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事必歸正).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검사 시절 대장동 대출 브로커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가짜뉴스의 '발원자(發源者)' 두 명이 구속됐다. 제20대 대통령선거 3일 전 공개된 기사에서 '대장동 사건의 몸통은 이재명 후보가 아니라 윤석열 후보'라는 취지의 주장으로 대선 정국을 뒤흔든,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배임증재·수재 등으로 영어(囹圄)에 갇히는 신세가 된 것.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이제 화살은 두 사람의 '허위 주장'을 대선 직전 퍼뜨린 '가짜뉴스'의 생산지로 향하고 있다. 2022년 3월 6일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이란 기사를 음성 녹음 파일과 함께 보도한 곳은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였다.
뉴스타파는 이 기사에서 "김만배 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나눈 대화 음성파일을 입수했다"며 '2011년 당시 부산저축은행 사건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의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취지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대화 녹취파일이 발췌와 편집을 거치면서 사실과 다르게 왜곡됐고 △검찰의 수사 무마 의혹 역시 사실무근인데다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보도된 점을 고려할 때 '대선 개입 의도'가 엿보인다는 게 수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녹취파일 '원본'에는 '박OO 검사가 수사를 봐줬다'는 김씨의 발언이 담겨 있으나, 뉴스타파가 공개한 기사에서는 "박OO가 얽어 넣지 않고 그냥"이라는 대목이 누락된 채 "…봐줬지"라는 말만 나와, 결과적으로 당시 윤석열 검사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검찰은 김씨가 대장동 의혹의 책임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에서 윤 대통령으로 돌리기 위해 2021년 9월 15일 신 전 위원장을 만나 '허위 주장'을 했고, 두 사람의 대화 녹취파일을 입수한 뉴스타파가 대선 사흘 전 터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신 전 위원장에게 1억6500만 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인터뷰 보도하며 '뉴스타파 전문위원' 부각 안 해
김씨가 가짜뉴스 전파의 매개로 활용한 신 전 위원장의 정체도 하 수상하다. 당시 뉴스타파는 "김만배 씨와 지인의 대화 음성파일을 입수했다"며 마치 제3자로부터 제보받은 녹취록을 공개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뉴스타파는 "대화 당사자는 현직 기자 시절 김씨와 동료 사이였던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라고 밝혔으나, 당시 신 전 위원장은 '뉴스타파 전문위원' 신분이었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지인'의 직함을 '신학림 전 위원장'으로 통일했고, 네이버에 송고한 기사 바이라인에서 신 전 위원장의 이름을 제외했다. 따라서 해당 기사를 네이버로만 접한 독자들은 녹취록 속 '김만배의 지인'이 '뉴스타파 관계자'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신 전 위원장은 2018년부터 뉴스타파와 상시계약을 맺고 '기자'로 활동했다. 2018~2019년에만 총 8000만 원을 '취재 용역비'로 받은 신 전 위원장은 <족벌사학과 세습② 사학은 왜 정계로 진출했나?> <[민국100년 특별기획] 족벌사학과 세습⑤ 일본 '제국대학' 출신의 부역자들(상)> <[민국100년 특별기획] 족벌사학과 세습⑥ '교육'으로 일제와 독재에 부역한 사람들(하)> 등 다수의 기사를 뉴스타파에 기고했다. 바이라인은 '신학림 기자'였다. 신 전 위원장 본인도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고문료 받고 하는 그런 용역직이 아니고 2018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상시계약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책임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짜려 했던 김씨가 마땅한 언론사를 물색하던 중 뉴스타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던 신 전 위원장을 만났고, 사실상 뉴스타파를 '보도 창구'로 이용하고자 신 전 위원장에게 금품을 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두 사람은 보도를 목적으로 나눈 대화가 아니었고, 책과 관련된 정상적인 금전거래를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나, 검찰은 두 사람이 허위 프레임으로 선거에 개입하려 한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사와 상시계약을 맺은 기자로부터 녹취파일을 입수하고 △이를 입맛에 맞게 가공한 뒤 △대선 직전 제보를 받은 형식으로 보도한 뉴스타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은 "좌파 세력이 사실상 '대선 여론 공작'을 벌인 것"이라며 "가짜뉴스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뿐 아니라 허위사실을 함부로 유포한 매체와 이를 악용한 공당 역시 엄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20대 대선 하루 전, 당시 이재명 후보가 <이재명 억울한 진실>이라는 제목과 함께 공식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로 뉴스타파 기사를 475만1051건 발송했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사전 교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인터뷰 짜깁기를 통한 '대장동 몸통 바꿔치기' 시도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며 "반복되는 선거 공작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역설했고, 여권의 한 중진 의원도 "대권을 잡기 위해 '민주당'과 '친민주당 인사', '친민주당 언론'이 결탁한 최악의 언론 공작이 벌어진 것"이라며 "가짜뉴스의 스피커 노릇을 한 뉴스타파는 물론 이를 전 국민에게 전파한 '포털사이트'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이버 등 포털 통해 '가짜뉴스' 급속히 확산
여권 인사의 지적처럼 20대 대선 직전 뉴스타파의 '가짜뉴스'가 급속히 퍼질 수 있었던 데에는 네이버의 역할이 컸다.
