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마무리됐지만, 새로운 당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가 만만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재설정과 전당대회로 촉발된 당 내 갈등 봉합, 그리고 보수의 가치 재정립 등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여권이 새 미래를 꿈꾸기 어렵다는 것이 여당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치러진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당 대표에 선출됐다.
한 신임 대표는 당선 소감을 통해 "폭풍 앞에 여러분을 세우지 않고 제가 폭풍이 되어 여러분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든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자"라며 "민심의 파도에 우리가 올라타자"고 다짐했다.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며 진흙탕 싸움 끝에 당 대표직을 차지했지만, 기쁨을 누리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산적해 있는 과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꼽히는 과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재설정과 당의 대통합 작업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당 대표는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분명하게 확립해 국민과 당원을 안심시켜야 한다"며 "또한 전당대회가 감정 싸움과 폭로전으로 가면서 결국 당에 크게 금이 갔다. 우리 중진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새 당 대표가 이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는 대통합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신임 대표는 '절윤(切尹)설'까지 불거진 윤 대통령과의 관계 재설정과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아울러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전에서는 후보들 간 폭로전이 극에 달했다. 김건희 여사 사과 문자 '읽씹' 논란과 해명 과정에서 나온 '당무개입', '국정농단' 발언을 시작으로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폭로까지 입 리스크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자해 행위를 한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특히 한 대표와 나경원·원희룡 후보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보수 가치의 재정립'도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당의 뼈대를 만드는 이념성이 흔들리면서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각종 이념적 이슈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한 원칙, 대한민국 건국관과 안보관을 제대로 확립해 보수의 전통가치를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가 우리의 가치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당 내 선거를 할 때마다 더불어민주당 짝퉁 정책을 내놓고 무참히 패배했다"며 "민주당이 최악의 행동을 해야 우리가 이득을 받는 이 구조를 탈피하려면 결국 새로운 차기 지도부가 우리의 가치를 우리가 국민에게 판매한다는 '보수 가치 판매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당 내에는 새 인물에 대한 갈증도 크다. 일명 '스펙'과 '고관대작'을 높게 보는 당 문화를 깨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음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도 당에 오래 고생한 당직자와 보좌관 등 유능한 국회 일꾼을 인큐베이팅하는 '인재 발굴'이 필수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당은 능력보다는 스펙을 먼저 보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며 "좋은 인재들을 편견 없이 영입하고, 당 내 인재들을 키워야 우리의 강점을 스스로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재 양성의 시스템을 완전히 정착시키고 체계화 시키는 방안을 빠르게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우리 당이 법관, 검사, 의사 이런 타이틀에만 의존하다 보니 정작 우리의 가치를 가지고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하다"면서 "당이 이런 인재들을 모으기 위해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만들고 보수 가치의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차기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재집권하기 위해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통령선거 후보를 내세워야 하는데, 이 또한 새로운 지도부에게 주어진 지상 과제로 평가받는다.
특히 차기 지방선거와 대선이 약 1년 간격으로 연달아 열리기에 새로 선출된 지도부는 정치 지형을 바꿀 양대 선거를 모두 쌍끌이 하는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중책도 떠안게 됐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다가올 전국권 선거에서 우리가 승리하려면 어떻게든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최대한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한다"며 "한 신임 대표는 국민의힘이 영남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제거하는 역할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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