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김대중·노무현 정부 출신의 통일부 장관 등 외교안보 분야 원로들을 만나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군사적 도발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데 입을 모았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갖고 "한반도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고 예측불가한 상황이 됐다"며 "이럴 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설계자 주역인 다섯 분을 모시고 우리가 처한 위기상황을 어떻게 이겨낼지 말씀을 들을 기회에 반갑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종석·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전 통일외교안보특보,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역임한 박지원 의원,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진한 대북 포용책인 '햇볕정책'을 계승해온 인사들로 평가받는다. 문 전 특보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했던 '햇볕정책 전도사'로 불린다. 임 전 장관과 박 의원, 정 의원 등도 과거 북한을 직접 방문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문 전 특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 '냉전구조 해체'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보 정부에서 냉전구조 해체를 제일 강조했는데 불행히도 지금 냉전구조가 되살아나는 사실을 목도하고 있어 걱정이 많이 된다"며 "우리 민주당에서 냉전구조가 되살아나는 걸 어떻게 막을 지와 국민적 합의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역점을 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을 대면서 방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정부는 역사적으로 처음"이라며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의하면) 지역민의 안전과 국민의 안녕을 위해서 전단 뿌리는 거를 제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우리가 종이로 주고 오물로 받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바보 정책'을 왜 윤석열 정부에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전화선마저 단절되고 남북 대화가 끊긴 것을 계기 삼아 차라리 군사회담이라도 하자고 제안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정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파기 선언하지는 않았다"며 "효력이 정지된 이 9·19 군사합의를 '우리도 지킬 테니까 북한도 지켜라'라고 말씀하시면 다시 (남북관계를) 복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4일 북한이 '오물 풍선' 살포 및 GPS 교란,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이어오자 남북 간의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이후에도 북한군 20~30명이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해 지뢰를 매설하는 등의 위협적인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원로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북한의 이러한 도발을 문제 삼거나 규탄하지 않았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이날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윤석열 정부가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을 굴복시키려고 한다. 힘에 의한 평화, 전쟁도 불사한다고 하는데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세적 억제정책 때문에 한반도에 위기 상황이 왔다. 한·중 한·러 관계는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라며 "안보위기를 잘 풀어낼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남북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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