2012년 설립된 뉴스타파는 2018년 네이버·카카오와 최고 등급 계약을 체결한 '콘텐츠제휴사(Content Partner, CP사)'가 됐다. 콘텐츠제휴사는 포털로부터 상당한 전재료를 받고 기사를 공급하는 언론사를 가리킨다. 검색 결과만 노출되는 '검색제휴사'보다 등급이 높아 '뉴스검색 알고리즘'에서 상대적으로 이득을 얻는다.
클러스터링 방식으로 바뀐 현재의 뉴스검색시스템에서 이용자가 특정 단어를 검색할 시, 콘텐츠제휴사 기사가 우선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이 설정됐다는 게 뉴스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콘텐츠제휴는 말 그대로 포털에 기사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으로, 검색만 되는 게 아니라, 포털 홈페이지에도 등재돼 '뉴스 확산성'이 대폭 늘어난다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각 포털사는 콘텐츠제휴의 '진입 장벽'을 높여, 뉴스 신뢰도와 전문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 매체와만 최상위 제휴를 맺고 있다. 비영리·비당파·탐사보도 전문 매체를 표방하는 뉴스타파는 6년 전, 평가대상 매체 중 유일하게 합격해 콘텐츠제휴사(전문지 부문)가 됐다.
언론 보도를 보면 뉴스타파가 2017년 11월 전문지 자격으로 포털에 콘텐츠제휴를 신청했으나 '최소 기사 송고량(월 50건)'을 채우지 못해 탈락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이듬해 3월 전문지 최소 기사 송고량 기준이 월 20건으로 완화되면서 그해 8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평가를 통과했다는 게 해당 보도의 골자다.
당시 네이버에 73개 매체, 카카오에 74개 매체가 콘텐츠제휴를 신청했는데, 합격한 언론사는 뉴스타파뿐이었다. 이를 두고 당시 포털이 뉴스타파를 합격시키기 위해 제휴 요건을 변경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으나, 포털은 '공정하게 심사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뉴스타파 '해약 사유' 충분 ‥ 포털은 요지부동'포털 입점' 과정도 의심스럽지만 가짜뉴스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언론사가 여전히 콘텐츠제휴사로 남아 있는 것도 미스터리다. 포털 제평위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총 87곳 언론사와의 제휴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 해지 사유를 보면 △타사 기자가 쓴 분석 내용을 표절 △자체 기사가 아닌 것을 자체 기사로 제출 △추천 검색어 남용 △동일 기사 반복 전송 등의 행위가 적발된 매체들이 제평위로부터 해약 통보를 받았다.
대선 직전, 유력 후보를 가격하는 가짜뉴스를 올린 행위는 거론된 사례보다 '더 큰 해지 사유'라는 게 언론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네이버 뉴스콘텐츠 약관 제18조에 따르면 △제공자(언론사) 정보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져 정보 가치가 없다고 인정되거나 뉴스콘텐츠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오보 또는 뉴스콘텐츠 중 제목과 본문에 대한 수정이 네이버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네이버 뉴스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뉴스콘텐츠로 인해 이용자에게 피해가 발생해 사회적인 물의가 빚어진 경우 계약해제 또는 해지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당시 뉴스타파의 기사가 논란을 빚자 여권에선 "가짜뉴스를 퍼뜨린 뉴스타파를 포털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포털과 제평위는 요지부동이었다. '좌편향된 제평위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고, 기존 입점 언론사의 기득권만 보호하려 한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제평위 사무국은 지난해 5월 22일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잠정 휴업에 들어갔다. 이후 침묵을 지켜오던 네이버는 지난해 말 제평위 재구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뉴스혁신포럼'을 출범시켰으나, 해를 넘긴 지금까지 제평위 재구성은커녕, 포털 입점 및 퇴출 심사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휘)가 '대선 공작'을 위해 김만배-신학림 허위인터뷰를 게재한 뉴스타파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콘텐츠제휴사가 됐다는 의혹 등에 대해 네이버 측에 '공개 간담회'를 요청하기로 했으나, 언론계 '절대 갑'으로 군림하는 네이버가 응할지는 미지수다.
한 인터넷신문계 원로는 "뉴스타파는 '가짜뉴스'를 '타파'하고, 언론 본연의 임무인 권력 감시와 진실 보도를 지향하는 '진짜뉴스'를 위해 뭉쳤다고 홈페이지에 적시했으나, 정작 자신들이 가짜뉴스를 만들어 거대 야당 측과 야합하는 내로남불 행태를 보였다"며 "이는 인터넷매체는 물론 지금 이 순간도 정론직필을 위해 힘쓰는 전 언론사의 얼굴에 먹칠을 한 셈이다. 마땅히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포털 역시 '좌파 언론'의 '진지'를 구축하려는 못된 습성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국회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로 활동했던 박성중 전 의원은 "그동안 네이버로부터 퇴출당한 언론사들의 사유를 보면 이번 뉴스타파 국기 문란 행위의 '새발의 피'에 불과할 정도"라며 "네이버는 대가성 기사, 어뷰징 행위 등으로 87개 언론사를 퇴출하더니 뉴스타파는 왜 수수방관 하고 있나. 네이버는 87개 언론사를 퇴출시킨 것처럼 동일한 잣대와 정해진 약관대로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뉴스타파의 계약 해지 여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6/21/20240621002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