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날치기한 방송법은 <수박>이다. 껍데기는 정치적 독립으로 치장했으나 속을 까보면 민주노총과 민주당 진영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 음모다.
민주당이 공영방송(KBS·MBC·EBS)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절차를 바꾸는 방송 관련법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압도적인 의석의 힘을 사용한 날치기다. 공익이 아닌 진영의 이익을 위해 입법권을 남용한 것이기에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제, 민주당은 '입법 독재'와 '의회 독재'의 길에 들어섰다. 여당인 국민의 힘 의원들의 반발과 퇴장은 당연하다.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에 다소 유리한 구도로 돼 있는 기존 공영방송 사장 선임 절차는 논란은 있었지만 여러 차례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존중받아 왔다. 지난 5년 동안 이런 이사회 지배구조를 통해 공영방송을 장악해온 민주당이 왜, 돌연 생각을 바꾼 것일까? 사회적 합의가 꼭 필요한 쟁점 법안을 다급하게 본회의에 직접 올리는 무리수를 쓴 진짜 속셈은 무엇일까?
국회법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당 대표가 각종 부패사건 등에 연루된 민주당이 내년 총선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에 저지른 전략적인 일탈이 아닐까 생각한다. 설령 총선에서 지더라도 현재 민주당과 민주노총 언론노조 연합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공영방송을 영구히 지키겠다는 검은 속셈이 입법권의 외피를 쓰고 발현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국민과 시청자는 왜, 수신료라는 공적인 재원을 부담해가면서 효율성이 극히 떨어지는 공영방송 체제를 지지해 온 것일까? 나는 방송의 공적 책임과 민주적인 여론 형성 등을 규정한 방송법에 그 뜻이 담겨있다고 본다.
방송법 제5조는 공적 책임을 언급하면서 민주적인 기본질서와 국민의 화합, 조화로운 국가의 발전, 민주적인 여론 형성을 통한 사회적 갈등의 해소를 강조하고 있다. 제6조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지적하면서 객관·공정·균형의 3대 원칙을 준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3대 원칙 가운데 객관과 공정의 개념은 개별적이고 추상적인 면이 있어서 정파와 진영에 따라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할 소지가 다분하다.
그래선지 방송법은 균형에 대한 개념을 중시하고 있다. “방송은 정부 또는 특정 집단의 정책 등을 공표하는 경우 의견이 다른 집단에 균등한 기회가 적용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또한 각 정치적 이해 당사자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경우 균형성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균형은 정의의 여신 디케가 들고 있는 천칭 저울로 무게를 다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양적인 개념이다.
방송법 취지대로 공영방송사들은 의견이 다른 집단에 대해 균등한 발언 기회를 주고 이념과 정책이 다른 정치 세력에게 뉴스 등 방송프로그램에서 기계적인 중립을 지켰어야 했다. 그런데 촛불을 앞세워 등장한 문재인 정권 내내 KBS와 MBC는 방송법 3대 원칙을 철저히 무시함으로써 국민과 시청자의 뜻을 배반했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명시한 민주노총에 가입한 언론노조가 공영방송 KBS와 MBC의 진짜 주인으로 행세해왔기 때문이다.
KBS의 양승동과 김의철 사장, MBC의 최승호, 박성제, 안형준 사장 등은 신라시대 골품제도로 비유하자면 민주노총 언론노조 소속으로 성골 출신들이다. 이중 양승동과 안형준은 민주노총 언론노조와 정파적 입장을 함께하고 동지로서 이익을 공유해온 한국PD연합회 회장과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권 치하 KBS와 MBC는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지배적인 대주주로 자리잡아 공영방송 전반을 장악하고 경영했다.
사장 등 경영진과 강성이념 노조가 자웅동체로 한 몸인 노영방송은 내부 견제가 작동하지 않는 괴물이다. 전 세계 공영언론사에 유례가 없다. 불공정·편파·왜곡 뉴스 보도로 공영성을 좀먹었던 노영방송체제가 지탱되는 과정에서 이른바 언론 유관 단체로 불리는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촬영인협회, 한국방송인기술인연합회 등 6개 단체들은 연합군으로 충실히 부역했다.
2017년 9월. 민주노총 언론노조는 공정방송을 실현한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KBS 고대영과 MBC 김장겸 사장을 몰아내기 위한 총파업을 벌였다. 북한이 6차 핵실험으로 수소폭탄 개발을 완성했고 포항에 지진이 일어난 안보와 안전의 위기 국면에서 취재를 거부한 명백한 불법파업이었다.
공영방송 사장을 몰아낸 방송 파업이 결국 언론노조와 권력을 쥔 문재인의 민주당 정권이 궤를 맞춘 관제 파업이었음이 드러났다. 그 근거는 민주당이 작성한 언론 적폐 청산 문건이다. 위법한 문건에는 공영방송사장 퇴출에 정치권이 앞장서면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이 나오니 방송사 구성원(노조, 기자와 PD협회 등 방송 유관 단체)과 시민단체, 학계가 먼저 퇴진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 시나리오대로 KBS와 MBC 사장은 쫓겨났다. 민주당이 날치기한 방송법 개정안에서 이사 추천권을 주기로 한 방송 유관 단체는 민주노총 중심의 노영방송 체제를 탄생시키는 과정에 목숨 걸고 함께 참전한 전우였던 셈이다.
