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지역순회 경선에서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가 예상 밖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정 후보는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목발 경품'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공천이 취소된 바 있다. 당내에서는 정 후보의 선전을 두고 "중도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후보는 민주당 최고위원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누적 득표 결과 21.67%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김병주(16.17%), 전현희(13.76%), 김민석(12.59%), 이언주(12.29%) 후보 순이다. 한준호(10.41%), 강선우(6.99%), 민형배( 6.13%) 후보는 뒤를 이었다.
정 후보는 지금까지 벌어진 지역순회 경선에서 연달아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강원 20.33%, 대구 22.20%, 경북 21.32%, 제주 19.06%, 인천 23.05%의 표심을 획득했다. 최고위원 후보 중에서는 유일하게 '20%대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당초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 캠프의 좌장 역할을 맡은 김민석 후보가 '수석 최고위원'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사실상 '명심'(이재명 전 대표의 의중)도 김 후보를 낙점한 듯했으나 당원들의 표심은 정 후보로 쏠리고 있다.
앞서 숱한 논란으로 잡음을 일으킨 정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크게 선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경선에서 승리해 서울 강북을에 공천됐지만, '막말 전력'으로 공천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2017년 팟캐스트 '정봉주TV'에 출연해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을 이야기하던 중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것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를 두고 2015년 목함지뢰 폭발 사고로 다리와 발목 등을 잃은 군 장병을 조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후 정 후보의 대처가 논란을 키웠다. 정 후보는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해 "피해자에게 사과했다"고 해명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결국 민주당은 "정 후보가 목함지뢰 피해 용사에 대한 거짓 사과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쳤다"며 그의 공천을 취소했다.
그러나 정 후보의 거친 언행이 오히려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의 환심을 산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지난 14일 정견 발표에서 "입으로 하는 탄핵, 입으로 하는 윤석열 끝장이 아닌 진정으로 투사의 모습, 전사의 모습이 무엇인지 앞장서서 보이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의지를 확고히 드러낸 그에게 '개딸'이 압도적 지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2위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는 김병주 후보도 지난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이라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직접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당대표 선거에서 90%가 넘는 누적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전 대표는 정 후보의 돌풍에 당황한 눈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김민석 후보 득표율이 떨어진 것에 대해 "난 이해가 안 된다"며 "그냥 그대로인 것 같아 놀랐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 후보의 선전에 불편해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민주당 한 의원은 "정 후보가 공천 박탈 당했던 것에 대해 개딸이 동정표를 던진 것"이라며 "정 후보의 거친 언행이 개딸에게는 소구력이 있겠지만 당의 중도 외연 확장에는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이나 호남 쪽 지역 순회 경선에서는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전통 지지자들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는 정 후보가 우위를 선점하기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다.
한편, 민주당 전당대회 지역순회 경선은 오는 27일 울산·부산·경남, 28일 충남·충북, 8월 3일 전북, 8월 4일 광주·전남, 8월 10일 경기, 8월 11일 대전·세종, 8월 17일 서울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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