느 에어쇼가 다 그렇듯 행사에는 동서(東西)진영 국방관계자‧무기딜러‧바이어 등이 몰려 첨단무기 비즈니스에 열 올렸다. 아름다운 여성모델들은 육중한 탱크‧장갑차‧전투기 등을 배경으로 포즈 취하며 관객들 시선 사로잡았다.

 

무기 유통산업은 80억 인류의 파괴욕(破壞欲)이 존재하는 한 수요가 넘쳐나고 명맥이 끊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음지(陰地)에서 행해지는 거래액까지 합하면 천문학적 규모를 자랑한다. 합법적 무기거래가 불가능한 아프리카 군벌들은 다이아몬드 원석(原石)으로 대금을 지불한다. 이 다이아몬드는 글로벌 패션업체들에 의해 가공된 뒤 전세계로 유통돼 예식장 등을 수놓는다.

 

그런데 파리에어쇼에서 활주로 박차고 하늘로 오른 한 구(舊)소련 전투기 하나가 눈을 의심케 하는 기예(技藝) 선보였다. 수호이(Sukhoi) 설계국이 만들고 빅토르 푸카체프(Victor Pugachev)가 조종한 Su-27은 맹렬히 내달리다가 갑자기 필름이 뚝 끊긴 듯, 세상이 일순간 멈춘 듯 공중에 ‘일시정지’해 기수(機首)를 쳐들었다가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하강했다.

 

어떤 물체가 공중에서 멈추면, 그것도 중량 수십t의 쇳덩어리가 수직 자세로 멈추면 그대로 실속(失速) 후 추락하는 게 상식이다. 그 모습이 마치 코브라가 머리 쳐드는 것 같다 해서 코브라기동(Cobra maneuver‧또는 푸카체프기동)으로 명명된 비행술에 서방(西方)이 받은 충격은 컸다.

 

아직 소련‧러시아와의 불곰사업(bulgom project‧한국에서 경협차관 빌린 소련 및 그 계승국가 러시아연방이 달러가 아닌 무기 완제품 등으로 갚는다는 내용의 협약‧여담이지만 러시아는 아직까지도 차관 다 안 갚고 있다) 시행 전이었던 우리나라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소련이 저걸 공개한 의도가 뭘까” “실전(實戰)에서 어떠한 효과 발휘할까” “저게 만약 북한군 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수호이 쇼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2017년 모스크바 근교에서 열린 막스(MAKS) 에어쇼에 등장한 Su-35는 영화 ‘탑건 : 매버릭’에 등장한 이른바 무중력 기동을 선보였다.

 

창공(蒼空) 가르던 Su-35는 급제동 건 뒤 마치 제자리에서 ‘흐느적거리는’ 듯한 모습 연출하며 우주 유영(游泳) 연상케 하는 비행술 과시했다. 작중 5세대 전투기 모티브가 된 Su-57은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아이 요람 흔들리듯 좌우로 스텝 밟으며 비행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코브라 코스프레 할 이유가 없는데>

 

그런데 코브라기동을 시작으로 소련‧러시아가 자랑해온 초현실적 기동은 20세기 말~21세기 현대 전장(戰場)에선, 특히 영화와 같은 방어술에선 그 가치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현대 공중전은 99%에 가까운 확률로 가시거리(可視距離) 바깥에서 이뤄진다. 첨단 공대공미사일 대명사 격인 암람(AMRAAM)을 예로 들면 평균 사거리가 30여㎞에 달한다. 속도도 웬만한 유인(有人)음속기의 2~4배에 달하는 마하4(약 4000~5000㎞/h)다. 가공할만한 속도로 육안(肉眼) 사각지대(死角地帶)에서 날아드는 이 무인(無人)비행체를 얄팍한 꼼지락거림 정도로, 사람의 반사신경 정도로 피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요행히 미사일을 흘려보낸다 해도 끝이 아니다. 오늘날 대다수 공대공‧지대공‧함대공 미사일은 능동유도(Active homing) 방식이라서 채프(chaff‧전파교란용 알루미늄 가루 등) 등 기만체제 덫에 걸리지 않는 이상 목표물을 연료 다 떨어질 때까지 지구 끝까지 쫓아간다. 현대 유도탄의 집요함‧무서움은 2002년작 헐리웃영화 에너미라인스 초반부 등에서 간접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현대 공중전에서도 20세기 초중반과 같은 도그파이트(dogfight)가 벌어질 가능성이 0%인 건 아니다. 언제든 예상치 못한 근접전은 벌어질 수 있기에, 전쟁이란 건 항상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둬야 하기에 대다수 전투기들은 기총(機銃)을 고정화기로 장착한다. 미국 공군 F-22의 경우 표면 돌출부를 최소화해야 하는 스텔스(stealth) 기능이 생명임에도 일부러 별도 연구까지 실시하면서 내장형 20㎜ 기관포와 수백발의 탄을 싣는다. 완전은폐를 위한 스텔스 기능도 언젠가는 완벽한 파훼법(破毁法)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첨단 전투기끼리 속된 말로 ‘영혼의 맞다이’를 할 정도까지의 막장상황 펼쳐진다면 굳이 도그파이트 하지 않고서도 상대를 잡을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우선 태평양‧대서양을 콩나물시루처럼 뒤덮고 있는 해군 순양함‧구축함들 함대공미사일은 장식이 아니다.

