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가장 핫한 '시사용어'를 딱 두 개만 꼽아 보라면 '캔슬 컬처(Cancel Culture)'와 '워우크(Woke)'를 들 수 있다.
'캔슬 컬처'는 누군가가 어떤 저명인의 잘못된 행동이나 발언을 찾아내 고발하면 많은 사람들의 비판이 쇄도해 그 저명인사가 완전히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현상을 말한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이 대표적이고, 요즘 우리 사회에서 크게 이슈화 되고 있는 '학폭'도 그 중 하나다. 우리말의 '인민재판'과 비슷하다.
'워우크'는 '잠을 깨우다'라는 뜻을 지닌 'Wake'의 과거분사형으로, '깨어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나 2016년부터 새로운 뜻이 추가돼 정치·문화·사회적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차별 같은 사회적 불의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2017년에는 옥스포드 사전에도 공식적으로 올랐다. 우리 사회에서는 '깨시민'이라는 유사용어가 있다.
이 두 단어가 요즘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PC주의'와 '정체성 정치'를 형성했다."자유주의 질서의 기초는 보수"
'모든 사회의 기초는 보수다(도서출판 기파랑 刊)'의 저자 다니엘 J. 마호니(Daniel J. Mahoney)는 "끊임없이 이념적 세뇌에 노출되면서 진실에 목말라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자유주의 질서의 기초는 보수다'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도덕과 문화를 전복하려는 '워우크' 세력은 끊임없이 서구 세계의 주요 제도들을 향한 파괴적인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들은 서구 역사를 억압과 착취로 프레임화(化)해 모든 선하고 위대한 것들을 '취소'하려 한다. 요컨대 기존의 권위에 대한 재빠른 공격이다.
이 끊임없는 공격의 과정이 너무도 규칙적이어서 이제는 실제로 그 공격이 가지고 있는 혁명적인 성격을 알아차리거나 식별하지 못할 지경이다.
우리의 정치 질서는 정치력을 상실했고, 가족은 과거 자신의 껍데기일 뿐이며, 교회 내 영향력 있는 흐름은 더 이상 기독교 자선의 숭고한 요구와 민주적 인도주의의 선동적 호소를 구분하지 못하게 됐다.
'깨어있는' 세력은 또한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 자체를 부정하며 남자와 여자의 자연적이고 유익한 상호보완성을 일체 거부한다. 소위 '젠더 이데올로기'다. 이들은 인종과 정체성 정치에 사로잡혀 서구 세계의 근간인 기독교 전통과 주요 제도들을 파괴하고 있다. 그리고는 끝내 민주주의의 도덕적 기초를 침식하면서 전체주의를 불러들이고 있다.
그러므로 보수적 자유주의자들은 과거 세대가 나치와 공산 전체주의를 상대로 싸웠듯이 '캔슬 문화'와 '워우크' 세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들은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리는 허무주의자들이다. 이 새로운 허무주의자들은 '민주주의자'를 참칭해 '자유'라는 용어를 오용하고 있고, 종국적으로는 '자유문명'을 침식시키고 파괴한다.
우선 순수 민주주의에 대한 집착이 가장 위험하다. 순수 민주주의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자유를 무모한 방종과 혼동하고 평등을 과감한 열의로 탈바꿈 하면서 모든 고결함과 개인의 탁월성을 깎아내린다.
결국 우리가 향유해야 할 자유 민주의 가치는 훼손되고, 이 같은 풍토로 뒤덮인 현대 사회는 종교와 관습, 전통과 지혜, 도덕과 문화가 완전히 전복돼 여느 독재 정권과 마찬가지로 반(反)자유적이고 포악스러운 사회가 되고 만다.
"순수 민주주의에 대한 집착이 가장 위험"
저자가 버크와 토크빌, 처칠, 드골, 솔제니친, 아롱 등을 소개하고 있는 이유도 그것이다. '민주주의의 친구들'이자 '보수주의적 자유주의자'들인 이들의 지혜는 오늘날에도 유익하고 유효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보수주의적 자유주의' 개념에 주목하는 것은 자유주의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통찰에서다. 거기에는 종교·도덕·관습·전통 등이 전제돼야 한다.
아담 스미스도 '보이지 않는 손'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관찰자'를 상상할 수 있는 '도덕 감정'이 전제돼야 하며, 하이에크도 자생적 질서가 발현되기 위해서는 특정 행위를 금하는 어떤 행동규칙이 전제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자유문명을 지키고 사회주의 광풍에 맞서기 위해서는 자유주의의 논리와 원칙이 필수지만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만 내리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한국 사회 위기의 본질을 꿰뚫고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교묘히 내세웠던 이른바 386 세대 일부 세력의 '위대한 거짓말'이 실상은 체제 전복과 공산혁명을 꾀한 셈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은 세계적 '자유화'에 역행해 '북한 자유해방'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오늘날 첨예한 사회적 갈등 속에서 경제·문화적 자유와 안보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 저자 소개
저자 = 다니엘 J. 마호니(Daniel J. Mahoney)는 클레어몬트 연구소(Claremont Institute)의 선임연구원이자 매사추세츠 주 소재 어섬션 칼리지(Assumption College)의 명예교수이며, 월스트리트저널, 내셔널리뷰, 로앤리버티(Law and Liberty) 등의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샤를 드골, 알렉산더 솔제니친, 레이몽 아롱, 그리고 버트란드 드 주베넬에 대한 저작들을 집필했으며, 솔제니친 선집 'The Solzhenitsyn Reader'를 포함한 다수의 책들을 편집했다. 1999년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École des Hautes Études en Sciences Sociales)에서 주는 '레이몽 아롱 상(Prix Raymond Aron)'을 수상하기도 했다.
역자 = 조평세는 보수주의 청년단체 트루스포럼의 연구위원이자 기독교세계관 월간지 '월드뷰' 및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편집위원으로, 현재 미국 버지니아 주에 거주하며 미국의 보수주의를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역서로는 '레이건 일레븐(열아홉, 2020)'과 '예수는 사회주의자였을까(개혁, 2021)'가 있다. 영국 킹스컬리지런던(KCL)에서 종교학 학사와 전쟁학 석사를 마치고, 고려대학교에서 북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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