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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부인發 퍼펙트스톰은 현재진행형이다

뉴데일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블랙먼데이(8월5일)'로 글로벌 주요국 증시 폭락 여파가 진정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엄청난 규모라고 짐작만 될 뿐 정확한 금액도 알 수 없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두고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지역에서 저렴하게 돈을 빌려 금리가 더 높은 지역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노리는 방식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해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개인투자자들을 일컫는 말이 '와타나베 부인'이다. 일본에서 흔한 성(姓)을 딴 국제 금융가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가정의 재정을 담당하는 일본 주부들이 일본의 10년 장기불황과 낮은 은행 금리 등에 실망해 해외로 투자기회를 찾아 나섰고, 이들이 엄청난 규모의 국제 금융거래를 일으키면서 외환시장을 좌우하는 세력으로까지 성장하자 글로벌 외환시장의 큰 손으로 통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거래 비중은 도쿄 외환시장의 30%를 차지하며 세계 유동성을 공급하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됐다. 비슷하게 미국의 투자자는 스미스 부인, 유럽은 소피아 부인, 중화권은 왕 부인, 한국은 김 여사 등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3~4년간 일본이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대유행했다.

CNN은 7일(현지시각) 세계 주요국 가운데 일본이 유일하게 거의 공짜로 돈을 빌려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자가 거의 없는 엔화 대출을 받아서 미국 국채에 투자해서 5%의 이익을 거두는 것은 안 하면 이상한 일 같았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이밖에도 엔화를 빌려서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 대만 주식, 부동산, 멕시코 페소화 등 신흥시장 통화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존 오서스는 빅테이크 데일리 팟캐스트에서 "2000년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투자수익보다 엔화를 빌려서 페소화에 투자한 경우 수익이 더 많았을 것"이라며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역대 최대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헤지펀드, 패밀리 오피스, 민간자본, 일본기업까지 엔 캐리 트레이드 주체가 매우 다양하고 폭넓다고 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UBS 글로벌전략가 제임스 말콤은 2011년 이후 누적된 달러/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5000억달러에 달하고, 이중 절반이 2~3년새 늘어난 것이라고 추산했다.

◇일은, 금리인상 단행에 엔 캐리 청산 랠리…글로벌 시장 '퍼팩트 스톰'문제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경우 엔화 가치가 급등하지 않는다는 전망이 전제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추가 인상을 예고하자 엔 캐리 트레이드에 관한 우려가 급격히 확대됐고,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엔화 대출을 갚기 위해 투자를 회수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실제 일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말콤은 지난 몇주간 이 가운데 약 2000억달러어치가 청산됐으며 이는 예상 청산 규모의 4분의 3에 달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황급히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할 경우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아이슬란드와 브라질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초반 와타나베 부인은 엔화로 아이슬란드 크로나화에 대거 투자했다. 그러다 2006년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예상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작됐고, 아이슬란드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2006년 3월부터 수개월 동안 아이슬란드 주식시장은 20% 가까이 폭락했다. 크로나화 가치도 폭락을 이어갔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아이슬란드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가 됐다.

브라질 헤알 시장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붕괴했다. 뉴욕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2008년 10월 320까지 치솟았다. 앞서 이 지수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100을 넘어선 적도 없다.

일각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미국의 금리인하로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은 금리를 인하하고, 일본은 인상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금리 차가 더욱 줄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사 TS 롬바르드는 보고서를 통해 "시장에서는 연준(연방준비제도, Fed)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바라고 있으나, 그렇게 되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급격하게 줄어 엔 캐리 청산이 더욱 늘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미국 경제의 건전성 우려와 금리인하 압박이 이스라엘과 이란간 긴장 고조까지 더해져 이미 고공행진 하는 기술주에서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흔들리고 있는 시장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

프린서펄자산관리의 시미 샤 수석 글로벌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지금은 일본 캐리 트레이드가 풀리고 미국 빅테크 약세와 중동 긴장이라는 퍼팩트 스톰이 몰아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우리 정부도 엔고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가 증시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엔화 강세 진정 여부를 예의주시하는 것은 물론 △가계부채 문제 △PF 리스크 △저출생·고령화 △연금개혁 등 국내 경제위기 극복도 시급하기 때문에 복합 방파제 쌓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8/09/20240809002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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