 

게다가 해‧공군으로선 조종사라는 귀중한 인적자원 희생위기로 내몰면서까지 도그파이트 시키느니 차라리 탈출시켜 조종사 살리는 게 훨씬 이득이다. 각 국 해‧공군은 파라레스큐(Pararescue) 등 비행장교 구조 전담부대를 별도 운용할 정도로 조종사들을 우선시한다. 추락한 비행기야 적국에 제조기술 안 들어가게 찾아내서 파괴하고 공장에서 또 만들면 되지만, 조종사 하나 잃으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양성에 최소 4년(해‧공군사관학교 재학기간 기준)이란 세월이 소요된다.

 

완전 자율주행(AD) 무인전투기가 보편화되지 않는 이상 첨단 전투기가 아무리 많아본들 그걸 운전할 사람이 없으면 그저 고철덩어리일 뿐이다. F-22 등의 기총도 실은 기장(機長)에게 “내겐 최후 생존수단이 있다. 어떠한 괴물이 덮친다 해도 살아남아 가족들 만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 주는 게 주된 목적이다.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 망동>

 

그렇다면 100% 인공지능(AI) 무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스탈린그라드(Stalingrad) 전투 때처럼 비행장교들을 믹서기에 갈아 넣을 것도 아닌 러시아는 왜 저러한 초현실적 기동을 한껏 뽐냈을까. 이유는 ‘허세’에서 찾을 수 있다.

 

연방해체 직전의 80년대 소련은, 건국 후 늘 그랬긴 했지만, 서방세계에 비해 재래식 군사전력(戰力)에서 크게 뒤쳐졌다. 미 해군이 오대양에서 항공모함 십 수척 굴릴 동안 소련해군 항모는 1~3척에 그쳤다. 통상 항모운용에는 작전수행, 도크(dock) 귀환 또는 전장 복귀, 수리‧재보급 로테이션을 위해 최소 3척은 필요하다는 점에서 겨우 수요만 맞춘 정도였다.

 

게다가 소련은 미국처럼 항모전단 호위함 빵빵하게 운용할 경제력‧기술력 못 됐다. 때문에 키예프급(kiev) 등 소련항모는 각종 대공화기 덕지덕지 바른 항공중순양함(heavy aircraft-carrying cruiser)이라는 괴상한 물건이 됐다. 그마저도 돈 못 갚는 신용불량 모국(母國) 마더러시아에 의해 한국에 입양돼 고철로 분해됐다. 참고로 이 때 우리나라 국방부‧해군‧조선업체들이 스키점프대 방식 사출기 등 항모 핵심기술 습득했다는 설(說)이 있다.

 

결국 기상천외 기동들은 “어때? 우리 멋있지? 무섭지? 쫄겠지? 우리 건들면 너네 다 죽는 거야. 다 덤벼 아뵤” 따위의 협잡(挾雜)이 가장 큰 목적이었던 셈이다. 마치 기기묘묘 무예 뽐내다가 격투기선수 펀치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일부 무술인들처럼 말이다. 러시아의 전쟁수행 능력, 러시아제 무기들 수준이 어떠한 지경인지는 2년 가까이 이어진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간 “한국은 중국에 비해 낮은 산봉우리” “침략자 우크라이나를 반대하고 러시아를 지지한다” 취지의 망발(妄發) 난무했던 모 정당의 개거품이 가관이다. 하수구 뚫리듯 터져 나오는 각종 망언들에 국민은 어이가 없다. 죄 짓고 산 그들의 불안감이 허세로 승화(昇華)돼 짖어댐으로 표출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오늘(3일) 한 중진인사가 해당 정당 탈당을 전격 선언했다. 필자도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정오께 문자메시지 받아봤다. 필자가 해당 인사 입장이었다 해도 그 정신병동에서 온전한 정신으로 더 버티긴 힘들었을 것이다. 문제의 정당은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 볼썽사나운 코미디 망동, 코브라 침 뱉는 소리 그만하고 그만 질척거리길 바란다. 머리털 나고 코브라한테 다 미안하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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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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