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도로점거 등 기후활동가들의 시위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포괄적 보안법'을 추진하고 있다. 툭하면 거대한 시위판으로 변하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충분히 포장돼야 하지만, 시민들의 평온한 일상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각) 폴리티코 유럽판과 AF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는 새 보안법이 지난달 중순 하원을 통과한 뒤 상원에서 최종 심사를 앞두고 있다.
현행 법률에서는 '(사전 신고에 따라 승인받은 구역을 넘어) 도로와 철도에서 신체를 이용해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2명 이상이 저지른 경우' 1000~4000유로(약 147만~591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하고 있지만, 새 법안은 최고 2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다.
현지에서 비폭력 평화 시위를 억압한다는 뜻에서 '반(反) 간디법'으로 불린다. 시민·인권단체는 이 법이 상원마저 통과하면 이탈리아에서 거리 시위 자체가 사실상 금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새 보안법에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이 추진 중인 토리노~리옹 고속철도 건설, 메시나대교 건설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시위자들을 겨냥한 조항도 담겼다.
이에 따르면 공공 프로젝트 반대 시위자들이 위협적이거나 폭력적인 방식을 동원했다고 간주하는 경우에는 최고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임신부나 1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 범죄자의 구금유예조항을 삭제하고, 교도소 안에서 단식 투쟁 등을 통해 수감조건에 항의하는 수감자의 징역형을 최대 8년까지 연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탈리아 정부는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기후활동가들의 시위를 엄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새 법을 추진 중이다. 기후활동가들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유적지나 명화를 훼손해 관심을 촉구하는가 하면, G7 정상회의 같은 국제행사 개최에 맞춰 기습적으로 도로점거시위를 펼쳐 피해를 유발했다.
올해 초 기념물이나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벌금 상한을 기존의 약 4배 수준인 6만유로(약 8700만원)로 상향하기도 했다.
정부는 시위할 권리 자체를 박탈하지 않는 만큼 새 보안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살비니 부총리는 "선량한 사람은 (과격시위 처벌 강화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니콜라 몰테니 내무부 차관도 "정부는 국가의 공공질서를 위험에 빠뜨릴 위험이 없는 한, 시위를 금지한 적이 없다"며 "다만 시위의 권리가 다른 사람들의 일할 권리, 교통수단을 이용할 권리, 응급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도 '비폭력'을 주창하고는 있지만, 다분히 폭력적으로 느낄만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불법폭력시위 개최 현황'을 보면 윤석열 정부 출범(2022년 5월10일) 이후 2년간 발생한 불법폭력시위는 총 81건으로, 이전 문재인 정부 2년(2020년 5월~2022년 4월) 동안 열린 불법폭력시위 51건에 비해 58.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폭력시위는 문 정부 당시인 2019년에는 20건, 2020년 18건에 그쳤지만, 정권교체 전해인 2021년 35건으로 대폭 늘어난 데 이어 2022년 38건, 지난해 37건으로 집계됐으며 올해도 7월까지 21건이 발생했다.
친야 성향 시민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의 경우 2022년 9월부터 매주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4개월' 만에 탄핵집회를 연 것이다.
특히 이 단체의 김민웅 상임대표는 각종 음모론으로 논란의 중심에 여러 차례 섰다. 야당이 주장한 음모론 대부분을 함께 했다. 그는 2008년 광우병 괴담 당시 '목사'이자 진보 기독교인으로 불리면서 폭력 시위 주동자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후 2013년 천안함 음모론을 제기한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에 출연하기도 했다.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지속해서 부정하고 있다. 또 서울겨레하나 대표로 '사드 배치 반대 운동'도 전개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선동에도 앞장섰다. 김 대표는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류를 무시하고 동해로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퍼트렸다. 지구 자전 방향이 반대로 돼야 가능한 '비과학적 주장'을 내세운 것이다.
김 대표와 함께 촛불행동을 이끄는 권오혁 공동대표는 진보당 출신으로 윤 대통령 탄핵 국회 청원을 한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청원이 100만명을 돌파했다는 근거를 들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도 불법폭력시위가 줄지 않고 있는 원인으로 여전히 낮은 처벌 수위를 꼽고 있다.
2019년 주한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전 상임대표는 2일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6일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에 올라간 민주노총 조합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기각됐다.
4일 '김건희 여사 특검'을 주장하며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한 대진연 회원들에 대한 구속영장도 전날 기각됐다. 이들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김건희를 특검하라', '특검 거부권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옛 국방부 후문을 통해 대통령실을 진입하려다 현행법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김종양 의원은 "불법폭력시위를 근절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 등 강력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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