경영진과 언론노조, 언론 유관 단체가 한 몸으로 완성체가 된 노영방송은 겁없이 질주했다. 인민위원회식 불법 적폐 청산기구를 만들어 공영방송 내부의 비판 세력을 완전히 제거했다. KBS의 진실과미래위원회, MBC의 정상화위원회가 전위대였다. 고상한 이름과 달리 이 불법 조직은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않는 언론인들을 탄압했다. KBS와 MBC에서 언론인 19명이 해직당하고 여러 명이 정직 등의 중징계를 받았다. 임기가 정해진 특파원들조차 합당한 이유 없이 돌연 강제 소환당했다.
박근혜 정부 때 보도국 취재주간과 광주총국장을 지낸 나도 기자협회가 민노총 언론노조의 하수인 역할을 하면 안 된다는 비판성명서를 작성하고 거기에 뜻을 같이하는 기자들과 이름을 연명했다는 이유로 정직 5개월의 부당징계를 받았다. 죄목은 황당하게도 직장 질서 문란이었다.
하지만 임기가 남은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5달 동안 불법으로 파업을 벌인 민주노총 소속 기자와 PD는 누구도 직장 질서 문란으로 처벌받지 않았다. 반대 세력이 거세되자 KBS와 MBC의 뉴스와 시사 보도는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을 포함해 무려 천여 건이 넘는 불공정 보도를 양산했다. 공공의 재산인 공영방송이 민주당과 좌파 진영을 위한 선전과 선동 스피커로 전락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호언장담했던 ‘민주당 정권의 20년 집권론’이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으로 물거품이 된 것이다. 민주당의 예상치 못한 대선 패배는 무엇보다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보직 잔치를 벌였던 민주노총 언론노조 세력에게는 재앙이자 위기였다. 기존의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출 제도( KBS는 여야 7:4 MBC는 여야 6:3)가 유지되면 민주노총이 장악해온 공영방송 체제는 존속할 수 없게 될 운명이었다.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노영방송 체제는 각종 선거 등에서 민주당에 여론을 유리하게 조작하는 선전·선동 수단으로 봉사함으로써 정치적 기반을 지탱하는 발판 구실을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공영방송을 반드시 우군으로 거느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을 것이다.
현재는 과반에 가까운 의석으로 국회를 지배하고 있지만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차기 정권도 되찾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민주노총 언론노조와 민주당이 함께 느낀 불안과 정치적 탐욕이 1999년 김대중 정권이 방송법을 개정한 후 20년 동안 시행해온 공영방송 사장 선출제도를 날치기를 통해서라도 바꾸고야 말겠다는 계획된 과잉행동으로 표출된 것이다.
민주당 방송법 개정안 골자는 공영방송 이사 수를 21명으로 크게 늘리는 것이다. 정당의 후견 주의를 배제한다며 국회 추천은 5명으로 줄였다. 반면 시청자위원회 4명, 방송과 미디어 관련 학회가 6명, 직능단체인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각각 2인씩 이사 추천권을 갖도록 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사 추천권을 준다는 직능단체와 방송 관련 학회는 민주노총 언론노조와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여 왔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인 중립성이 극도로 의심된다. 형식적으로 정당의 입김을 배제한다면서 좌파 진영의 아가리에 공영방송 이사를 몰아서 넣어준 격이다.
실제로 민주당이 이사 추천권을 준 방송 직능단체 회장 출신들이 노영방송 체제에서 공영방송사장에 줄지어 올랐다. 또한 방송과 미디어학회는 문재인 정권에서 임기가 남은 공영방송사장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성명서 등을 내고 정권의 불법적인 방송장악을 돕고 부역했다. 공영방송 시청자위원회 조차 언론노조 출신 경영진이 좌파 진영의 이익에 동조하는 사람들만을 골라서 구성한 것이어서 정치적인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특정 진영에 가담한 사람들에게 노골적으로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할 권한을 가진 이사로 추천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이 국회 과방위에서 날치기한 방송 관련법 개정안의 실체다.
민주당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해온 언론노조는 “공영방송 선임구조를 국민에게 돌려준다”거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진짜 속셈은 민주노총이 주인인 노영방송 체제를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영원히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정권은 뺏겨도 공영방송은 뺏기지 않고 자기 진영의 선전·선동 수단으로 남겨놓겠다는 민주당과 민노총 언론노조의 뻔뻔한 사기와 협잡이 아닌가? 참으로 무서운 음모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좌파 진영의 사익을 위해 방송법이 정한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을 방해하는 행위로 중차대한 법률 위반이기도 하다. 명백히 방송법의 취지를 거스르는 반사회적인 행동이다.
민주노총 손아귀에 들어있는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일은 공정의 가치를 구현하는 막중한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 힘은 노영방송 체제를 존속시키려는 세력과는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 공영방송에서 극단적 정파성이 배격돼야 한다는 확고한 논리와 철학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방송법 개악을 막아야 한다.
민주당이 한 달 후 본회의에서 다수의 폭력으로 방송법을 통과시킨다면 공영방송의 공공성 회복과 민주주의를 바라는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해야 할 것이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3/03/23/202303230024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