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시청역 참사의 가해 운전자가 60대 후반의 고령자로 밝혀지면서 고령 운전 제한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고령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속출하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정부가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시청역 참사 가해 운전자인 차모씨(68)는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고 있다.
차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28분께 서울시청역 인근 노상에서 자신이 몰던 제네시스 차량으로 행인들을 잇따라 들이받아 막대한 인명피해를 낸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로 입건된 상태다.
차씨는 사고 이후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고 있으나 일반적인 급발진 사고 양상과는 다른 사고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과 목격자 증언 등이 알려지면서 운전자 과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목격자들은 차씨의 차량이 사고 당시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았고 일반적인 급발진 사고와는 달리 사고 후 차량이 스스로 멈춰섰다고 증언했다.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에도 차씨의 차량은 인도로 돌진해 행인들을 잇따라 친 뒤 차량 2대를 들이받고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정황들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급발진 사고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차씨가 자신의 과실을 숨기기 위해 급발진 사고를 주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일련의 주장들이 확산하면서 고령 운전 제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 시민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급발진이 아닌 운전 과실으로 밝혀진다면 반드시 고령자 운전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며 "도로 위의 시한폭탄과도 같은 고령 운전 대책을 수립해 시민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령자라고 해서 무조건 사고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최근 사고 통계를 보면 고령 운전자 사고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9614건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로 1년 전(17.6%) 대비 늘었다.
실제 지난 2월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는 70대 운전자가 중앙분리대를 넘어 횡단 보도를 건너던 행인들을 들이받아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 3월에는 서울 강남구 양재대로 구룡터널 교차로 인근에서 80대 남성이 7중 연쇄 추돌사고를 내기도 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현재 65세 이상의 경우 면허 갱신 주기는 5년, 75세 이상의 경우 3년으로 차등돼 있지만 이를 동일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조건부 면허제' 등 대책이 구체화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관련 법은 만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3년 마다 운전면허증을 갱신해야 한다. 면허취득 및 갱신 시 인지능력 검사와 교통안전교육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경우 교통안전교육이 의무가 아닌 권장 대상이다.
또 지자체별로 고령자들이 운전면허를 반납할 경우 10만∼30만 원 상당의 현금성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등 자진 반납을 유도하고 있으나 면허 반납률은 매년 2% 수준에 불과하다. 상품권 및 교통카드로 운전면허 반납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야간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제한 등 고위험군 운전자를 대상으로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교통 약자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 여론에 부딪혀 발표 하루 만에 관련 내용을 수정하는 등 혼란을 빚었다.
염 교수는 "보다 빨리 (고령 운전 제한에 대한)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저가 택시 등 대중교통 혜택을 주거나 운전 면허 반납에 대한 적극적인 인센티브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조건부 면허제에 대한 충분한 여론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세부 내용을 결정할 방침"이라며 "강제적인 제도 시행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대안 마련이 바람직하다는 판단 하에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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