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은 건국의 현장에서 무릎을 꿇고 반성해야 한다."
최근 이종찬 광복회장이 정부를 상대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광복절 기념식 불참'을 선언한 것을 두고 "왜곡된 역사 인식을 가진 이종찬 회장은 해당 기념식에 참석할 자격조차 없다"며 되레 '독립선열'들을 헛심만 쓴 '바보'로 만든 것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는 강한 성토가 언론계에서 나왔다.
오정환 전 MBC 보도본부장이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MBC노동조합(3노조)은 13일 배포한 성명에서 "이종한 광복회장이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겠다고 위세를 부리고 있는데, 그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졌던 선열들 앞에 부끄러워 해야 한다"며 이 회장의 잘못된 역사 인식과 언행을 꾸짖었다. 오 위원장은 과거 '세 번의 혁명과 이승만(타임라인 刊)'이라는 전기를 펴낼 정도로 이승만 건국대통령과 대한민국 건국사에 밝은 인물이다.
MBC노조는 우리 민족이 1945년 해방된 이후부터 1948년 '대한민국'을 국호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우기 전까지, 주요 민족 지도자들은 아직 '자주독립(광복)'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MBC노조에 따르면 이승만은 1945년 10월 귀국 직후 좌우 정당들을 통합해 '독립촉성중앙협의회(獨立促成中央協議會)'를 만들었다.
당시 이승만은 "나에게는 (미래에 대한) 어떤 정치적 전망도 아직 없지만, 다만 국내에 여러분과 합동해 우리가 우리의 손으로, 우리 일을 할 수 있는, 우리 '국가'를 하루 빨리 세워야 하겠다는 것밖에 없다"며 "우리만 잘 단결되면 내일이라도 우리의 '국가'를 세워 우리에게 산적한 모든 문제를 의논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당한 문제 중 가장 긴급한 문제는 '완전 독립'이 아니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또 김구는 1946년 3·1절 경축사에서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분골쇄신할 것을 다시금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같은 날 조소앙도 기념사를 통해 "우리 조국을 '광복'하오리다. 만일 그렇지 못하게 되면 나의 몸을 불에 태워 죽여주시오"라고 말했다.
세 사람 모두 우리 민족이 아직 독립(광복)하지 않은 상태로 본 것이다.
김구는 1947년 '건국 인력'을 기르기 위해 '건국실천원양성소(建國實踐員養成所)'를 세우기도 했다. 이승만이 명예소장을 맡고 지청천·신익희·조소앙 등 기라성 같은 독립투사들이 강사로 나섰다. 매 기수 100명 내외로 9기까지 교육을 받았다.
이 같은 사례를 소개한 MBC노조는 "이종찬 광복회장은 당시 민족 지도자들과 생각이 다른 것 같다"며 "이 회장은 '우리 민족이 1948년에 건국했다는 건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해주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표현이 점점 거칠어져 (대통령실을 겨냥해) '밀정'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반역자'라고 말했다"며 "졸지에 이승만·김구·조소앙이 밀정·반역자가 될 판"이라고 개탄했다.
MBC노조는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그들 지도자와 젊은이들이 이 회장의 역사 인식 때문에 30년 전 건국된 것도 모르고 헛심만 쓴 '바보'가 됐다"며 "수십 년을 이국에서 풍찬노숙하며 독립을 위해 싸웠는데, 해방 이후 독립운동을 시작한 사람 손에 '매국노'로 몰리게 됐다"고 탄식했다.
MBC노조는 이 회장의 종조부(從祖父)인 초대 부통령 이시영이 이승만과 김구가 단합해 만든 '독립촉성국민회(獨立促成國民會)'의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이력도 소개했다.
MBC노조는 "이 회장은 독립투사 이시영의 종손자인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며 "1945년 10월 임시정부 요인들이 귀국할 때 어린 이종찬이 김구·이시영 등과 찍은 사진은 유명하다"고 밝혔다.
"이시영은 귀국 후 독립촉성국민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대한민국의 독립을 앞당기기 위해 투쟁했다"고 밝힌 MBC노조는 "만약 그때 열 살 먹은 이종찬이 1919년 이미 건국이 됐다고 주장했다면 독립투사 할아버지들이 뭐라고 했을까. 아마 고운 말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MBC노조는 "이 회장은 '일본 우익과 내통'한 사람들이 '1948년 건국'을 주장한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왜 작은할아버지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시영 선생은 조선 최고의 부를 독립운동에 모두 쏟아붓고, 결코 타협하지 않는 삶을 살았으며 마침내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으로 건국의 영광을 함께 했던 애국자였다"고 되짚었다.
"'1919년 건국설'은 2019년 좌파들이 들고 나왔다가 슬며시 치웠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북한이 상해 임시정부 법통을 부정하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추정한 MBC노조는 "그런데 광복회장이라는 사람이 다시 그 '이설'을 고집하는 게 참으로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그 죄를 어떻게 씻으려고 망발을 하느냐"며 "광복절 기념식장은 왜곡된 역사 인식을 가진 사람이 갈 자리가 아니다. 가야 할 곳은 따로 있다. 이 회장은 8월 15일 서울 원효로로 가서 '건국실천원양성소 터 안내판'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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