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에서 '1민족 2국가론'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과 배치되는 주장으로,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계에서는 지난 정부의 '통일 정책'을 부정하는 행태라며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연희 민주당 의원은 전날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강령정책분과 1차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의원은 "남북 관계는 쉽게 복원되기 어려운 상황인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식이 변해가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 때 남북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남북 간 경제 협력과 문화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며,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강령 작업에 두 개의 국가라는 인식으로 대북 정책을 짜는 것도 논의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 출신이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는 중앙대 동문으로,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상황실장을 지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서울 동작을에 후보로 등록해 검증 적격 판정을 받았다가 갑작스럽게 지역구를 청주 흥덕으로 바꿔 출마했다. 당시 청주 흥덕 지역 현역 의원은 친문인 3선 도종환 전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도 전 의원을 경선에서 누르고 공천장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친명계의 '자객 공천'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문제는 이 의원의 '2국가론' 주장이 사실상 반(反) 헌법적이라는 것이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제3조)로 하고 있다. 또 헌법 제4조는 통일을 지향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 조문상 충돌 요소가 다분한 두 조항을 법학계에서는 '특수관계론'을 통해 해소한다. 남·북한 관계는 국가 간 관계라고 할 수 없으면서도 현실적으로 하나의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 특수 관계라는 것이다.
이 같은 헌법 정신에 따라 1991년 12월 남·북한 당국이 공동으로 발표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에서도 남·북한의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6공화국 헌법 체제 하의 정부 통일 정책도 이 같은 방향으로 설계돼왔다. 좌우 정부마다 방점을 두는 방향은 달랐지만,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고 화해와 협력을 통해 통일을 이룬다는 것이 '대원칙'이었다.
이 의원의 '2국가론'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수반돼야 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2국가론은 북한이 최근 주창하는 대남 노선과 맞닿아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대남 노선의 근본적 전환'을 공식화했다.
그는 "남한의 대결 책동으로 북남(남북) 관계가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고착됐다"고 했다. 김정일 시대부터 고착화된 대남 노선 '우리민족끼리'와 차별화되는 전략이다.
북한은 ▲대한민국의 흡수통일 추구 정책 ▲대한민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점 ▲대한민국과 국격이 맞지 않아 통일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민주당에서는 당 부에서 나온 '2국가론'이 역대 민주당 정부의 평화 통일 노력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근무한 민주당 소속의 한 전직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두 개 국가로 가자고 한다고 우리마저 노력을 포기해서 되겠느냐"면서 "어떻게 정상회담을 수차례 성공시킨 우리 당에서 두 국가론을 고려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최근 지속적으로 '헌법 무시 논란'에 휩싸여 왔다. 이 전 대표의 총선 공약이던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 지급 법안도 '처분적 법률' 논란에 휩싸이며 위헌 논란을 빚었다. 처분적 법률은 직접 국민에게 권리나 의무를 발생시켜 학계에서는 삼권분립 원칙을 위반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4일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던 해병순직특검법도 위헌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별검사 임명권을 사실상 야당이 행사하고 '임명 간주'조항까지 있어 삼권분립 위배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에는 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근거로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이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12일 청문회 개최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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